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엡스타인 편지' 취재진 마주한 트럼프… 美 언론 "트럼프 연설, 망했다"

노지민 기자 2026. 7. 26. 1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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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악관 출입기자단 만찬에서 비판적 언론인·정치인 등 조롱

[미디어오늘 노지민 기자]

▲2026년 7월 24일(미국 현지 시간) 백악관출입기자협회(WHVA) 만찬 현장. 사진=백악관 SNS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현지 시간으로 지난 24일 백악관출입기자협회(WHCA) 만찬에 참석해 정치인과 언론인들을 조롱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연설에는 “지루했다”거나 “망했다”는 혹평이 따라붙었다.

'엡스타인 편지' WSJ 취재진 만난 트럼프, 소송·협박 얘기에 '어깨 으쓱'

미국 현지 언론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만찬 현장에서 행정부에 대한 비판적 보도를 하거나 이를 통해 수상한 기자들을 마주했다. '멕시코만'을 '아메리카만'으로 사용하라는 지침을 따르지 않아 백악관 출입이 금지된 AP통신, 미성년자 성착취범 제프리 엡스타인에게 트럼프가 외설적 편지를 보냈다고 보도한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이다.

WSJ는 지난해 7월 트럼프 대통령이 2003년 엡스타인의 50번째 생일을 맞아 외설적 이미지가 있는 편지를 보냈다고 보도한 바 있다. 이후 WSJ 상대로 제기된 명예훼손 소송은 지난 4월 기각됐다. 당시 미국 플로리다주 마이애미 연방지방법원의 대런 게일스 판사는 트럼프 대통령 측이 WSJ 측의 '실질적 악의'를 신빙성 있게 주장하지 못했다고 판단했다.

만찬 현장에서 CNN 앵커가 WSJ의 경우 200억 달러 규모의 소송을 당하고 주소가 노출된 한 기자는 자신과 가족을 향한 협박 때문에 이사를 해야 했다고 설명하자, 트럼프 대통령이 '어깨를 으쓱하며 미소를 지었다'고 워싱턴포스트(WP)는 전했다.

만찬 참석자들 향해 “트럼프 광증” 폄훼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연설 초반 '표현의 자유'를 존중해야 한다고 말했지만, 발언을 이어가며 일부 기자들이나 정치인 등을 조롱하고 모욕했다.

일례로 캘리포니아주의 애덤 시프 민주당 상원의원의 외모를 언급하면서 “수박 머리”라고 말하거나, 자신을 풍자해온 지미 카멜 등을 “재능 없는 사람들”이라 조롱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만찬 현장을 “'트럼프 광증(Trump Derangement Syndrome)'에 걸린 사람들이 가장 많은 곳”이라고 표현했다. 언론업계가 자신이 퇴임하면 “보도할 사람이 없어져” 파산할 거라 말한 뒤, '트럼프 2028' 모자를 꺼내들며 또 한 번 대통령 선거에 출마하겠다고 선언하기도 했다.

또한 CNN의 백악관 출입기자 이름을 언급하며 “가짜뉴스로 상을 받았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관련해 CNN의 마크 톰슨 CEO는 성명을 내고 “우리는 CNN 기자들과 취재진이 뉴스를 보도하는 과정에서 보여주는 정직성과 공정성을 전적으로 신뢰한다”고 밝혔다.

CNN, 자사 기자들 옹호하는 성명 발표… 트럼프 연설에 “지루했다” 혹평도

브라이언 스텔터 CNN 수석 미디어 분석가는 이번 만찬에서의 트럼프 대통령 연설을 “망했다”(bombed)고 혹평했다. 관련 기사에서 그는 트럼프 대통령이 연설에서 일부 신랄한 발언을 했지만 “지루했다”면서, 이를 본 방송사 임원들이 “지루한 연설로 시청률을 떨어뜨리는” 새로운 전략을 발견한 것 같다는 농담을 했다고 전했다. 다만 일부 우익 성향의 소셜미디어 플랫폼에서 만찬 현장의 '침묵'을 '가짜뉴스'를 써서 비판 받은 이들이 굴복했다는 의미로 활용할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됐다.

영국 일간 가디언(The Guardian)의 워싱턴 D.C. 취재기자는 앞선 4월 만찬 행사 당시 총격 사건에 빗대어 “적어도 이번에는 모두가 저녁 식사를 끝까지 마칠 수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번에 테이블 밑으로 숨고 싶었다면 난입범에 대비해 긴장한 경호 요원들의 고함 때문이 아니라 “트럼프의 장황하고 지루한 연설을 피해가고 싶었기 때문”이라고 관련 기사에 썼다.

앞서 미국전문기자협회(SPJ)는 WHCA에 트럼프 행정부의 언론 자유 침해를 공개적으로 규탄하라고 촉구한 바 있다. SPJ는 표현의 자유를 명시한 수정헌법 제1조를 끊임없이 공격하는 당사자 앞에서 이를 기념하는 것은 '위선'이라며, WHCA가 행정부를 공개적으로 규탄하고 수정헌법 제1조를 훼손하려는 모든 시도에 맞서 싸우겠다고 약속할 것을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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