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폐 기로에 선 인천 '수미정사'…“공원과 공존하게 해달라”
승학산에 1930년대 후반 창건
인천시 유형문화유산 등 소장
관교근린공원 조성 사업에 위기
신도 등 반발…사찰 존치 운동 중
민선 9기 시 정부에 강력 건의 등
“일제 때 계획, 맹목적 이행” 비판
사회복지사업 타격 등 우려감도

인천 미추홀구 승학산 중턱에 있는 수미정사는 대한불교조계종 제2교구 본사인 용주사 말사로 1930년대 후반 '용덕사'라는 이름으로 처음 창건된 게 시초다. 이후 '성불사'로 이름이 한차례 바뀐 뒤 2003년부터 현재 이름으로 불리고 있다.
법당인 대웅전(대원보전)을 비롯해 요사채, 쉼터(카페) 그리고 대한불교조계종 신도전문교육기관으로 인가받은 경인불교대학 건물 등으로 구성돼 있으며, 전체 사찰 면적은 1432㎡(약 433평) 규모다.
26일 수미정사에 따르면 현재 사찰 등록 신도는 약 6500세대(약 2만7000여 명)이며, 인천시 유형문화유산인 '고봉화상선요(중국 송나라 고승인 고봉의 법문을 모아 엮은 책)' 등 고불서를 비롯해 진신사리가 봉안돼 있는 중앙사리탑과 열반상 등을 소장하고 있다.
▲1930년 후반 '용덕사'로 출발한 수미정사…인천시 유형문화유산 '고봉화상선요' 등 소장
오랜 기간 지역 신도들에게 안식처는 물론, 승학산 산책로와 약수터를 끼고 있어 등산객 등 지역 주민들에겐 잠시 쉬어 가는 쉼터이기도 한 수미정사. 이런 수미정사가 보이지 않는 위협에 처한 건 지난 2019년 5월 무렵부터다. 수미정사를 포함한 이곳 주변 일대를 '관교근린공원'으로 조성한다는 계획이 발표되면서다.
인천시 등에 따르면 관교근린공원 조성계획은 미추홀구 관교동 산 102일원 49만540.8㎡를 공원화하는 것으로 2020년 4월 실시계획이 최초 인가·고시됐다. 사업 시행처는 인천시 산하 사업소인 월미공원사업소로 최초 실시계획 인가 후 사유지 보상 절차를 밟기 시작해 현재 수미정사 부지를 제외한 사유지는 모두 보상을 마쳤다.
다만 아직 전체 공원 면적 약 4분의 1을 차지하는 주안예비군훈련장(약 12만㎡) 이전이 확정되지 않아 본격적인 공원화는 좀 더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2021년 인천시는 국방부와 협약을 맺고 주안예비군훈련장 등 지역 군부대 2곳과 예비군 훈련장 시설 4곳을 기부 대 양여 방식으로 통폐합하기로 한 바 있다.

인천시 군부대이전개발과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2024년 민간사업자 공모를 했지만 사업성이 부족해 결국 유찰됐다. 현재 용역을 통해 재공모를 준비하고 있다"라며 "군부대 이전이 완료되는 시점은 오는 2030년 정도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수미정사는 월미사업소가 추진하는 손실보상 관련 절차를 모두 거부하고 있다. 지난 3월에는 수미정사 신도를 중심으로 대책위원회를 구성해 본격적인 사찰 존치 운동에 나섰다.
김성옥 대책위원장은 "종교 시설인 사찰이 혐오시설이 아니라면 공원과 공존하지 못할 이유는 없다. 수미정사가 가진 역사적, 문화적, 정신적 인프라와 가치가 더해지면 공원의 가치도 더욱 높아지는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일제강점기 수립된 도시공원 조성 계획…"공원과 공존하게 해달라" 사찰 목소리
대책위가 사찰 존치 명분으로 삼는 것 중 하나는 관교근린공원 조성계획이 일제강점기인 1944년 1월에 처음 결정됐다는 점이다. 수미정사가 위치한 승학산은 조선시대 창건된 인천향교와 인천도호부청사가 있는 등 인천 미추홀의 역사가 시작된 곳이다.
대책위는 민족 정기와 얼을 말살하려고 시도한 일제가 세운 계획을 인천시가 맹목적으로 이행하려고 한다며 비판한다.

월미사업소는 대책위의 이 같은 지적에 대해 '일제강점기 도시공원시설로 지정된 구역이 향후 공원으로 조성되는 사례는 많다'며 별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월미사업소 관계자는 "미추홀구만 놓고 봐도 대표적으로 수봉공원을 비롯해 현재 조성 막바지 단계인 문학공원 등이 1944년 조선총독부 고시로 지정된 곳"이라며 "관교근린공원만 특별한 사례인 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관련법상 도시공원에 둘 수 있는 시설이 제한돼 있어 공원과 종교시설은 공존하기 어렵다. 최대한 사찰 측과 협의를 통해 문제를 해결해 나가겠다"고 덧붙였다.
그간 수미정사는 전통사찰로 지정받기 위해 2020년과 올해 두 차례 도전했으나 모두 고배를 마셨다. 사찰 건축물 중 일부가 불법 증축됐고 일부 국유지를 점유하고 있다는 점이 발목을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사찰 관계자는 "2019년까지 이행 강제금을 납부하다가 그 이후로는 유예를 받았는데 올해 다시 이행강제금을 부과하겠다는 통지서가 날라왔다"라며 "사찰을 완전 양성화해야 하는 과제가 있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전했다.

▲온세상나눔재단 설립하고 사회 복지 사업…사업 강행 시 '종교 탄압' 경고
수미정사는 지역 사찰로서 사회적 책임을 다하기 위해 2015년 사단법인 온세상나눔재단을 설립했다. 재단은 무료급식소 사업을 비롯해 노인 및 아동·청소년 등 취약계층 대상으로 한 사회복지 사업을 수행하고 있다.
또한 노인요양원 등 지역 기초단체와 위수탁 계약을 맺고 지역복지시설 8곳을 운영하고 있다.

대책위 관계자는 "기본적인 운영 예산은 위탁을 한 지자체로부터 받지만 자부담하는 부분도 적지 않기 때문에 재단을 뒷받침하는 수미정사가 만일 철거된다면 지역복지시설 운영이나 사회복지 사업도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라고 전했다.
이번 사례처럼 장기 미집행된 도시공원시설 구역에 공원 계획이 수립되면서 사찰과 지자체와 갈등을 빚는 사례는 심심치 않게 발생하고 있다.
지난 2022년에는 인천시가 부평구 산곡동 산 44 일대(11만8327㎡)에 '함봉근린공원'조성 사업을 추진하면서 공원 부지 내 대한불교조계종 소속 사찰이 철거됐다.
▶ 관련기사 : 인천일보 2022년 2월 7일자 7면, '"이전비 몇 푼에 나가라니" … 설 자리 잃은 사찰의 한숨'
대책위는 이달 새롭게 출범한 민선 9기 인천시 정부에 관교근린공원과 사찰이 공존할 수 있는 방법을 강구해달라고 공식 건의했다. 만일 시가 공원 조성 사업을 강행하는 경우 헌법상 기본권인 종교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으로 보고 강경 대응에 나서겠다는 입장이다.
대책위 관계자는 "비단 수미정사뿐 아니라 지자체 도시 공원 조성 사업으로 존폐 기로에 놓인 사찰이 적지 않아 종단에서도 관심을 갖고 문제가 어떻게 해결될지 지켜보고 있다"라며 "향후 국회 토론회 등을 통해 공론화하는 방안을 검토해 보겠다"라고 말했다.
/유희근 기자 allways@incheon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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