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 의사라더니”…로맨스 스캠 사기꾼 전락한 ‘日 테니스 전설’[나우, 어스]
![1997년 프랑스 오픈에서 혼합복식으로 우승, 일본에서 혼합복식으로는 최초로 메이저 4개 대회 중 우승 기록을 낸 테니스 스타 히라키 리카가 23일 ‘로맨스 스캠’ 혐의로 경찰에 체포됐다. [게티이미지]](https://img1.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07/26/ned/20260726130213210jptk.jpg)
[헤럴드경제=도현정 기자] “안녕하세요. 저는 파리의 한 병원에서 근무하는 의사입니다. 제가 받아야 하는 중요한 짐이 세관에 묶여 있어요. 이를 수령하려면 증명서가 필요한데, 지금 잠시 현금을 구하는게 어려워 증명서 발급 비용 30만엔이 필요합니다. 제발 도와주세요.”
사회관계망서비스(SNS)로 낯선 사람들과도 친구가 되는 즐거움이 한창이었던 2022년. 일본 가고시마의 50대 여성 A씨는 2022년 봄에 SNS에서 한 메시지를 받았다. 서글서글한 인상과 상냥한 말투의 의사는 A씨와 SNS에서 인사를 나누다 중요한 짐을 찾기 위해 30만엔(약 270만원)이 필요하다는 부탁을 했다. 이를 의심하지 않은 A씨는 그를 돕기 위해 선뜻 나섰고, 의사가 알려준 계좌로 30만엔을 부쳤다.
그러나 A씨가 보낸 30만엔은 병원에서 환자들을 살피는 남자 의사가 아닌, 왕년의 스포츠 스타에게 돌아갔다. 선의를 이용해 A씨의 돈을 편취한 사기 행위는 이미 ‘로맨스 스캠’이라는 명칭으로 범죄의 한 틀이 되어있었다. A씨를 경악하게 한 것은 로맨스 스캠 사기범들의 실체였다. 1990년대 일본인들의 응원을 한 몸에 받았던 스포츠 스타가 자신의 성별까지 바꿔가면서 로맨스 스캠에 가담한 것이었다.
요미우리 신문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고치현 경찰본부 스쿠모 경찰서는 지난 22일 전 프로테니스 선수이자 현재 치바현 시로이시에서 회사원으로 근무하고 있는 히라키 리카(54)를 사기 혐의로 체포했다.
경찰에 따르면 히라키는 2022년 2~5월 공범과 함께 A씨로부터 30만엔을 편취한 혐의를 받고 있다. 당시 A씨가 보낸 계좌는 히라키의 계좌였고, 30만엔 중 27만엔(약 240만원)은 히라키의 암호화폐 계좌로 이체됐다. 2만엔(약 18만원)은 히라키가 치바현 내 현금인출기에서 현금으로 수령하는 모습이 방범카메라에 찍혔다.
경찰은 다른 특수사기 사건을 수사하다 A씨의 피해 사실을 인지하게 되고, 수사를 이어왔다고 설명했다. 히라키와 공범의 사기 행각이 A씨에 대한 것 외에 더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히라키는 현재 경찰이 추궁하는 사기 행각에 대해 “기억에 없다”라며 혐의를 부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사건은 일본을 대표하는 테니스 스타가 연루됐다는 점에서 더욱 일본 사회를 경악하게 했다. 히라키 리카는 1990년대 전성기를 구가했던 프로 테니스 선수로, 인도의 마헤시 부파티와 조를 이룬 1997년 프랑스 오픈 혼합복식에서 우승한 바 있다. 혼합복식 부문으로는 일본에서 최초로 메이저 4대 테니스 대회 중 우승 기록 달성해 일본 최초로 혼합복식 그랜드 슬램을 달성한 스타라 일컬어진다. 테니스에서 그랜드 슬램은 본래 4대 메이저 대회(호주 오픈, 프랑스 오픈, 윔블던, US오픈)를 한 해에 모두 우승하는 경우를 일컫지만, 현대에는 4대 대회 중 한 곳만 우승해도 그랜드 슬램 타이틀을 획득했다고 표현한다.
![1997년 7월 런던 윔블던 대회에서 마헤시 부파티와 조를 이뤄 혼합복식에 출전한 히라키 리카의 모습. [게티이미지]](https://img3.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07/26/ned/20260726130213418kofq.jpg)
스포츠 스타까지 로맨스 스캠에 가담할 정도로, 일본에서는 최근 보이스피싱 등 신종 사기 행위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23일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최근에는 경찰의 계좌 추적을 피하기 위해 현금대신 금괴를 요구하는 보이스피싱이 성행하고 있다.
일본 경찰청은 금괴를 노린 사기 피해액은 지난해 약 58억엔(약 522억원)에서 올해 1월부터 5월까지 45억엔(약 405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지난해부터 올해 5월까지 17개월간의 피해액이 100억엔(약 900억원)을 넘어선 것이다.
경찰에 따르면 보이스피싱 조직은 경찰이나 국세청 직원을 사칭해 피해자의 계좌에 범죄 수익금이 입금고, 범죄에 악용된 것이니 자금세탁을 해야 한다며 현금을 금괴로 바꾸도록 지시했다. 이후 수거책을 보내 금괴를 받아 챙기는데, 꼬리를 잡히지 않기 위해 수거책도 외국인을 이용하는 경우가 많다.
최근 도쿄에서는 80대 여성이 경찰을 사칭하는 일당에게 속아 1kg(약 2억원 상당)에 달하는 금괴를 대만 국적의 20대 수거책에게 넘겨주는 사건도 발생했다. 당시 검거된 대만인 수거책은 “만난 적도 없는 사람으로부터 모바일 앱으로 지시받았다”고 진술해, 총책으로 수사를 확대하기도 어려운 상황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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