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옷 보여!" 혼나도 즐겨 입더니…제니·장원영도 푹 빠졌다 [이슈+]
'속옷 밴드 노출' 새깅 룩 재조명
제니·장원영·코르티스 등 잇따라 착용

요즘 잘나가는 '영크크(Young Creator Crew 줄임말)'들이 일상과 무대를 막론하고 바지를 밑으로 내려 입는 '새깅(Sagging)' 패션에 빠져들었다. 5인조 K팝 그룹 코르티스의 동명의 노래에서 유래해 '젊고 트렌디한 감각을 지닌 사람'을 뜻하는 신조어 '영크크' 사이에서, 속옷 밴드나 레이어드한 쇼츠를 의도적으로 노출하는 착장이 눈에 띈다. 트렌드 아이콘인 제니와 장원영, 코르티스 등이 앞다투어 이 스타일을 선보이자 성수동, 홍대 등 거리 역시 새깅을 시도한 이들로 넘쳐나고 있다. 과거 힙합 하위문화의 전유물이던 연출법이 Y2K 레트로 및 젠더리스 열풍과 맞물리며 대중적인 패션 코드로 안착했다는 해석이 나오기도 했다.
죄수복·물려입기서 출발…1990년대 힙합 타고 대중화
'처지다'라는 뜻의 영단어 'Sag'에서 유래한 새깅 패션은 바지를 허리선보다 한참 아래인 골반이나 엉덩이 밑으로 내려 입고, 내부의 박서 팬츠나 브랜드 로고 밴드를 의도적으로 드러내는 스타일을 뜻한다. 이러한 착장을 즐겨 입는 이들은 '새거(Sagger)'라는 명칭으로 불린다.
BBC 뉴스 등 외신에 따르면 새깅의 기원에 대해서는 패션계와 사회학계에서 두 가지 주요 학설을 제시한다. 가장 유력하게 거론되는 것은 미국 교도소 유래설이다. 과거 미국 교도소에서는 수감자가 벨트를 이용해 자해하거나 타인을 공격하는 무기 활용을 막고자 벨트 착용을 엄격히 금지했다. 규격화된 수감자 의류가 신체 치수보다 커 바지가 자연스럽게 흘러내렸고, 출소자들이 이를 거리에 유지하고 나오면서 하나의 패션으로 정착했다는 분석이다. 저소득층 가정에서 형이나 언니의 오버사이즈 옷을 물려입는 과정에서 시작됐다는 이야기도 있다.
이 스타일은 1990년대 초 투팍, 스눕 독 등 미 서부와 동부의 힙합 아티스트들이 무대와 뮤직비디오에 적용하며 기성세대 규범에 반항하는 힙합 문화의 상징으로 자리 잡았다. 2000년대 들어 팝스타 저스틴 비버(Justin Bieber)의 착용과 캘빈클라인, 토미 힐피거 등 브랜드 로고 밴드 노출이 겹치며 글로벌 청소년층으로 빠르게 확산했다.
다만 공공예절 저해를 이유로 루이지애나와 조지아 등 미국 일부 도시에서는 공공장소 새깅 금지 조례가 제정되며 인권 및 인종 차별 논란이 불거지기도 했다.

제니·장원영·코르티스 등 K-팝 셀럽들 착장 주도
미국에서 풍속 논란을 겪었던 새깅 패션은 국내 K팝 아티스트들의 재해석을 거쳐 트렌디한 스타일링으로 재탄생했다.
블랙핑크 제니는 공항 패션과 콘서트에서 와이드 팬츠를 허리선 밑으로 연출하고 브랜드 로고 밴드 및 내부 레이어드 쇼츠를 노출했다. 미우미우의 앰버서더인 아이브 장원영은 언더웨어와 코튼 스커트를 매치하는 여성스러운 새깅을 보여주기도 했다.
코르티스는 데님 팬츠와 와이드 슬랙스를 루즈하게 내려 입어 힙합과 스트리트 감성을 결합한 시그니처 룩을 선보였다. 그룹 올데이프로젝트 역시 디자인 단계부터 새깅 연출이 적용된 하의나 레이어드 쇼츠를 착용하며 특유의 분위기를 드러냈다. 최근 그룹 빌리의 츠키 등은 워터밤 행사에서 복근 라인을 강조하는 크롭 톱에 하의를 골반 아래로 내려 스윔웨어를 노출하기도 했다.

아티스트들의 착용에 힘입어 서울 성수동과 홍대, 이태원 등 주요 거리에서는 일반인들의 새깅 룩 연출도 눈에 띈다. 젊은 세대들은 과도한 노출을 피하고 스타일리시함을 살리는 레이어드를 시도하고 있다.
대표적인 연출 방식은 바지 허리단에 언더웨어 밴드가 이중으로 처리된 '이중 허리선 팬츠(Layered Waistband Pants)'를 활용하거나 복서 쇼츠를 팬츠 안에 겹쳐 입는 '페이크 새깅(Fake Sagging)'이다. 패션업계 관계자는 캘빈클라인, 미우미우, 디젤 등의 로고 밴드를 강조하는 '언더웨어 애즈 아우터웨어(Underwear as Outerwear)' 트렌드가 결합하면서 남성용 트렁크 팬티나 여성용 복서 쇼츠가 핵심 포인트 아이템으로 떠올랐다고 설명했다.
트렌드 분석 기관 WGSN과 보그 등 패션계에서는 이러한 현상이 Y2K 복고 열풍에 따른 로우 라이즈(Low-rise) 하의의 재조명, 여성 소비자가 남성용 하의 아이템을 선택하는 젠더리스 트렌드, 정형화된 착장에서 벗어나 무심한 멋을 추구하는 '슬래커 코어(Slacker-core)' 정서와 맞닿아 있다고 내다봤다. 패션 스타일링의 외연이 확장되면서 과거의 파격적인 시도가 일상적인 착장 요소로 안착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김예랑 한경닷컴 기자 yesr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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