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우석 박사 "누리호는 출발선…'재사용 기술'에 우주 패권 달려"
설우석 한국항공우주연구원 박사
"차세대 재사용 발사체 핵심"
민간 주도 뉴스페이스 전환점
"우주패권 열쇠는 기술력 확보"


"우주 시대의 패권은 발사 비용을 낮추는 재사용 기술에 달렸습니다. 우리는 아직 샴페인을 터뜨릴 때가 아닙니다. 냉정한 현실 인식 속에서 쉼 없이 기술 개발에 매진해야 합니다."
누리호(KSLV-Ⅱ) 액체엔진 개발의 주역인 설우석 한국항공우주연구원 박사가 순수 국내 기술로 쏘아 올린 우주발사체의 험난한 개발사와 글로벌 우주 경쟁의 현실을 풀어냈다.
설 박사는 로켓의 역사와 '뉴 스페이스' 시대의 도래를 통해 세계 우주 패권이 어떻게 이동해왔고, 대한민국이 아무런 기반도 없던 척박한 환경 속에서 어떤 궤적을 거쳐 누리호를 완성했으며, 치열한 생존 경쟁 속에서 앞으로 어떤 비전을 좇아야 하는지를 짚었다.
지난 23일 전남일보 본사 승정문화관에서 열린 '제7기 전남일보 소울푸드 아카데미' 4강에서 설 박사는 '우주발사체'를 주제로 치열한 글로벌 우주 경쟁의 현실과 한국 우주 산업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했다.
30여년 국산 로켓 개발 헌신한 전문가
설 박사는 30여년간 국산 로켓 엔진 개발에 헌신한 국내 최고의 항공우주 엔진 전문가다. 국내 최초 액체추진 과학로켓 KSR-Ⅲ부터 우주발사체 나로호(KSLV-Ⅰ)를 거쳐 누리호의 심장인 75톤급 액체엔진 완성까지 대한민국 우주 개발의 궤적을 함께해 왔다.
이날 설 박사는 "2년 전 우주가 꿈이 아닌 현실의 공간이 되었다고 말씀드렸는데, 그사이 우주 공간은 막대한 부를 창출하는 거대한 시장으로 변모했다"며 그 중심에 있는 일론 머스크의 '스페이스X'를 화두로 던졌다.
설 박사는 "스페이스X가 전 세계 우주 산업을 독점하다시피 석권하고 있는 핵심은 '발사 비용 절감'에 있다"고 진단했다. 과거 미국의 새턴 5호나 러시아의 발사체가 1㎏당 수만달러의 비용이 들었던 반면, 스페이스X는 재사용 기술인 팰컨(Falcon) 발사체를 통해 이를 1500달러 수준까지 획기적으로 낮췄다는 것이다.
이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위력을 입증한 '스타링크' 역시 수백개의 위성을 한 번에 저렴하게 쏘아 올릴 수 있는 발사체 경쟁력이 있었기에 가능했다"며 "과거 국가 주도의 체제 경쟁이었던 우주 개발이 이제는 민간 기업이 수익을 창출하는 '뉴 스
페이스(New Space)' 시대로 완전히 전환됐다"고 설명했다.
척박했던 한국형 발사체 환경
강연 중반부는 척박했던 한국형 발사체의 개발 비화로 채워졌다. 설 박사는 "아무런 기반이 없던 초기, 한국통신(KT)의 무궁화 위성 발사 당시 프랑스령 기아나 우주센터에서 한 달간 발사 준비 과정을 속속들이 지켜볼 수 있었던 트레이닝 프로그램이 큰 밑거름이 됐다"고 회고했다.
또한 "시험 설비조차 없어 경제난을 겪던 러시아로 건너가 수많은 실패 속에서 러시아 과학자들과 함께 고민하며 노하우를 습득해야 했다"고 털어놓았다.
누리호 개발 철학에 대해서도 의미 있는 뒷이야기를 전했다. 설 박사는 "유독성 추진제를 배제하고, 개발과 운영비를 줄이기 위해 액체산소와 케로신을 단일 연료로 채택했다"며 "흥미롭게도 우리의 이 개념이 훗날 우주 시장을 장악한 스페이스X의 팰컨 발사체와 매우 유사한 철학이었다"고 덧붙였다.
1차 발사 당시 헬륨 탱크 지지대 부력 계산 오류로 인한 뼈아픈 실패를 철저한 데이터 분석으로 극복하고 2차 발사에서 완벽한 성공을 이뤄낸 사연도 청중의 이목을 사로잡았다.
"차세대 재사용 발사체 개발 중요"
설 박사는 향후 한국 우주 개발의 비전으로 '한국형 발사체 고도화'와 '차세대 발사체 개발'이라는 두 축을 제시했다. 누리호 기술은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등 민간 기업으로 이전해 상용화와 효율성을 높이고,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은 2032년 달 착륙선 발사를 목표로 메탄 기반의 '재사용 발사체' 개발에 사활을 걸겠다는 계획이다.
마지막으로 설 박사는 지역 리더들을 향해 뼈있는 당부를 남겼다.
그는 "스페이스X 경영진은 자신들이 나사(NASA)가 30년 넘게 축적한 기술의 어깨 위에 올라타 성공할 수 있었다고 말한다"며 "우리는 이제 겨우 인공위성 발사에 성공한, 아직 가진 것이 부족한 출발선에 서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우리는 결코 샴페인을 터뜨릴 때가 아니다. 냉정한 현실을 직시하고 쉼 없이 기술 개발에 매진해야만 치열한 글로벌 우주 패권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