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738일 간의 기다림’ 신지은 LPGA투어 스코틀랜드 오픈 우승 “노력으로 얻은 우승…잘 버틴 나, 칭찬해”
1996년 비키 퍼곤 이후 30년 만의 ‘공백 극복’
3연속대회 한국인 선수 우승, 올시즌에만 6승
마지막 메이저 ‘AIG 오픈’서 이을 상승세 기대

[스포츠서울 | 장강훈 기자] 골프는 기다림의 스포츠다. 반나절가량 18개 홀을 정복하는 동안 수많은 변수와 마주한다. 특히 인간이 통제할 수 없는 자연은, 골프가 ‘기다림의 미학’이라는 명제를 완성하는 최대 변수다.
신지은(33)이 모진 바람을 뚫고 3738일 간의 기다림 끝에 웃었다. 입가엔 미소가 떠나지 않는데, 눈에선 눈물이 뚝뚝 떨어졌다. “선수생활을 그만둘 때가 다가오고 있다”는 좌절과 “다시 할 수 있다”는 희망을 교차하며 보낸 10년 2개월 25일이 주마등처럼 스쳐지나는 표정을 숨기지 못했다.

신지은은 26일(한국시간) 스코틀랜드 노스 에어셔 던도널드 링크스(파72·6543야드)에서 열린 ISPS 한다 스코틀랜드 여자오픈(총상금 200만 달러) 최종라운드에서 버디 2개를 잡았지만 보기 5개를 범해 3타를 잃었다. 최종 합계 9언더파 279타.
5타 차 선두가 아니었다면, 후반 첫홀에서 버디를 낚아 마음의 여유를 찾지 못했더라면 환희의 눈물을 흘릴 기회를 잃었을 수도 있는 성적. 그러나 신지은은 2위 김아림(31·메디힐)을 2타 차로 따돌리고 정상에 우뚝 섰다. 2016년 5월 볼런티어스 오브 아메리카 텍사스 슛아웃에서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생애 첫승을 따낸지 3738일 만의 우승이다.

신지은은 “지난 사흘만큼 샷이 되지는 않았다”면서도 “3라운드 때만큼 긴장하지는 않았지만, 3연속 보기를 하고나니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잘 버텨내서, 스스로 자랑스럽고 행복하다”며 웃었다.
그는 “10년 전 우승 때는 ‘우승했나?’라는 생각을 할정도로 실감을 못했다. 우연히 얻은 우승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라며 “이번에는 완전히 다르다. 내가 노력해서 이뤄낸 것 같다”고 감격했다.

LPGA투어에서 생애 두 번째 우승을 따낸 신지은은 생애 첫 ‘와이어 투 와이어 우승’이라는 새 이정표를 새겼다. 더불어 1996년 비키 퍼곤(미국)이 12년 3개월6일 만에 우승을 따낸 이래 30년 만에 10년 이상 ‘우승 공백기’를 극복한 선수로 이름을 올렸다. 스코틀랜드 오픈에서 우승한 세 번째(2017년 이미향·2019년 허미정) 선수이기도 하다.
신지은의 우승으로 한국선수들은 LPGA투어에서 3연속대회 우승 릴레이를 이어갔다. 유해란이 KPMG 위민스 PGA챔피언십과 아문디 에비앙 챔피언십 등 두 차례 메이저대회를 연속 제패한 뒤 신지은이 스코틀랜드 우승으로 상승세를 이었다. 올시즌 LPGA투어에서 한국인 선수가 거둔 여섯 번째 우승이다.

30일부터 시즌 메이저대회 AIG 여자오픈이 열리는데, 내친김에 4연속대회 우승으로 올시즌 최다승(7승)을 질주 중인 미국의 아성을 무너뜨릴 수 있다는 기대감을 키웠다.
대회 첫날 6타를 줄여 공동 선두로 나선 신지은은 2, 3라운드 내리 5타 차 선두로 리더보드 최상단을 차지했다. 최종라운드를 앞두고 “5타 차 선두로 최종라운드를 시작한 적이 없어서, 어떤 기분일지 모르겠다. 그저 더 많이 연습하는 게 최선”이라고 긴장감을 드러낸 신지은은 절체절명의 위기를 침착하게 벗어나 기다리던 트로피를 품에 안았다.

5타 차 단독 선두로 최종라운드를 시작한 그는 6번홀(파3)부터 3연속홀 보기를 저질러 2위 그룹에 3타 차 추격을 허용했다. 이날 비는 내리지 않았지만, 경기 시작부터 거세게 분 바람이 과감한 공략을 주저하게 만들었다.
전반을 2타 차 선두로 마친 신지은은 10번홀(파4)에서 첫 번째 버디를 낚은 뒤 12번홀(파4)에서 징검다리 버디로 2위 그룹과 격차를 벌렸다. 16번홀에서 또 한 번 보기를 범한 그는 3타 차 선두로 시작한 18번홀(파5) 티샷이 우측 러프에 있는 가시덤불에 빠져 마지막 위기를 맞았다.

침착하게 레이업에 성공한 신지은은 욕심부리지 않고 다시 한 번 레이업을 선택해 네 번째 샷 만에 온그린했다. 까다로운 라인이지만 ‘붙이기’ 전략으로 응수했고, 예정된 ‘시나리오’대로 투 퍼트(보기)로 경쟁자들을 물리쳤다.
신지은이 우승을 확정하자 준우승한 김아림을 비롯해 이미향 전인지 김효주 최혜진 등 한국인 선수들이 일제히 달려나와 물과 샴페인 세례를 퍼붓는 ‘격한 축하’를 마다하지 않았다. 눈물과 미소를 동시에 담은 신지은은 팀 메이트들과 포옹하며 우승 감격을 만끽했다. zzang@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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