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불 딛자 병해충 덮쳤다…안동 사과농가 ‘이중고’

오종명 기자 2026. 7. 26. 19:09
음성재생 설정 이동 통신망에서 음성 재생 시 데이터 요금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글자 수 10,000자 초과 시 일부만 음성으로 제공합니다.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부란병·해충 확산에 방제비 부담 가중…“생산 회복까지 장기 지원 절실”
경북농기원 방제기술 연구 착수…현장 맞춤형 대책 마련 요구
▲ 산불 피해 복구가 채 끝나기도 전에 부란병과 각종 해충 피해가 이어지면서 농민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안동시 길안면의 한 사과농가. 오종명 기자

지난 3월 대형 산불을 견뎌낸 안동지역 사과농가가 이번에는 병해와 해충 확산이라는 새로운 위기에 직면했다. 산불 피해 복구가 채 끝나기도 전에 부란병과 각종 해충 피해가 이어지면서 농민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안동지역 한 사과 재배 농업인은 "산불로 산의 나무들이 대부분 타거나 말라버리면서 벌레들이 살아 있는 사과나무로 몰려드는 것 같다"며 "예년보다 해충 발생이 훨씬 심해졌다"고 말했다. 이어 "농업기술센터 권고에 따라 방제를 하고 있지만 지금은 약제를 여러 차례 살포하고 방제 횟수를 늘려도 효과가 예전 같지 않다"며 "방제 비용은 늘고 노동 부담도 커지고 있다"고 토로했다.

농민들은 최근 이어지는 폭염도 병해 확산을 부추기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산불로 생육환경이 악화된 상태에서 고온과 가뭄이 겹치면서 나무의 수세가 약해졌고, 이로 인해 부란병 등 병해 발생이 늘고 있다는 것이다.

다만 산불과 병해충 발생의 직접적인 인과관계는 보다 면밀한 조사와 과학적인 분석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농가들은 안동시농업기술센터와 전문가들이 현장 조사를 통해 원인을 규명하고 농가별 맞춤형 방제 대책을 제시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 부란병에 걸린 사과나무. 오종명 기자

산불 피해 지원제도 개선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길안면의 한 농업인은 "산불로 폐원한 과수원을 다시 조성해 정상적인 수확을 하려면 최소 5년 이상 걸린다"며 "현재 일부 대출은 3년 정도만 연장되는데 그 기간 안에는 소득이 없어 상환이 사실상 어렵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농민에게 사과나무는 생계 그 자체"라며 "복구비 지원에 그칠 것이 아니라 생산이 정상화될 때까지 장기 금융지원과 소득 보전대책이 함께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다른 농업인은 "같은 지역에서도 병해충 피해 정도가 농가마다 다르다"며 "현장 조사와 연구를 통해 정확한 원인을 밝히고 효과적인 방제기술을 보급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지역 농업계는 산불 피해가 단순히 화재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병해충 증가와 생육 악화, 생산성 저하 등 장기적인 피해로 이어질 가능성이 큰 만큼 행정기관과 연구기관이 참여하는 종합적인 실태조사와 중장기 지원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경북농업기술원도 부란병 확산에 대응하기 위한 연구를 진행 중이다.

기술원이 지난 5월 안동과 청송 등 사과 주산지 4개 시·군 12개 대표농가를 조사한 결과 부란병 평균 발병률은 2.4%로 나타났다. 수치만 보면 높지 않지만 부란병은 한 번 발생하면 나무를 고사시키는 치명적인 병해여서 지속적인 관리가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이에 기술원은 지난해 예비시험을 거쳐 올해 새로운 방제 약제에 대한 현장 실증시험을 진행하고 있다. 모두 세 차례 시험을 통해 효과를 검증한 뒤 상용화 여부를 검토하고 내년에도 관련 연구를 이어갈 계획이다.

경북농업기술원 관계자는 "부란병은 단순한 발생률보다 나무를 말려 죽이는 피해가 더 심각한 병해"라며 "조기 예찰과 신속한 제거가 무엇보다 중요하며 효과적인 방제기술 개발에도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3월 대형 산불로 삶의 터전을 위협받았던 안동 사과농가. 산불의 상처가 채 아물기도 전에 병해와 해충이 과수원을 덮치면서 농민들은 또 다른 생존의 시험대에 서 있다. 농가들은 일회성 복구 지원을 넘어 생산 기반이 회복될 때까지 이어지는 실질적인 지원과 과학적 병해충 관리체계 구축이 절실하다고 호소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