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청년’ 바퀴벌레당에 모디 총리도 손들었다…교육장관 결국 사임

인도 뉴델리에서 시험지 유출과 청년 층의 기회 부족에 반발해 수 주간 대규모 시위를 이어온 ‘바퀴벌레당’ 주도 청년 시위대가 교육장관 사임 등 정부의 전격적인 요구 수용을 끌어내며 시위 종료를 선언했다.
다르멘드라 프라단 인도 교육장관은 25일(현지시각) 소셜미디어 엑스(X)를 통해 전격 사임을 발표했다. 그는 게시글에서 “잔타르만타르(청년 시위가 집중된 수도 뉴델리의 구역)와 전국에서 발생한 상황을 고려할 때, 반국가 세력이 이 상황을 이용하지 못하도록 총리에게 사직서를 제출했다”며 “청년들의 열망과 감정, 정당한 기대를 깊이 존중한다”고 말했다.
프라단 장관의 사임 직후, 제이피 나다 보건장관과 지텐드라 싱 총리실 차관은 바퀴벌레당 대변인단과 추가 회담을 갖고 공동 기자회견을 열어, 시위대의 요구를 수용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인도 정부는 △부정행위에 취약한 국가시험 시스템의 근본적 개혁 △시위대에게 제기된 모든 사법 처리 철회 △시험지 유출 여파로 극단적 선택을 한 학생 유가족에 대한 보상 제공 등을 밝혔다.
나렌드라 모디 총리의 집권 하에서 각료의 사임은 매우 이례적이다. 모디 집권 하에서 각료 사임은 2018년 미투 운동 당시 성추행으로 사임한 외교차관 이후 두 번째다. 모디 총리는 외압이나 압력에 절대 굴복하지 않는 정치적 스타일로 유명하다.
교육장관 사임 및 정부와의 합의 소식이 전해지자 뉴델리 잔타르만타르 시위 현장과 주변은 축제 분위기로 물들었다. 수천 명의 청년들이 승리 구호를 외치고 춤을 췄고 “인도의 승리”를 외치며 국가를 불렀다.
바퀴벌레당은 일단 시위 철회를 선언했다. 바퀴벌레당의 설립자인 아비짓 딥케는 시위 현장에서 “우리가 해냈다”고 선언했고, 서우라브 다스 대변인은 “정부에 대한 신뢰의 표시로 시위를 철회한다”고 밝혔다. 아슈토시 란카 대변인 역시 “결론은 우리가 승리했다는 것”이라며 “여러분의 투쟁과 노력, 인내가 결실을 보았다”고 시위대에 평화로운 귀가를 당부했다.
이번 시위 과정에서 26일간 단식하며 시위를 지원했던 교육 활동가 소남 왕축은 이번 결과를 “평화와 인내, 끈기의 승리”라고 평가했다. 헌법 책자를 들고 시위에 참여한 청년 틀루앙가 랄테는 로이터에 “젊은 세대가 이곳에 있으며, 이는 헌법의 승리이자 우리가 게으른 세대가 아님을 증명한 것”이라고 감격을 전했다.
이번 대규모 청년 시위는 지난 5월 치러진 국가의대입학시험(NEET) 시험지 유출 사건로 시작됐다. 시험지가 사전 유출되면서 기존 결과가 취소되고 약 200만 명에 달하는 수험생이 재시험을 치러야 하는 혼란이 발생했다. 이에 분노한 청년들이 거리 시위에 나섰고, 집권 인도국민당(BJP)을 빗댄 청년 주도 운동 단체인 ‘바퀴벌레국민당’(CJP)이 전국적인 시위를 이끌었다.
바퀴벌레당이란 명칭은 수리야 칸트 대법원장이 언론, 소셜미디어, 정보공개청구(RTI) 활동으로 “체제에 공격을 가하는” 미취업 청년들을 바퀴벌레와 기생충에 빗대 발언한 데서 비롯됐다. 이에 소셜미디어에 “나도 바퀴벌레다”라는 자기 풍자형 게시물이 쏟아졌고, 정치커뮤니케이션 전략가 아비짓 딥케(30)가 ‘바퀴벌레국민당’(CJP)이라는 풍자 가상정당을 만들어 순식간에 1천만명이 넘는 소셜미디어 팔로어가 생기는 등 돌풍을 일으켰다.
이번 시위 사태는 단순한 시험 유출 문제를 넘어 인도 청년들이 체감해 온 극심한 일자리 부족, 정부의 책임 부재, 미래 가능성의 박탈에 대한 누적된 분노가 폭발한 것으로 분석된다. 시위는 지난 주 수도 뉴델리의 의회 의사당을 향해 수천 명이 행진하고 경찰이 최루탄을 발사해 맞서는 등 최정점에 달했다. 야당 역시 청년들의 요구에 동조하며 의회의 여름 회기를 1주일 내내 파행으로 끌고 가 정부의 주요 입법 추진에 차질을 빚게 했다.
이번 사태로 모디 총리는 집권 이후 최대 도전에 직면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내년으로 다가온 주요 주의 지방선거에 직면해 핵심 지지 기반이던 청년층이 이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최근 스리랑카, 네팔, 방글라데시 등 이웃 국가에서도 청년 주도 시위로 정권이 퇴진해, 모디 정부에게 큰 압박이 되고 있다.
정의길 선임기자 Eg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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