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혁 필요한 ‘세계기후총회’ 어찌할까…“이행 강화부터 시작”

전세계 국가들이 기후변화 문제를 논의하는 ‘세계기후총회’인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 당사국총회(COP)는 ‘개혁이 필요하다’는 비판에 직면해 있다. 협상은 느리고, 지나치게 합의에 의존하며, 화석연료 이익집단들로부터 과도하게 영향을 받는다는 것이다. 기후총회 참여자들을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한 결과, 각국이 온실가스 감축 등의 약속을 제대로 이행했는지, 감시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총회를 개혁해야 한다는 의견이 높게 나타났다.
파라지 콜리예프 스웨덴 스톡홀름대 박사 등 연구진은 2024년 아제르바이잔에서 열린 기후총회(COP29)에 참석한 151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를 기반으로 기후총회 개혁에 대한 선호도를 연구한 결과를 최근 국제학술지 ‘네이처 기후변화’에 발표했다. 그간 기후총회 개혁을 요구하는 의견은 많았지만, ‘어떤 개혁이어야 하는지’에 대한 여론을 조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설문조사 대상에는 정부 대표단(63명)과 민간 참관인(88명)이 모두 포함됐다.
연구진은 응답자들에게 6가지 개혁 분야에서 연구진이 가상으로 만든 개혁안 2가지 가운데 하나를 고르게 하는 방식으로 개혁 선호도를 측정했다. 6가지 개혁 분야는 △총회 의장국 선정 △의사결정 방식 △총회 대표성 △참관인의 역할 △투명성과 책임성 △이행 등이다. 제시된 구체적인 개혁안들을 보면, 예컨대 의장국 선정에서는 지역별로 돌아가면서 맡는 방안, 기후변화 대응을 선도하는 국가들이 먼저 맡는 방안, 기후변화에 취약한 국가가 우선하여 맡는 방안 등이 제시됐다. 의사결정 방식에서는 모든 결정을 합의하는 방안, 주요 사안은 합의에 부치되 그 외 결정은 다수결로 하는 방안, 모든 결정을 다수결로 하는 방안 등을 제시했다.
분석 결과, 세 가지 경향이 두드러졌다. 먼저, 응답자들은 현재의 만장일치 방식보다는 핵심 사안에 대해선 합의를 유지하되 덜 중요한 사안에 대해 다수결 투표를 허용하는 ‘혼합형’ 의사결정 방식을 지지했다. 응답자들이 가장 폭넓게 선호하는 개혁안은 ‘투명성과 책임성’에 집중됐다.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각국의 모든 행동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이를 포괄적으로 추적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개혁안이다. 마지막으로 응답자들은 현재 ‘협상’ 중심으로 진행되는 기후총회 운영이 ‘이행’이 중심이 되거나 최소한 협상과 이행이 균형을 맞추는 방향으로 운영되는 것을 선호했다.

반면, 의장국 선정 방식이나 총회 대표성 등에 대해 변화를 주는 개혁안은 별다른 지지를 받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의장국 선정 방식 변화에 대한 지지율은 거의 0에 가까웠다. 화석연료 기업의 참여를 제한하거나, 그간 대표성이 부족한 주체에 대해 지원을 확대하는 개혁안은 긍정적 반응이 미미하게 있었으나,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수준은 아니었다. 특히 화석연료 기업의 참여를 제한하는 개혁안에 대해, 민간 참관인들은 선호가 높았지만 정부 대표들은 무관심했다.
종합적으로 볼 때, “가장 분명한 결과 중 하나는 기후총회 참가자들이 새로운 기후 협약에 대한 집중을 줄이는 대신 이미 합의한 약속을 이행하는 데에 더 집중하기를 원한다는 점”이라고 연구진은 밝혔다. 파라지 콜리예프 박사는 “이는 각국이 약속을 어떻게 이행하고 있는지 더욱 명확하게 추적하고 이행 관련 정보에 더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하는” ‘투명성과 책임성’ 요구와도 연결된다고 짚었다.
주목되는 대목은, 그간 많은 제안이 나왔던 의장국 선정, 대표성 강화, 의사결정 방식 등과 관련된 개혁안이 그리 높은 지지를 받지 못했다는 사실이다. 연구진은 “이런 개혁들은 여전히 논쟁의 여지가 많으며, 이를 지지하는 폭넓은 연합을 구축하지 않는 한 진전이 어려울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면서 “모든 것을 동시에 추진하면 합의가 이뤄진 부분에서도 개혁이 지연될 위험이 있으므로, 가장 강력한 합의를 얻고 있는 투명성과 책임성, 이행에 초점을 맞춘 개혁안을 단기적으로 우선 추진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짚었다. 선호도가 높은 개혁을 우선 추진하고, 나머지 개혁은 점진적으로 추진하는 2단계 전략이 필요하단 제안이다.
최원형 기자 circl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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