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여순사건 치유센터, 국가폭력 한 풀어야

여순 10·19사건 희생자와 유족의 상처를 보듬을 전담 치유센터가 순천에 문을 열었다. 상담과 심리교육, 미술·음악·원예치유, 신체 재활은 물론 거동이 불편한 고령 유족을 위한 방문 치유까지 맡는다. 뒤늦게나마 국가폭력 피해자의 고통을 공적 영역에서 돌보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1948년 10월 발생한 여순사건은 여수 주둔 제14연대 일부 군인의 봉기에서 시작됐다. 군의 시각에서만 보면 반란으로 규정할 수 있지만, 사건의 전체 성격과 역사적 책임은 그 과정에서 자행된 무고한 민간인 희생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진압군과 경찰, 좌ㆍ우익에 의해 수많은 주민이 적법한 절차도 없이 희생됐고, 살아남은 이들마저 좌익과 우익이라는 이분법 속에서 끊임없이 낙인찍혔다.
당시 주민들은 역사의 소용돌이 속에서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좌우 진영에 휩쓸렸다. 어느 편에 섰는지조차 분명하지 않은 채 '빨갱이'로 몰려 목숨을 잃었고, 가족들은 희생 사실을 말하지도, 억울함을 호소하지도 못한 채 침묵해야 했다. 그 상처는 한 세대에서 끝나지 않았다.
유족들은 연좌제와 국가보안법의 굴레 속에서 1980년대까지 30년 넘게 고통받았다. 여순사건 관련자의 가족이라는 이유만으로 공직과 군 입대, 취업과 사회활동에서 배제됐다. 억울한 죽음에 이어 후손에게까지 가해진 또 하나의 국가폭력이었다.
이번 치유센터는 단순한 상담기관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생존 희생자와 유족이 두려움 없이 기억을 말하고, 국가로부터 위로와 존중을 받으며, 오랜 한을 풀 수 있는 공간이 돼야 한다. 진상규명과 명예회복, 배상과 추모가 함께 이뤄질 때 비로소 진정한 치유가 가능하다. 국가는 더 늦기 전에 여순사건 피해자들의 상처를 끝까지 책임져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