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발란스·나이키가 이런 신발을?"…출시 2분 만에 '품절 대란'
러닝화 입은 발레 슈즈
스니커리나 '열풍'

샌들과 슬리퍼가 차지하던 여름 신발장에 발레 슈즈가 들어오고 있다. 발가락을 감싸는 단정한 디자인에 굽이 거의 없는 편안한 착화감을 갖춰 출근용 신발부터 일상화까지 활용 범위가 넓어진 덕분이다. 여성의 전유물로 여겨지던 발레 플랫을 신는 남성까지 등장하면서 스포츠 브랜드들도 운동화의 기능성을 결합한 ‘스니커리나’를 잇달아 내놓고 있다.
러닝화 기술 입은 발레 플랫
26일 패션업계에 따르면 발레 슈즈와 스니커즈를 결합한 스니커리나가 스포츠 신발 시장의 새로운 성장 카테고리로 떠오르고 있다. 발레 플랫처럼 발에 낮게 붙는 실루엣에 운동화의 쿠셔닝과 안정성, 미끄럼 방지 기능 등을 더한 제품이다.
이랜드월드가 전개하는 뉴발란스는 최근 ‘플랫 브리즈’ 세 번째 추가 생산에 들어갔다. 지난 4월 출시한 직후 블랙 등 일부 색상이 당일 2분 만에 품절되는 등 대란을 일으키면서다. 첫 출시 이후 올해 1월부터 6월까지 뉴발란스의 메리제인 스니커즈 카테고리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06% 증가했다.

플랫 브리즈는 2024년 선보인 메리제인 스니커즈 ‘브리즈’의 굽을 낮추고 최근 유행하는 발레 플랫 형태로 재해석한 제품이다. 발레 플랫 특유의 낮고 날렵한 형태를 살리면서도 뉴발란스가 강점을 지닌 러닝화 기술을 적용했다. 신세틱과 네오프렌 소재를 조합해 갑피를 만들고, 신발 끈과 밴드가 발을 안정적으로 잡아주도록 설계했다.
밑창은 러닝 트랙용 스파이크에서 착안했다. 고무 소재를 사용해 미끄럼 방지 기능과 접지력을 높였다. 전통적인 발레 슈즈의 얇고 평평한 밑창에서 느낄 수 있는 불편함을 운동화 기술로 보완한 것이다. 색상도 기본적인 블랙뿐 아니라 레드와 실버, 민트 등 네 가지로 구성했다. 원피스와 미디 스커트뿐 아니라 데님과 슬랙스 등 다양한 옷에 맞춰 신을 수 있도록 활용도를 높였다.
플랫 브리즈는 한국 소비자를 겨냥해 국내에서 기획됐다. 이랜드월드 뉴발란스 신발기획부의 한국인 상품기획자와 디자이너, 마케터가 국내 패션 흐름과 소비자 반응을 바탕으로 상품을 개발했다. 전신인 브리즈 역시 글로벌 본사가 만든 제품을 그대로 들여온 것이 아니라 한국 시장을 위해 자체 기획한 제품이다. 첫 제품이 나오기까지 피팅 테스트와 디자인 수정을 여섯 차례 거쳤다. 초기에는 패션에 민감한 20~30대 여성이 주로 구매했지만, 편안한 착화감이 입소문을 타면서 30~40대와 임산부 등으로 소비층이 넓어졌다.
뉴발란스는 성인용 브리즈를 시작으로 지난해 3월 아동용 ‘브리즈 미니’, 같은 해 10월 퍼 소재를 적용한 겨울용 ‘윈터 브리즈’를 내놓으며 상품군을 확대했다. 올해는 굽을 더욱 낮춘 플랫 브리즈를 추가하며 메리제인 스니커즈를 사계절 상품군으로 키우고 있다.
나이키·푸마도 ‘스니커리나’ 경쟁
발레 플랫 열풍은 뉴발란스에 국한되지 않는다. 나이키와 푸마 등 글로벌 스포츠 브랜드들도 대표 러닝화와 스니커즈 디자인을 낮은 실루엣으로 재해석한 제품을 선보이며 스니커리나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스니커리나는 발레 플랫의 디자인과 운동화의 기능성을 동시에 갖췄다는 점에서 소비자를 끌어들이고 있다. 원마일웨어와 출근복, 여행용 신발 등으로 폭넓게 활용할 수 있고, 일반적인 플랫 슈즈보다 장시간 걷기에도 편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명품 브랜드들도 발레 슈즈 디자인을 확대하고 있다. 미우미우는 새틴과 가죽, 메시 등 다양한 소재를 사용한 발레리나 슈즈를 선보였다. 단순하고 얇은 형태에서 벗어나 메리제인 스트랩과 리본, 버클, 장식 등을 더한 제품이 늘면서 발레 플랫의 선택지도 넓어졌다. 셀럽들의 착용도 유행 확산에 영향을 미쳤다. 블랙핑크 로제를 비롯해 벨라 하디드, 카이아 거버, 알렉사 청 등이 발레 플랫을 활용한 스타일을 선보였다. 최근에는 해리 스타일스와 제이콥 엘로디 등 남성 유명인들이 발레 플랫을 신으면서 성별의 경계도 흐려지고 있다.
발레 플랫의 부상은 바지 유행의 변화와도 맞물려 있다. 수년간 시장을 주도했던 통 넓은 와이드 팬츠의 인기가 다소 주춤하고, 몸에 붙는 슬림한 바지와 미디 스커트가 다시 주목받으면서다. 특히 종아리 중간에서 끝나는 카프리 팬츠가 유행하면서 발목과 발등을 드러내는 낮고 가벼운 신발이 함께 인기를 얻고 있다. 부피가 큰 운동화보다 발등이 깊게 파인 발레 플랫을 신으면 다리가 길고 가늘어 보이는 효과를 낼 수 있다.
플립플롭보다 발을 안정적으로 감싸고, 운동화보다 격식을 갖춘 느낌을 낼 수 있다는 점도 직장인 수요를 끌어들이고 있다. 업계에서는 발레 플랫이 일시적인 복고 유행을 넘어 여름철 샌들과 스니커즈 수요를 일부 흡수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이랜드월드 뉴발란스 관계자는 “발레 플랫과 스니커리나에 대한 고객 수요를 반영해 뉴발란스의 정체성과 새로운 스타일을 함께 제안했다”며 “브랜드 헤리티지를 유지하면서 완성도 높은 패션 상품을 지속적으로 선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안혜원 기자 anh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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