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 단순 자연재해 아니다”···프랑스 투르드프랑스 단축·스페인 국가비상사태 선포 ‘최악 산불’로 30만명 망연자실

전현진 기자 2026. 7. 26. 1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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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 “극한 폭염·가뭄 탓 유럽 전역 다 말랐다”
대형 산불이 통제 불능 된 원인으로 꼽아
프랑스, 군 병력 투입 ‘소화제 20t 살포’ 수송기 배치
25일(현지시간) 산불이 발생한 프랑스 지롱드 지역 한 도로에 화재 진압을 위해 투입된 긴급 차량들이 줄지어 서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프랑스와 스페인을 덮친 대형 산불로 25일(현지시간) 기준 약 30만명이 대피했다. 기록적인 폭염과 가뭄이 낳은 ‘극한의 여름’이 대형 산불의 배경으로 지목된다.

가디언과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프랑스 남서부 지롱드·랑드 지역 산불로 약 19만7000명이, 스페인 마드리드 인근 산불로 약 7만명이 각각 대피했다. 스페인에서는 추가로 약 3만명이 이동 제한 조치를 받았다. 동부 발렌시아주에서는 산불로 1명이 숨졌다.

프랑스에서는 올해 들어 불에 탄 면적이 약 9만8000㏊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로랑 뉴녜스 프랑스 내무장관은 이를 “역사적 기록”이라고 밝혔다. 스페인도 올해 소실 면적이 약 13만㏊로 최근 10년 연평균 피해 규모를 이미 넘어섰다. NYT는 이번 산불로 양국을 합쳐 수십채의 주택과 캠핑장이 파괴됐으며 수십명의 소방관이 부상을 입었다고 전했다.

지롱드 산불 전선은 보르도 도심에서 약 32㎞ 서쪽까지 접근한 상태다. 세바스티앙 르코르뉘 프랑스 총리는 “이 산불은 자체적으로 바람을 만들어내고 있어 갑자기 방향을 바꿀 수 있다”며 “민방위 전문가들이 이런 현상을 접한 적이 없다”고 소셜미디어에 적었다. 보르도 시장 토마 카즈나브는 “도시 자체를 대피시킬 계획은 없지만 모든 가능성에 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프랑스 정부는 군 병력 1500명을 현장에 투입하고, 소화제 20t을 살포할 수 있는 A400M 군용 수송기를 처음으로 배치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루마니아·크로아티아·독일·포르투갈 등의 지원에 사의를 표하며 “우리는 재건하고 복구할 것”이라고 했다. 스페인은 사상 처음으로 산불에 대한 국가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산불은 세계적인 사이클 대회인 투르드프랑스에도 영향을 미쳤다. 프랑스 정부가 보안 인력을 화재 현장으로 재배치하면서 26일 열리는 최종 21구간(스테이지)이 기존 133㎞에서 89㎞로 단축됐다. 르몽드에 따르면 대회 조직위원회는 25일 “산불 피해 지역과 주민들과의 연대 정신 속에서 보안 인력 일부를 재배치하기 위해 구간을 변경했다”고 밝혔다.

페드로 산체스 스페인 총리는 “기후변화로 산불의 규모와 강도가 과거보다 훨씬 커지고 있다”며 기후위기 대응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스페인 보건 당국도 산불 연기로 초미세먼지 농도가 세계보건기구(WHO) 권고 기준을 크게 웃돌고 있다며 야외 활동 자제를 당부했다.

이번 산불은 단순한 자연재해가 아니라 올여름 서유럽을 덮친 기록적인 폭염과 가뭄이 누적된 결과라는 분석이 나온다. 유럽연합(EU) 기후변화 감시 서비스 코페르니쿠스는 지난달이 서유럽 역사상 가장 더운 6월이었다고 밝혔다.

개별 산불을 기후변화와 직접 연결 짓기는 어렵지만, 기후과학자들은 화석연료 사용에 따른 지구온난화가 폭염 발생 빈도를 높이고, 폭염과 가뭄이 숲의 수분을 빼앗아 작은 불씨에도 대형 산불로 번질 환경을 만든다고 지적한다.

사만다 버지스 코페르니쿠스 기후변화 서비스 부국장은 “유럽의 해수 온도 상승과 맞물린 폭염이 사람, 생태계, 기반 시설에 점점 더 큰 위험을 초래하고 있다”고 말했다.

요한 게오르크 골다머 글로벌화재모니터링센터 소장은 NYT에 “유럽 대륙이 말라가고 있다고 표현하겠다”며 “초목이 폭염과 가뭄 스트레스로 고통받고 있으며 이것이 누적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산불이 앞선 기상 이변과 “절대적으로” 연결돼 있다고 했다.

실제로 소방관들이 화재로 사투를 벌이고 있는 프랑스 서부 지역은 폭염의 중심지였던 곳이라고 NYT는 지적했다. 화재로 수천명이 교외에서 대피한 보르도시는 지난 6월 말 기록적인 폭염을 겪었다. 당시 기온이 3일 연속 42도까지 치솟은 바 있다. 지난달 1일부터 기온이 35도 이상이었던 날도 20일로 파악됐는데 지난해 같은 기간엔 5일뿐이었다. 이 기간 비가 온 것은 3일뿐이었고 그마저 소량에 그쳤다.

유럽 ​​산불 정보 시스템에 따르면 프랑스는 2006년부터 2015년까지 평균적으로 매년 15건의 산불이 발생했는데, 올해는 312건의 산불이 발생했다. 프랑스 등 서유럽 국가에서 앞으로 비슷한 화재가 반복될 가능성도 큰 것으로 보인다. NYT는 세계적인 기후 과학 기구인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패널’(IPCC)의 2021년 보고서를 인용해 이번 세기 동안 지중해 지역에서 ‘산불 발생 위험 기상 조건’이 증가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했다.

전현진 기자 jjin23@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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