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아침] 전남광주의 미래는 바다에 있다

올해 여름 대한민국의 섬이 세계의 중심에 서고 있다. 지난 7월 초 신안 자은도와 서남해 일원에서는 제20회 ISISA 세계섬학술대회가 열렸다. '섬의 공간과 시간'을 주제로 세계 40개국에서 약 400명의 연구자와 정책 전문가가 참여했고, 43개 학술세션과 216편의 논문 발표가 이어졌다. 특히 세계 섬의 평화와 지속가능발전을 위한 '신안 섬 선언문'을 채택하고 유엔에 '세계 섬의 날' 제정을 제안했다는 점은 의미가 크다. 한국의 섬이 더 이상 연구의 주변부가 아니라 세계 섬 담론을 이끄는 현장이 되었기 때문이다.
오는 9월 5일부터 11월 4일까지는 여수에서 세계 최초의 섬 주제 국제박람회가 열린다. '섬, 바다와 미래를 잇다'를 주제로 돌산 진모지구와 여수세계박람회장, 금오도와 개도 등에서 61일간 개최된다. 신안의 학술대회가 섬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지식으로 연결했다면, 여수세계섬박람회는 그 가치를 시민의 체험과 산업, 관광, 국제교류로 확장하는 무대이다. 두 행사는 따로 떨어진 일정이 아니라 한국 섬 정책이 세계로 나아가는 하나의 흐름으로 보아야 한다.
섬은 단순한 관광지가 아니다. 섬은 해양영토의 기점이며 수산자원과 생물다양성의 보고이고,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갯벌과 블루카본의 현장이다. 동시에 고유한 언어와 음식, 신앙, 공동체 문화를 간직한 생활공간이다. 햇빛과 바람을 주민소득으로 전환하고, 작은 공동체가 자원을 함께 관리하며, 제한된 환경 안에서 지속가능한 삶을 실험하는 미래사회의 축소판이기도 하다. 세계가 섬을 주목하는 이유는 아름다운 경관 때문만이 아니라 인류가 직면한 기후위기와 지역소멸, 에너지전환의 해답을 섬에서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점에서 전남광주통합특별시는 다른 시도와 분명히 달라야 한다. 광주는 민주주의와 문화예술, 인공지능이라는 강점을 지니고 있으며, 전남은 다도해와 갯벌, 섬 문화, 수산업과 재생에너지 기반을 품고 있다. 이 두 자산을 결합하면 '육지의 행정구역'이 아니라 '대륙과 해양을 잇는 섬·해양 특별시'라는 독자적 정체성을 만들 수 있다. 반도체와 인공지능만으로는 부산, 대구, 충청권과의 차별성이 약하다. 그러나 천 개가 넘는 섬과 세계적 갯벌, 동서로 이어지는 다도해는 다른 지역이 복제할 수 없는 자산이다.
다행히 전남광주대전환기획위원회 백서는 섬 정책의 방향을 비교적 구체적으로 제시했다. 섬 주민의 이동·의료·소득을 보장하는 '섬 기본사회권 책임제', 시장 직속 섬 정책 컨트롤타워, 개발사업이 섬 공동체와 생태계에 미칠 영향을 사전에 살피는 섬영향평가, 세계 섬 다양성 네트워크, 주민이 토지·빈집·관광시설과 재생에너지 자산을 공동으로 소유하는 주민자치특구가 포함됐다. 또한 전 국민 여객선 반값 여행과 목포·여수를 잇는 예술섬 아트크루즈, 갯벌·섬 생태축 보전과 블루카본·웰니스 관광의 연계도 담겼다. 이는 섬을 관광의 대상에 머물게 하지 않고 기본권, 자치, 생태, 산업을 결합한 정책공간으로 바라본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행사와 계획 이후이다. 국제행사가 끝난 뒤 시설만 남고 주민의 삶은 달라지지 않는다면 성공이라 말하기 어렵다. 여수세계섬박람회의 성과를 목포와 신안, 완도, 진도, 고흥 등 다도해 전역으로 확산하고, 광주비엔날레와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의 문화 역량을 섬 예술·생태관광과 연결해야 한다. 학술대회에서 구축된 국제 네트워크도 일회성 인연으로 끝내지 말고 정례적인 '세계 섬 포럼'과 공동연구, 청년 교류, 정책실험으로 이어가야 한다.
무엇보다 섬 정책의 주어는 섬 주민이어야 한다. 관광객 숫자보다 주민소득이 얼마나 늘었는지, 여객선 결항과 의료 공백이 얼마나 줄었는지, 청년이 돌아오고 공동체가 유지되는지를 성과로 평가해야 한다. 개발이 필요하더라도 섬의 수용력과 생태적 한계를 먼저 살피고, 해상풍력과 관광에서 발생하는 이익을 주민과 공유해야 한다.
2026년의 두 세계 섬 행사는 전남광주통합특별시에 질문을 던지고 있다. 다도해를 행정구역의 변두리로 둘 것인가, 아니면 도시의 정체성과 미래산업을 이끄는 중심으로 세울 것인가 하는 질문이다. 이제 전남광주는 섬을 품은 특별시를 넘어, 섬의 가치를 가장 잘 이해하고 주민의 삶을 가장 책임 있게 지키는 '세계 섬 정책 수도'로 나아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