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면 디자인 끝"…AI 입은 신발 브랜드

안혜원 2026. 7. 26. 1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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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 로봇으로 생산량 30% 늘려
아디다스, 3D프린팅 공정 단축
60~90일 작업기간 하루로 줄어
저임금 대량 생산시대 저물듯

거대한 로봇의 팔에 달린 노즐에서 실처럼 가느다란 특수 필라멘트가 뿜어져 나온다. 사람의 발 모양을 본뜬 밑창 주변을 빠르게 회전하자 실이 겹겹이 쌓이며 순식간에 운동화 윗부분인 갑피가 만들어졌다. 재단사도, 봉제공도 없이 순식간에 운동화 하나가 완성됐다. 러닝화 브랜드인 온이 로봇 기술로 신발을 생산하는 모습이다. 갑피를 성형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단 3분. 과거에 수주가 걸렸던 작업을 로봇 한 대가 단 몇 분 만에 끝낸 것이다.

 ◇로봇 도입해 생산량 30배 확대

로봇, 인공지능(AI) 등 신기술이 운동화 산업의 생산 방식을 바꾸고 있다. 운동화는 패션 제품 가운데서도 수작업 비중이 높아 양산까지 걸리는 시간이 긴 품목으로 꼽힌다. 디자인과 기능성 소재를 개발하고 수차례 샘플을 제작해 성능을 검증해야 하는 데다, 원단 재단과 봉제, 갑피와 밑창의 접착·조립 등 제조 공정도 복잡하다는 문제가 있었다.

26일 패션업계에 따르면 온은 신제품 ‘클라우드붐 스트라이크’ 2세대 모델을 오는 30일 국내 출시하기 위해 로봇 공장을 풀가동 중이다. 부산에 완전 자동화 로봇을 갖춘 생산시설을 세웠다. 이 공장에서 로봇 32대가 하루에 1000켤레씩 운동화를 만들어 낸다. 그동안 온은 스위스 취리히 본사에서 4대의 로봇으로 소량 생산을 해왔다. 올해 부산 공장에 로봇 32대를 더 들여놓자 생산량은 30배 이상 확대됐다.

여기에 3차원(3D) 프린팅 기술이 더해지면서 운동화 생산 공정에서 재단이나 접착·봉제 과정 자체가 사라지는 분위기다. 아디다스가 올해 재출시한 ‘클라이마쿨 레이스드’는 디지털 광합성 방식의 3D 프린팅 기술을 활용해 신발을 하나의 구조물처럼 출력한 제품이다. 신발 형태를 한 번에 구현하면서 부품 수와 조립 공정을 줄였다. 컴퓨터에서 디자인 파일만 수정하면 공장에서 별도의 금형을 만들지 않고도 언제든지 다른 형태로도 생산할 수 있다.

 ◇6주 걸리던 디자인 하루 만에

디자인 작업도 AI가 대체하고 있다. 이랜드월드는 국내 출시되는 뉴발란스 디자인 일부를 AI에 맡기고 있다. 기존에는 디자이너가 국내외 판매 데이터를 분석해 여러 시안을 만들고 실물 샘플을 반복 제작해야 했던 작업이다. 최근엔 AI가 방대한 시장 데이터를 분석해 유행 가능성이 높은 색상과 형태를 제안하고 가상 디자인으로 구현한다. 기존에 디자인 개발과 검토 작업을 위해 들이던 시간이 평균 6주에 달했지만, 최근엔 하루 수준으로 단축됐다.

업계에서는 공급망 구조도 크게 달라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저임금 지역 공장에서 대량 생산해 세계 각지로 운송하던 생산 방식에서 벗어나 소비시장 인근에서 수요에 맞춰 생산하는 분산형 체계로 전환될 수 있다. 패션업계 관계자는 “운동화 생산 방식이 한 세기 만에 완전히 뒤바뀌는 것”이라며 “생산 경쟁력의 기준도 규모의 경제에서 자동화 설비 운용 능력으로 이동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안혜원 기자 anh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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