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mm 아이맥스에 담은 ‘오디세우스’의 고뇌…버릴 게 없는 172분

김은형 기자 2026. 7. 26. 1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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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토퍼 놀런 ‘오디세이’ 내달 5일 개봉
고대 그리스 대서사시 ‘오디세이아’ IMAX 영화화
영화 ‘오디세이’. 유니버설 픽쳐스 제공

최고의 시네마틱한 경험을 선사하는 할리우드 감독 중 선두주자가 된 크리스토퍼 놀런이 ‘오펜하이머’ 차기작으로 고전 중의 고전인 ‘오디세이아’를 선택했을 때 많은 이들이 궁금증을 가졌다. 왜 지금 ‘오디세이아’를?

지난 17일 북미 개봉했고 내달 5일 한국 관객과 만나는 ‘오디세이’는 이에 대한 명료하고 설득력 있는 답변이다. 172분에 눌러 담은 서사는 3부 24권 원작의 방대한 줄거리에서 이야기의 재미 요소를 최대한 추려내면서 오디세우스를 전쟁 영웅 대신 죄책감에 휩싸인 인간으로 그리는 현대적 재해석의 메시지를 담았다.

영화 ‘오디세이’. 유니버설 픽쳐스 제공

10년간의 트로이 전쟁을 승리로 이끈 이타카의 왕 오디세우스(맷 데이먼)가 돌아오지 않자 왕궁은 왕비 페넬로페(앤 해서웨이)와 재혼해 권력을 쥐려는 이들로 가득 찬다. 왕자 텔레마코스(톰 홀랜드)는 왕국을 지키고 아버지의 생사를 확인하기 위해 이웃 나라 스파르타로 떠난다. 한편 바다에 떠내려온 자신을 구한 칼립소(샬리즈 세런)와 평화롭게 지내던 오디세우스에게 잊고 지내던 귀향길의 모험이 하나씩 떠오르고, 두고 온 가족이 마침내 기억났을 때 집을 향해 다시 길을 떠난다.

영화 ‘오디세이’를 촬영한 아이맥스 카메라 앞에 선 크리스토퍼 놀런 감독. 유니버설 픽쳐스 제공

놀런의 영화는 매번 높은 기술적 완성도와 뛰어난 작품성으로 호평받았는데, ‘오디세이’는 몇가지 측면에서 전작들을 뛰어넘는다. 우선 ‘오디세이아’를 영화 한편에 처음부터 끝까지 담아내는 시도를 했다는 점, 그리고 영화 역사상 최초로 70㎜ 아이맥스 필름으로 처음부터 끝까지 촬영했다는 점이다. 거대한 이야기에 어울리는 거대한 기술적 시도를 감행한 것이다. 필름이 사라지고 카메라의 존재마저 인공지능에 점차 자리를 빼앗기는 이 시점에, 주어진 운명을 거스르며 앞으로 나아갔던 오디세우스의 모험에 비견되는 영화적 시도다. 아이맥스 카메라 돌아가는 소리가 너무 커서 인물들 대화를 동시 녹음할 수 없었던 한계를 극복하고자 아이맥스사와 협업해 카메라 방음장치를 개발하기도 했다.

이렇게 해서 담아낸 화면은 기존 영화에서 볼 수 없었던 압도적 스케일과 뛰어난 화질을 자랑한다. 망망대해에서 거대한 파도와 싸우는 전사들, 외눈박이 거대 괴물, 6개의 목을 가진 바다 괴물 등의 세세한 움직임이 생생하게 되살아난다. 아이맥스 필름을 디지털로 바꾸지 않고 필름 그대로 상영하는 전세계 40여개 극장은 표 구하기 전쟁이 벌어져 한장에 1천달러(약 150만원)까지 치솟은 암표도 등장했다.

영화 ‘오디세이’. 유니버설 픽쳐스 제공

사실 이 영화의 아이맥스 화면이 집중하는 건 현란한 액션보다 등장인물들의 얼굴이다. 특히 트로이 전쟁 한가운데서 불타 무너지는 건물과 비참하게 죽어가는 트로이 사람들을 보며 망연해지는 오디세우스의 얼굴이 반복해 등장한다. 10년간의 긴 싸움 끝에 트로이의 목마라는 자신의 지략으로 승리를 이끌었지만, 눈에 보이는 건 자신들이 쌓아온 문명의 파괴와 그토록 싸워온 야만의 도래라는 사실의 깨달음. 전쟁 영웅과는 거리가 먼 인상의 맷 데이먼을 이 엄청난 대작의 주인공으로 세운 이유다. 놀런은 죄책감과 고통으로 가득 찬 그의 얼굴을 응시하면서 기원전 인류의 이야기를 21세기 인류의 암담한 정치적 현실에 포개놓는다. 이런 의미에서 오디세우스는 천재 과학자로 꿈을 실현했지만 인류의 악몽이라는 결과에 좌절했던 전작 ‘오펜하이머’의 주인공과 닮았고, 두 영화의 주제의식 또한 이어진다.

영화 ‘오디세이’. 유니버설 픽쳐스 제공

놀런 감독은 신과 인간이 공존하는 원작을 인본주의적 관점으로 해석하면서 원작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던 신들의 등장을 대폭 삭제했다. 다만 내가 대접받고 싶은 만큼 손님을 환대해야 한다는 제우스의 법이 영화를 관통하는 주제로 이어지고 아테나(젠데이야)만이 비중 있게 등장하는데 그 성격도 달라졌다. 원작에서는 싸우는 오디세우스를 돕는 전쟁과 지혜의 여신인 반면 영화에서는 오디세우스의 고뇌를 촉발하고 발전시키는 내면의 거울처럼 등장한다.

아이맥스로 찍은 화면도 압권이지만 영화의 완성도를 끌어올리는 데 2019년부터 아카데미 음악상을 세 번이나 받은 루드비히 고란손의 음악도 빼놓을 수 없다. 이야기의 배경인 청동기 시대의 고악기들을 찾아내 활용하고, 청동 자체를 타악기로 쓰면서 신비감과 긴장감을 극적으로 높였다.

‘오디세이’는 개봉 전 디즈니 일부 작품처럼 흑인 헬레네(루피타 뇽오)와 원작에 없는 유일한 인물인 병사 시논 역의 트렌스젠더 배우 엘리엇 페이지에 대한 캐스팅 논란이 일었다. 하지만 개봉과 동시에 논란은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캐스팅 논란이 결국 작품성과 연출력의 문제라는 걸 보여주는 좋은 선례도 남긴 셈이다.

영화 ‘오디세이’. 유니버설 픽쳐스 제공

김은형 선임기자 dmsgu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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