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쉬기조차 힘든 ‘극한 더위’…도심의 일상마저 멈춰 세웠다
냉방시설 갖춘 백화점·카페·워터파크 등 인파 몰려

"밖에 조금만 걸어도 땀이 줄줄 납니다. 에어컨이 있는 곳에 들어가 시원한 음료 아무거나 마시고 싶은 날씨예요."
폭염중대경보가 확대된 26일 대구·경북의 일상은 한낮 불볕더위 앞에 멈춰 섰다. 주말이면 인파로 붐벼야 할 도심 거리와 동해안 해수욕장은 한산했고, 시민들은 냉방시설을 갖춘 백화점과 카페, 나무그늘과 계곡으로 몸을 피했다.
이날 오후 1시께 대구 중구 동성로 일대. 머리 위로 햇볕이 쏟아지자 시민들은 휴대용 선풍기를 얼굴 가까이 대거나 양산과 가방으로 햇빛을 가린 채 발걸음을 재촉했다. 전단지를 부채 삼아 흔들거나 연신 이마의 땀을 닦는 모습도 곳곳에서 보였다.
친구와 함께 동성로를 찾은 김도연(20대·여)씨는 "밖에 조금만 걸어도 땀이 줄줄 난다"며 "에어컨이 있는 곳에 들어가 시원한 음료 아무거나 마시고 싶은 날씨"라고 말했다.
2·28기념중앙공원 앞 버스정류장 스마트쉘터에는 버스를 기다리며 더위를 피하려는 시민들이 몰렸다. 시민들은 얼린 생수병을 목 뒤에 대거나 물을 마시며 열기를 식혔다.

폭염은 바다를 찾은 피서객들의 발길마저 돌려세웠다.
포항 영일대해수욕장에는 강한 햇볕이 백사장 위로 그대로 쏟아졌다. 뜨겁게 달궈진 모래 위를 걷던 피서객들은 물가와 파라솔 그늘로 발길을 돌렸다. 바닷물에 들어간 사람도 있었지만 백사장에 오래 머무르는 피서객은 드물었다.

송도해수욕장도 넓은 백사장에 피서객들이 드문드문 자리했을 뿐 한산했다. 햇볕에 노출된 공원 벤치와 산책로는 비어 있었고, 시민들은 나무그늘 아래 모여 앉았다.
경주 동해안 해수욕장에는 적막감마저 감돌았다. 낮 12시께 감포읍 나정해수욕장은 피서 최성수기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조용했다. 해변을 따라 늘어선 천막 방갈로 대부분이 비어 있었고, 바닷물에 들어간 피서객도 한눈에 헤아릴 수 있을 정도였다.

영덕군 병곡면 고래불해수욕장도 예년 성수기의 북적임 대신 한결 여유로운 모습을 보였다. 파라솔 곳곳이 비어 있었고, 일부 관광객은 짧게 물놀이를 한 뒤 뜨거운 햇볕을 피해 해변을 빠져나갔다.
도심과 해수욕장이 한산해진 것과 달리 계곡과 물놀이장은 활기를 띠었다.
영천 치산관광지 계곡과 캠핑장에는 가족과 연인, 친구 단위 방문객들이 모였다. 아이들은 차가운 계곡물에서 물장구를 쳤고, 어른들은 울창한 나무그늘 아래 돗자리를 펴고 쉬었다.
아이들과 치산관광지를 찾은 최모(40대)씨는 "폭염 때문에 아이들과 집에만 있을 수 없어 계곡을 찾았다"며 "시원한 물과 그늘 덕분에 더위를 잊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청송군 주왕산면 얼음골에도 피서객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계곡 그늘마다 가족 단위 관광객들이 자리를 잡고 텐트를 치거나 차가운 물에 발을 담갔다. 비가 적어 계곡 수량은 예년보다 줄었지만 울창한 숲과 인공폭포에서 쏟아지는 물줄기는 도심의 열기를 잊게 하기에 충분했다.
대구에서 가족과 함께 얼음골을 찾은 손병주(60)씨는 "폭염 때문에 실내만 찾다가 자연 속에서 하루를 보내려고 왔다"며 "계곡물에 발만 담가도 몸이 금세 시원해지고 아이들도 좋아한다"고 말했다.
의성군 안계면 위천생태공원 구천교 아래에서는 어린이들이 대형 풀장과 에어슬라이드를 오가며 더위를 식혔다. 보호자들은 교량 그늘과 차양막 아래에서 아이들의 물놀이를 지켜봤다.
이날 오전 11시 기준 대구 중부와 달성남부·달성북부에 폭염중대경보가 추가 발효됐다. 경북에서는 기존 경주와 포항에 이어 경산과 청도까지 대상 지역이 확대됐다.
이날 지역별 낮 최고 기온은 경북 경주(대표지점)이 39도를 기록해 대구경북에서 제일 높았으며 고령 38.1도, 대구 36.8도, 구미 37.3도, 안동 35.4도 등을 기록했다.
비공식 기록인 자동기상관측장비(AWS) 측정 기온은 포항 기계 38.8도, 경산 하양 38.3도, 청도 금천 37.5도 등을 기록했다. 전국적으로는 경남 밀양 등이 39.3도를 기록해 가장 높은 기온을 기록했다.
좀처럼 꺾이지 않는 극한더위는 대구·경북의 주말 풍경까지 바꿔놓았다. 시민들은 햇볕이 내리쬐는 거리와 백사장 대신 에어컨이 돌아가는 실내와 계곡, 나무그늘과 물놀이장을 찾아 하루를 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