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링크스 타임’의 대미…로열 리덤의 항아리 벙커를 피하라[박민영의 골프홀릭]

박민영 선임기자 2026. 7. 26. 1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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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4개 벙커 위협적…우즈·박세리도 ‘발목’
50주년 AIG여자오픈서 韓 역사적 우승 기대
로열 리덤 앤 세인트 앤스 골프클럽 18번 홀. 로열 리덤 홈페이지 캡처

올해의 ‘링크스 타임’이 끝을 향하고 있다.

해마다 여름이면 브리튼 섬의 중북부 지역 링크스 코스에서는 굵직한 대회가 이어진다. 이달에만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제네시스 스코틀랜드 오픈을 시작으로 디 오픈, 더 시니어 오픈, 스코틀랜드 여자오픈이 링크스 코스에서 개최됐다. 스코틀랜드 노스베릭의 르네상스 클럽에서 열린 스코틀랜드 오픈에선 김주형이 우승의 기쁨을 누렸다.

링크스 타임의 대미를 장식할 여자골프 시즌 마지막 메이저 대회 AIG 여자오픈이 오는 30일부터 영국 잉글랜드 랭카셔의 로열 리덤 앤드 세인트 앤스(이하 로열 리덤) 골프클럽에서 열린다. 이 대회가 로열 리덤을 찾는 건 6번째이며, 직전 이곳에서 치러진 2018년 대회에선 당시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신인이던 조지아 홀이 잉글랜드 선수로는 14년 만에 정상에 올랐다.

주로 스코틀랜드 해안가에 분포한 링크스 코스는 골프가 탄생한 곳이다. 바다 가까이 있다고 해서 모두 링크스 코스는 아니다. 링크스의 주요 특징은 해안가 모래 지역에 위치하고, 세월에 다져진 페어웨이가 단단하고 굴곡져 있으며, 둥글고 벽이 수직에 가까운 폿(pot·항아리) 벙커가 많다는 점 등이다. 수시로 방향을 달리 하며 부는 바람은 항상 변수로 언급되는 특징 중 하나다.

볼이 떨어진 뒤 굴러서 벙커나 러프로 향하기 쉬운 링크스에서는 겸손해야 한다. ‘구성’이라 불리는 미국의 보비 존스는 열아홉이던 1921년 디 오픈에서 세인트앤드루스 올드 코스를 처음 경험했을 때 플레이가 뜻대로 되지 않자 3라운드 11번 홀에서 게임을 포기한 일화를 남겼다. 자연에 순응해야 한다는 사실을 깨달은 그는 1926년과 1927년, 1930년까지 디 오픈에서 3승을 거뒀다. 보비 존스가 1926년 디 오픈을 처음 제패한 곳이 바로 로열 리덤이었다.

파3인 로열 리덤의 1번 홀은 7개의 벙커가 그린을 방어하고 있다. 로열 리덤 홈페이지 캡처

1897년 개장한 로열 리덤은 디 오픈을 11차례, 라이더컵을 두 차례 개최한 유서 깊은 골프장이다. 로열 리덤에는 몇 가지 특징이 있다. 그 중 하나가 174개의 폿 벙커가 페어웨이와 그린 주변 곳곳에 숨어 골퍼를 곤경에 빠뜨린다는 점이다. 타이거 우즈(미국)도 2012년 디 오픈에서 이곳의 벙커에 발목을 잡혀 역전 우승의 꿈을 접어야 했다. 최종일 6번 홀(파4)에서 두 번째 샷을 그린 주변 벙커에 빠뜨린 그는 첫 탈출에 실패한 볼이 직벽 아래 놓이자 벙커 밖에서 거의 옆으로 눕다시피한 자세로 겨우 빠져나왔지만 3퍼트를 보태 트리플 보기를 적었고, 공동 3위로 마감했다. 또한 1번 홀이 파3 홀이라는 것도 특이하다. 200야드 정도로 셋업되는 이 홀은 7개의 벙커가 그린을 에워싸고 있어 파를 지키는 것도 쉽지 않다. 파3 홀이 전반에 3개(1, 5, 9번) 있고, 후반에는 12번 하나뿐이다.

한국 팬들에게 로열 리덤은 2003년 AIG 여자오픈의 아쉬운 기억으로 남아 있다. 전성기를 달리던 박세리와 안니카 소렌스탐(스웨덴)이 최종일 맞대결을 펼친 가운데 둘은 마지막 18번 홀(파4)을 공동 선두로 맞았다. 박세리의 우드 티샷이 페어웨이 벙커에 빠지면서 보기로 이어진 반면, 드라이버 티샷으로 페어웨이를 지킨 소렌스탐은 파를 기록했다. 이 우승으로 커리어 그랜드슬램을 달성한 소렌스탐은 그해 명예의 전당에도 입회했다.

올해는 1976년에 창설돼 브리티시 여자오픈이라 불렸던 AIG 여자오픈이 50주년을 맞아 더욱 뜻깊다. 1976년의 초대 대회에는 출전자 대부분이 아마추어였고 5명뿐인 프로 선수들이 500달러의 상금을 놓고 경쟁했다. 이번 대회에는 140명이 넘는 선수들이 참가하고 대회 사상 최대인 1000만 달러의 총상금이 걸린다.

50주년 대회에서 대한민국 여자 골퍼가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하는, 올해 링크스 타임의 해피 엔딩을 기대한다. 이는 첫 로열 리덤 정복이자 유해란의 KPMG 여자 PGA챔피언십, 에비앙 챔피언십 제패에 이은 한국 선수의 메이저 3연승을 뜻하기도 한다.

너무 재미있어 쉽게 중독되는 것이 골프의 거의 유일한 단점이라고 합니다. 치는 골프, 보는 골프와는 또 다른 ‘읽는 골프’의 즐거움을 함께 나눴으면 좋겠습니다.

박민영 선임기자 mypar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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