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퀴벌레'들의 승리... 장관 사퇴 이끌어낸 인도 Z세대 시위 '만세' 외치며 종료

정지용 2026. 7. 26. 1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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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대 입시 문제 유출' 교육부 장관 전격 사임
바퀴벌레당 2개월 시위에 모디 정부 패배
방글라데시, 네팔 정권 교체에 위기감 느낀 듯
인도 바퀴벌레국민당 지지자들이 다르멘드라 프라단 교육부 장관의 사임 소식에 환호하고 있다. 뉴델리=로이터 연합뉴스

인도 정부가 전국을 휩쓴 대규모 반정부 시위의 물결에 결국 굴복했다. 시위를 촉발한 의대 입시 비리의 책임을 지고 교육부 장관이 사퇴한 것이다. Z세대(1990년대 후반~2000년대생) 중심으로 반정부 집회를 주도해 온 ‘바퀴벌레국민당(CJP)' 지지자들은 승리를 자축하며 시위 종료를 공식 선언했다. 공정성 문제로 폭발한 Z세대의 분노가 집권여당의 핵심 실세까지 낙마시키는 파란을 일으킨 것이다.

25일 다르멘드라 프라단 인도 교육부 장관이 사임한 후 J.P. 나다(왼쪽 두 번째) 보건복지부 장관, 지텐드라 싱 과학기술부 장관(맨 왼쪽), 바퀴벌레국민당(CJP) 대변인인 사우라브 다스(오른쪽 두 번째)와 아쉬토시 란카가 공동 기자회견을 마친 뒤 포즈를 취하고 있다. 뉴델리=로이터 연합뉴스

모디 정부, 청년 분노에 '백기투항'

26일(현지시간) 타임스오브인디아 등에 따르면 다르멘드라 프라단(57) 교육부장관은 이날 엑스(X)에 “전국에서 벌어진 상황이 반국가 세력에 이용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 총리에게 사직서를 제출했다”고 했다. 로이터통신은 “집권 이후 여론 압력에 굴복하지 않던 모디 총리로서는 매우 이례적 결단”이라고 평가했다.

장관 사임 발표 직후 인도 정부와 CJP는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5대 합의안’을 발표했다. 합의안에는 △입시 부정을 막기 위한 의대 시험 전면 개편 △시험 비리 연루자 철저 조사 및 처벌 △시위 참가 학생 고소 취하 △재시험 여파 자살자 보상 등이 담겼다. 정부가 시위대의 핵심 요구를 모두 수용한 것으로 사실상 ‘백기 투항’에 가깝다.

합의 이후 시위 거점인 뉴델리 잔타르만타르 광장에는 청년 수천 명이 모여 승리를 자축했다. CJP 창립자인 아비지드 딥케(30)는 현장에서 “우리가 해냈다”고 외쳤고, 청년들은 “인도 만세”(Jai Hind)라고 호응했다. 아쉬토시 란카 CJP 대변인은 “우리가 제기한 모든 요구 사항이 수용됐으니 평화롭게 귀가해 주시기 바란다”며 시위 종료를 선언했다. 정부는 시위 기간 차단했던 현장 주변 인터넷을 복구했다.

2014년 집권한 모디 정권에서 여론 악화로 핵심 인사가 경질된 것은 처음이다. 프라단 장관은 12년 동안 모디 정부에서 석유·천연가스부, 철강부 등의 장관직을 지낸 거물로, 집권 인도국민당(BJP)의 차기 당대표로도 거론됐다. 2014년 집권한 모디 총리에 첫 패배를 안긴 CJP가 이대로 해산할지, 제도권 정당으로 재편될지는 아직 미지수다.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 뉴델리=로이터 연합뉴스

주변국 정권교체에 '선제 대응' 나선듯

이번 시위의 불씨는 ‘공정성’이었다. 5월 인도 전역에서 200만 명 이상이 응시한 의대 입학시험(NEET) 문제가 사전에 유출되자, 국가시험의 거듭된 부실 관리에 분노한 Z세대 불만에 기름을 부었다. 이어 수리야 칸트 인도 대법원장이 일자리를 구하지 못한 청년들을 바퀴벌레로 비하하자 이를 풍자하며 CJP가 결성됐다.

반정부 여론은 20일 국회로 행진하던 청년 시위대를 경찰이 최루탄과 진압봉으로 거칠게 진압하면서 악화됐다. 영화 ‘세 얼간이’의 실제 모델인 사회운동가 소남 왕축이 단식 투쟁에 나섰다가 경찰에 의해 병원에 강제 이송됐고, 발리우드 유명 배우들도 잇따라 CJP 지지 선언을 했다. 야당도 의회 일정을 보이콧하며 행동에 나섰다.

모디 정부의 이번 대응은 남아시아 각지에서 청년 시위가 정권을 무너뜨린 사례들을 의식한 ‘학습효과’로 풀이된다. 2022년 스리랑카에서 경제난에 성난 시위대가 대통령 관저를 점거하며 라자팍사 정권을 붕괴시켰고, 2024년 방글라데시에서는 학생 주도 시위로 셰이크 하시나 총리가 축출됐다. 지난해에 네팔에서도 Z세대가 주도한 시위가 정권 교체로 이어졌다.

하노이= 정지용 특파원 cdragon25@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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