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르포]대구 ‘찜통더위’ 스팟별 체감온도 ‘양극’…아스팔트 도심 ‘헐떡’, 공원 그늘은 ‘숨통’

구경모(대구)·김민진·동경민·안성태·홍예원 2026. 7. 26. 1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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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대구 ‘폭염 중대 경보’
도심, 열기 속 그늘 찾아 종종걸음
녹지, 그늘, 바람 덕에 한낮 산책·운동 이어져

폭염특보 중 가장 높은 단계인 '폭염중대경보'가 전국을 덮친 26일, 대구도 낮 최고기온이 37.8℃까지 치솟으며 '찜통 더위'가 기승을 부렸다. 가만히 서 있어도 숨이 턱 막히는 더위가 주말 도심을 덮쳤지만, 같은 대구에서도 장소에 따라 시민들이 느끼는 더위는 뚜렷하게 달랐다. 영남일보 취재진이 대구 도심과 공원 등 주요 '핫 스팟(HOT+SPOT)'을 직접 찾아 땡볕과 녹지 공간의 체감온도를 비교해봤다.

◆반월당·범어네거리, 아스팔트 위로 치솟은 열기

폭염중대경보가 내려진 26일 오후 대구 수성구 범어네거리에서 시민들이 거리를 걷고있다. 홍예원 수습기자

이날 오후 1시쯤 찾은 수성구 범어네거리의 땡볕 아래 온도는 36℃, 체감온도는 40℃에 달했다. 곧바로 내리꽂는 햇볕과 달궈진 아스팔트 열기로 숨이 턱 막힐 정도였다. 시민들의 얼굴엔 폭염에 지친 기색이 역력했다. 양산과 손선풍기로 얼굴을 가린 이들이 상당했고, 일부는 생수를 들이켜거나 가로수 밑에 멈춰 서 땀을 식히기도 했다. 보행자들이 햇빛이 내리쬐는 인도를 피해 가로수와 횡단보도 그늘막을 따라 걸었지만 이마저도 무용지물이었다. 김은영(32·여·수성구)씨는 "도심이다 보니 차량 보닛과 아스팔트에서 올라오는 열기가 심하다"며 "그늘을 따로 이동해도 열기도 올라와 숨이 턱턱 막힌다"고 말했다.

폭염중대경보가 내려진 26일 오후 대구 중구 동성로 일대에서 시민들이 쿨링포그가 뿜어내는 물안개를 맞으며 더위를 식히고 있다. 김민진 수습기자

같은 시각 동성로 일대도 상황은 비슷했다. 빽빽한 빌딩 숲 사이로 열기가 가득했다. 중구 중앙파출소삼거리 일대서 쿨링포그가 물안개를 연신 뿜어댔지만, 아스팔트 위로 핀 아지랑이를 막기엔 역부족이었다. 임유선(여·42·중구)씨는 "아스팔트와 건물에서 올라오는 열기 때문에 더 덥게 느껴진다"며 "쿨링포그가 나오는 곳으로 왔는데도 열기가 상당하다. 손선풍기에서 뜨거운 바람이 나올 정도"라고 했다. 타지역에서 대구를 찾은 관광객들도 도심 열기에 혀를 내둘렀다. 대전에서 여행 온 강하은·정지아(20)씨는 "대구에 도착하자마자 대전보다 더 덥다는 것을 온몸으로 느꼈다"며 "동성로가 유명하다고 해 찾았는데 햇볕이 그대로 내리쬐니 오래 걷기 힘들다"고 말했다.

◆두류공원·수성못, 그늘 따라 이어진 시민 발길

폭염중대경보가 내려진 26일 오후 대구 수성구 수성못에서 시민들이 나무 그늘이 아래 벤치에서 쉬고있다. 동경민 수습기자

시민들이 도심 아스팔트 위에서 땡볕을 피해 종종걸음을 친 것과 달리, 숲이 울창해 나무 그늘이 햇빛을 가린 도심 공원은 한낮에도 산책하거나 운동하는 시민들이 적잖았다. 열섬 현상이 덜해 도심 한복판보다 더위를 견딜 만했기 때문이다. 실제 이날 낮 12시30분쯤 찾은 대구 수성구 수성못 일대 산책로엔 시민들의 발길이 꾸준히 이어졌다. 대구 북구에서 수성못을 찾았다는 유인숙(59)·조재현(66)씨 부부는 "덥지 않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이미 산책로 한 바퀴를 돌았다. 나무 그늘과 물바람이 있는 산책로가 도심보단 확실히 덜 덥다"고 입을 모았다. 이들은 "장마가 끝난 뒤 사람이 돌아다니기 힘들 정도로 더워졌지만 집에만 있으면 몸이 처져 나왔다"며 "이열치열이라 생각했는데, 걱정한만큼의 더위는 아니었다"고 말했다.

폭염중대경보가 내려진 26일 오후 대구 달서구 두류공원에서 시민들이 나무 그늘 아래 앉아 휴식을 취하거나 운동을 하며 더위를 식히고 있다. 안성태 수습기자

비슷한 시각 달서구 두류공원에서도 나무 그늘 아래 앉아 더위를 식히거나 산책을 즐기는 시민들이 눈에 띄었다. 박형극(72·달서구)씨는 "리비아와 사우디아라비아에서 10년 동안 근무했는데 지금 대구의 더위도 체감상 그곳과 비슷하다"며 "안 그래도 습도가 높은데, 그늘이 없는 곳에선 돌아다닐 수 없다. 두류공원에 그늘이 많아 그나마 살 것 같다"고 했다. 이곳에서 달리기를 하던 이동영(33·달서구)씨는 "콘크리트 위를 달리면 열기가 그대로 올라오지만 두류공원은 나무가 잘 조성돼 있어 신천보다도 시원한 편"이라며 "연못과 그늘 덕분에 달리기에도 좋은 환경"이라고 했다.

구경모(대구)·김민진·동경민·안성태·홍예원기자 kk0906@yeongna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