[옵티칼 항소심 판결문 보니] “사업단위 주장에 웬 법인격 부인?”

이재 기자 2026. 7. 27. 0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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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소심 재판부 사실·법리 오인했나 … “해고노동자 주장·증거 다수 곡해·축소돼”
▲ 자료사진 정기훈 기자

법원이 한국옵티칼하이테크와 한국니토옵티칼은 하나의 사업단위가 아니라고 봤다. 해고노동자쪽 주장을 일부 수용하면서도 '법인격을 부인'할 정도는 아니라고 했다. 노동자쪽 변호인은 "법인격 부인은 주장한 적도 없다"고 황당해했다.

서울행정법원 7행정부는 지난 23일 한국옵티칼 해고노동자와 금속노조가 중앙노동위원회를 상대로 제기한 부당해고 및 부당노동행위 재심판정취소 항소심에서 해고를 정당하다고 본 원심 판결을 유지하고 "한국옵티칼과 니토옵티칼 그리고 니토덴코가 계열회사, 모자회사 사이의 일반적 지배종속관계를 넘어 실질적으로 동일한 경제적·사회적 활동단위로 볼 수 있을 정도의 경영상의 일체성과 유기적 관련성이 인정된다고 볼 수 없다"며 원고 패소 판결했다. 원심은 두 법인이 형식적으로 다르다는 이유로 하나의 사업 또는 사업단위가 아니라서 해고회피 노력이나 고용승계 여지가 없다고 봤다.

니토덴코 자회사 '사업부서'로 둔 니토덴코 증거 의미 축소

해고노동자쪽이 항소심에서 새롭게 제시한 증거는 배격했다. 노동자들은 니토덴코 정보재 사업부문 예산서를 새롭게 제출해 조직표상 한국옵티칼과 니토옵티칼이 니토덴코 정보재 사업부의 하부조직으로 편제돼 있는 점, 두 법인의 투자·재무·인사·계약 같은 경영상 사항에 니토덴코의 결정이 있어야 하는 점, 두 법인의 생산제품인 LCD 편광필름 판매가도 니토덴코의 가격심의회 결정을 받아야 하는 점 등을 제시했다. 또 한국옵티칼 생산관리팀 직원 업무수첩에도 니토덴코 지시사항 등이 적힌 점을 강조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두 법인과 니토덴코를 하나의 사업단위로 보려면 법인격 부인까지 나아가야 한다고 설시했다. 재판부는 "친자회사 사이에 있어 상호 상당 정도의 인적·자본적 결합관계가 당연하다"며 "한국옵티칼 임직원이 니토덴코 임직원 신분을 겸유하거나 모회사(니토덴코)가 자회사(한국옵티칼과 니토옵티칼) 전 주식을 소유해 강한 지배력을 가졌다는 사정만으로는 모회사가 자회사의 독자적 법인격을 주장하는 것이 허용되지 않는다고 보기 부족하다"고 했다. 이어 "적어도 자회사가 독단적 의사 또는 존재를 상실하고 모회사가 자신의 사업 일부로 자회사를 운영한다고 할 정도로 완전한 지배력을 행사하고 있을 것이 요구된다"고 덧붙였다.

해고노동자와 노조를 대리한 탁선호 변호사(금속노조 법률원)는 "하나의 사업 또는 사업단위로 봐달라는 변론에 대해 원고가 주장하지도 않은 법인격 부인의 판례를 가져와 판시하고 있다"며 "재판부가 노동법에 대해 무지할 뿐 아니라 기존 판례보다 엄격한 기준을 내세운 것"이라고 지적했다.

법인격을 부인하는 법리는 법인격이 형식에 불과하고 실제 배후에 있는 개인이나 다른 법인의 분신으로 활용돼 책임을 고의로 회피하려 할 때 적용하는 법리다. 한국옵티칼 집단해고 사건에서 노동자와 금속노조는 니토덴코가 한국옵티칼과 니토옵티칼 법인을 앞세워 책임을 회피하려 한다고 주장한 것이 아니라, 세 법인이 하나의 사업단위를 이루고 있어 고용승계 혹은 해고회피 노력 책임이 있다는 것을 주장한 것인데 법인격 부인 법리를 적용하는 것은 난데없다는 의미다.

글로벌기업 '매트릭스 조직' 경영학 공들여 설시

니토덴코가 동아시아 관련 사업을 이른바 '매트릭스 조직'으로 구성해 운영하는 것도 보편적이라고 변호했다. 재판부는 "글로벌 기업집단이 전 세계 차원에서 기능·제품·지역·사업 조직을 교차 결합해 구성원이 2개 이상 조직에 동시에 소속되는 매트릭스 조직 구성은 보편적"이라며 "니토덴코는 매트릭스 조직 형태를 취해 지역 측면에서 한국·중국·대만 등 지역별로 자회사를 두고 기능 측면에서 제조·품질 본부를 둬 기능·조직 측면에서 두 법인이 니토덴코 사업부 산하라고 해도 기능 조직과 독립적 지역 조직이 운영되므로 의사결정권을 행사할 수 있다"고 판결했다.

게다가 해고노동자쪽 주장은 부단히 축소됐다. 니토덴코 예산서에 두 법인의 투자, 재무, 인사, 계약 같은 경영사항 의사결정 기준이 명시돼 있지만 "자회사 의사결정은 자회사 결의에 따라 이뤄지고 니토덴코에는 사전협의나 사후보고만 거치면 충분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가격과 관련해서도 재판부는 "편광필름 할인율이나 할인 영양핵에 대해 니토덴코 가격심의회 심의를 거치도록 한 것은 가격 설정 가이드라인을 둔 것이고, 두 자회사는 심의 뒤 최종적으로 판매가격을 결정할 수 있었다"고 봤다. 2심 과정에서 제출된 생산관리팀 직원 업무수첩에서 확인된 니토덴코 자회사 간 인력 교류에 대해서는 "일시적 파견이 있었다는 사정만으로 인적 조직이 하나의 사업목적을 위해 결합됐다고 볼 만큼 밀접하게 관련돼 운영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의미를 축소했다. 업무수첩 기재 내용도 니토덴코 사업부 회의에 참가한 메모에 불과해 논의 내용 준수 의무가 있다고 보지 않았다.

니토덴코 요청 다른 납품처 변경을 구매처 요청으로 뒤바꿔

2022년 10월 한국옵티칼 구미공장 화재 뒤 물량이 니토옵티칼 평택공장으로 이전된 상황에 대해서는 재판부가 사실관계를 오인한 정황도 있다. 재판 과정에서 한국옵티칼로부터 편광필름을 납품받던 엘지디스플레이가 한국NCP에 제출한 사실조회 답변서가 증거로 제출됐다. 해당 답변서에서 엘지디스플레이는 "니토덴코 요청에 따라 공급처를 변경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재판부는 엘지디스플레이가 한국옵티칼 해산 뒤 니토덴코에 조달을 요청한 것으로 판시했다. 사실이 다른 것이다.

재판 과정에서 한국옵티칼로부터 편광필름을 납품받던 엘지디스플레이가 한국NCP에 제출한 사실조회 답변서가 증거로 제출됐다. 해당 답변서에서 엘지디스플레이는 니토덴코 요청에 따라 공급처를 변경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재판부는 엘지디스플레이가 한국옵티칼 해산 뒤 니토덴코에 조달을 요청한 것으로 판시했다. 사실이 뒤바뀐 것이다.

탁 변호사는 "제출한 다양한 증거와 관련한 사실인정은 예산서와 함께 종합적으로 봐 판단해야 하는데 예산서를 배제하고 직접 증거가 보이지 않는다고 판단했다"고 비판했다. 해고노동자와 노조는 법률 검토와 조합원 논의를 거쳐 상고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판결 직후 배현석 노조 한국옵티칼하이테크지회장은 "항소심 과정에서 주요 의사결정은 니토덴코의 승인과 결재가 필요했고 구미와 평택 공장이 하나의 사업체계로 운영된 것이 드러났다"며 "그렇다면 구미공장 폐쇄는 사업 전체 종료가 아니라 일부의 중단에 불과해 고용유지 노력을 다해야 함에도 노동자만 거리로 내몰았고, 법원은 이런 실질보다 형식을 더 크게 봤다"고 꼬집었다.

한국옵티칼은 니토덴코 자회사로 2022년 10월 화재 뒤 2022년 11월 청산을 결정했고 노동자를 해고했다. 노동자들은 4년 가까이 니토덴코의 또 다른 자회사인 니토옵티칼로 고용승계를 요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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