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 못 잡고 민심 돌아서자…정부, 결국 ‘보유세 청구서’ 꺼냈다
초고가 1주택·다주택 정조준…전월세 전가·대출 절벽에 내 집 마련 ‘빨간불’
(시사저널=오유진 기자)
불붙은 부동산 민심은 잡힐 수 있을까. 집권 1년 차에 부동산 시장에서 거센 역풍을 맞은 이재명 정부가 '부동산 정책 대토론회'라는 초강수를 꺼냈다. 정권 출범 이후 서울과 경기도 15개 지역을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고, 전방위적 대출 규제와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유예 종료 등 규제 카드를 잇따라 꺼냈음에도 집값 상승세는 꺾이지 않았고, 한때 50%를 넘었던 부동산 정책 긍정 평가는 넉 달 만에 20%대로 주저앉았다. 정부는 직접 민심을 듣겠다며 토론회를 열었지만, 현장에서 드러난 결론은 결국 보유세 강화와 대출 규제 강화, 공급 대책 부재라는 세 갈래 딜레마였다.
이번 토론회는 정부 출범 이후 부동산 정책 민심이 최악으로 치닫는 상황에서 열렸다. 한국갤럽에 따르면, 올해 3월 이재명 정부의 부동산 정책에 대해 '잘하고 있다'는 응답은 51%로 2013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그러나 불과 4개월 만인 6월30일~7월2일 조사에서는 긍정 평가가 27%, 부정 평가가 46%로 뒤집혔다. 특히 주택 구입 수요가 많은 30대에서는 '잘못하고 있다'는 응답이 56%에 달했고, '잘하고 있다'는 응답은 15%에 그쳤다. 부동산 정책을 향한 불신이 빠르게 쌓인 셈이다. 여기에 이 대통령이 최근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양지마을 아파트를 매각하는 과정에서 17억7000만원의 근저당을 설정한 사실을 두고 '편법 거래' 논란까지 불거지면서 민심은 더 싸늘해졌다(상자기사 참조).

쏟아진 규제 완화 민원…결국 보유세 카드?
이번 토론회에서는 정부 출범 이전부터 부동산 시장을 들끓게 했던 해묵은 과제들이 한꺼번에 테이블에 올랐다. 대토론회에 앞서 7월14~16일 진행된 주택 공급·규제, 주택금융, 부동산 세제 분야별 토론회와 큰 흐름에서 다르지 않았다. 다만 이전 토론회가 학계와 시장 전문가 중심이었다면, 이번 대토론회에는 부동산 유튜버와 온라인 카페 운영자, 공인중개사, 시장 전문가, 일반 국민까지 폭넓게 참석해 의견을 개진했다.
정부는 토론회에 직접 참석하지 못하는 국민을 위해 온라인 의견 수렴 창구도 열었다. 시사저널이 온라인 토론 게시판 '부동산토론회.kr'에 접수된 5000건의 게시물 제목을 분석한 결과, 세제 분야에서는 보유세 유지·인상과 양도소득세·취득세 인하 병행 요구가 359건으로 가장 많았다. 주택금융 분야에서는 기계약자·수분양자에 대한 잔금대출 규제 완화 및 소급 적용 배제 요구가 1652건 접수됐으며, 주택 공급에서는 소형 비아파트인 오피스텔과 빌라를 취득·보유할 때 주택 수 산정에서 제외해 달라는 민원이 445건으로 가장 많았다.
토론회에서는 세 분야가 모두 다뤄졌지만, 정부가 단기적으로 가장 빨리 내놓을 카드는 세제 개편이 될 가능성이 크다. 이 대통령 역시 토론회에서 "당장 가장 급한 건 시한이 있는 조세 제도"라며 세제 개편안 마련을 서두르겠다는 뜻을 밝혔다. 토론회 내용으로 미뤄볼 때 이르면 이달 말 발표될 세제 개편안에는 △종합부동산세 과세 기준을 '주택 수'에서 '주택 가액' 중심으로 바꾸는 방안 △초고가 주택 기준 신설과 종부세율 상향 △양도소득세 및 종부세 장기보유특별공제 개편 △조정대상지역 내 다주택자 종부세 중과 등이 담길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가 세제 개편을 통해 내세우는 명분은 명확하다. 극단적인 투기 수요와 집을 사지 못할 것이라는 불안 심리, 이른바 '포모(FOMO)'를 가라앉히기 위해 상식적이고 공정한 조세 체계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비거주 1주택자와 실제 거주하는 1주택자를 철저히 구분해 실거주 1주택자가 불리한 대우를 받지 않도록 하겠다는 구상도 깔려 있다. 그러나 토론회 이후 정부의 해법이 보유세 강화로 기울 경우, 시장의 불만은 다시 세금 논쟁으로 옮겨붙을 가능성이 크다. 문재인 정부 때와 마찬가지로 조세 정책을 적극 활용하되, 당시와 같은 조세 저항은 피하겠다는 계산이지만 실제 시장이 이를 받아들일지는 미지수다.
정부의 규제가 가장 먼저 향하는 곳은 초고가 주택이다. 1주택자라도 초고가 주택을 보유했다면 그에 상응하는 세 부담을 져야 한다는 논리에서다. 이 대통령은 토론회에서 "'똘똘한 한 채'가 우리나라에 효율적으로 투기할 기회를 만든 측면이 있다"며 "효율적으로 한 채를 사서 투자 이익을 누리는 현상에 어느 정도의 세 부담이 있어야 하는지는 한번 얘기해 봐야 한다"고 말했다. 초고가 1주택 보유세 기준을 두고는 전문가들에게 수차례 질문을 던지기도 했다.

'똘똘한 한 채' 겨냥…초고가 1주택 세금 늘까
이날 토론회 내용과 기존 예상 개편안을 종합하면 향후 보유세는 초고가 주택을 보유한 1주택자는 물론 장기보유·고령자 공제 혜택을 받아온 주택 보유자들의 세 부담까지 키우는 방향으로 개편될 가능성이 크다. 초고가 주택을 두고서는 시가 30억~50억원 선, 공시가격 기준 10억원 선 등 다양한 기준선이 논의된 만큼 정부는 국민 공감대에 맞춰 기준선을 정하겠다는 입장이다.
세법 개정 없이 시행령만으로 조정할 수 있는 공정시장가액비율은 주된 변수로 꼽힌다. 현재 60%인 공정시장가액비율을 박근혜 정부 시절 수준인 80% 또는 문재인 정부 시절의 95%까지 올리는 방안이 거론된다. 이종욱 국민의힘 의원실에 따르면, 2024년 종부세 과세 인원(45만5331명) 기준 1인당 평균 주택분 종부세는 324만원 수준이다. 향후 공정시장가액비율이 80%로 오르면 이 금액은 약 1.9배인 624만원으로, 95%까지 오르면 약 2.4배인 780만원으로 늘어날 것으로 추산된다. 다만 일각에서는 공정시장가액비율을 급격히 올리더라도 보유세 합계액 상한이 150%로 막혀 있어 세 부담이 본격적으로 반영되는 데는 시간이 걸릴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특히 다주택자는 말 그대로 '세금 폭탄'을 맞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공정시장가액비율 상향과 함께 장기보유특별공제가 축소되고, 현재 일반세율이 적용되는 2주택자까지 종부세 중과가 현실화할 경우 주택 보유로 인한 이익 실현 여부와 관계없이 세액이 크게 늘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세금을 피하려 집을 팔려고 해도 5월9일부터 양도소득세 중과가 재개된 만큼 매도도 보유도 쉽지 않은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는 예측이다.
문제는 이 과세가 현실화했을 때의 후폭풍이다. 현실적으로 세 부담을 늘리면 고가 주택을 보유한 다주택자에게 응능부담 원칙을 일부 실현할 수는 있다. 그러나 그 부담이 임차인과 실수요자에게 전가될 경우 양극화가 오히려 심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세 부담이 늘어난 임대인이 이를 전월세 가격에 반영하면 무주택자와 청년, 신혼부부 등 주거 취약계층이 직접적인 타격을 받을 수 있어서다.
투기 목적과 무관하게 오래전부터 강남 3구 등에 주택을 보유했다가 시장가격 상승으로 자산 가치가 오른 1주택자, 은퇴 후 별다른 소득 없이 집 한 채에 의존하는 고령층의 반발도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보유세 인상이 고자산가만 겨냥한 정책처럼 보이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소득이 낮은 고령 1주택자와 임차인에게도 부담이 번질 수 있다는 것이다. 고준석 연세대 상남경영원 교수는 "세제 개편안이 발표되면 당장 이달 말 계약 만료를 앞둔 임대인들을 중심으로 가격을 올리려는 움직임이 늘어날 것"이라며 "집값이 오른 차익을 실현하지 않은 사람들에게 실현 여부와 관계없이 세금을 올리면 그로 인한 부작용이 세금 인상 효과보다 클 수 있다"고 말했다.
세 부담을 피하려는 매물이 향후 시장에 나온다고 해도 무주택자가 이를 사들여 내 집 마련에 나서기는 더욱 쉽지 않다. 정부가 집값을 잡겠다며 대출 문턱을 높인 뒤에도 집값은 더 올랐고, 실수요자가 집을 살 방법은 오히려 줄었기 때문이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6월 기준 서울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은 13억4668만원으로 1년 전(12억554만원)보다 11.7% 상승했다. 그러나 6·27 대책 이후 수도권 주택 구입 시 대출 한도는 6억원(15억~25억원 주택 4억원, 25억원 이상은 2억원)으로 조여졌고, 생애 최초 주택 구입자의 주택담보인정비율(LTV)도 80%에서 70%로 낮아졌다. 현재 무주택자가 서울 평균 가격대 아파트를 사려면 받을 수 있는 대출은 최대 5억3000만원 수준으로, 최소 8억원 이상의 현금이 있어야 서울 평균 아파트를 살 수 있는 셈이다.

실수요자 대출 풀기도, 공급 늘리기도 난망
이 같은 우려 때문에 이번 토론회에서도 실수요자 대출 완화 요구가 이어졌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정부와 금융권이 대출 문을 다시 열기는 어려울 것으로 점쳐진다. 기존 규제는 유지하되 생애 최초 주택 구입자에 대한 LTV 확대나 특례 대출 확대 등 '핀셋 정책'을 검토하더라도, 시중은행의 가계대출 총량이 포화돼 대출 집행이 어려울 수 있어서다. 총량제와 무관한 정책대출도 금리 부담이 커져 적극 활용하기는 어려운 실정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대출 총량제, 일률적 LTV 규제가 얽혀 있어 한 가지 규제만 없앤다고 상황이 나아지기는 어렵다"며 "정책대출이 집값 상승을 초래했다는 지적을 받아온 만큼 정책대출만 규제에서 제외하는 데도 한계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도 "주담대는 한도를 얼마까지 올릴지의 문제가 아니라, 차주의 경제력과 무관하게 일률적인 기준이 적용된 구조를 되살펴봐야 한다"며 "생애 최초·신혼부부 특례 대출을 늘리는 방식만으로는 불충분하다. 근본적인 출발점은 '일률적인 기준'에 대한 논의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부동산 정책의 주된 해결책으로 꼽히는 공급 대책 역시 여전히 미지수다. 이 대통령은 토론회에서 "공급을 늘리면 해결이 되는데, 문제는 '어디에서 어떻게'가 마땅치 않다는 것"이라며 공급 대책 마련이 쉽지 않다는 점을 시사했다. 토론회 참여자들 역시 공급 확대 필요성에는 모두 동의했지만, 이를 구체적으로 어떻게 실행할지에 대해서는 뚜렷한 방안이 나오지 못했다.
정부는 부동산 민심을 달래겠다며 대토론회까지 열었지만, 해법은 여전히 세 갈래 벽 앞에 서있다. 세금은 조세 저항과 임차인 전가 우려에, 대출은 가계부채 억제와 총량 규제에, 공급은 규제와 속도 문제에 막혀 있다. 민심을 듣겠다는 토론회였지만, 시장이 받아든 것은 또 한 번의 규제 예고장에 가깝다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이재명 대통령 '자택 매각 논란' 핵심 쟁점 Q&A
불법은 아니지만…'내로남불' 규제 우회, 서민 분노에 불 지폈다
이재명 대통령 부부는 최근 28년간 소유하던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수내동 아파트(전용 164㎡)를 29억원에 팔았다. 1998년 3억6600만원에 산 집이니 약 25억원의 차익을 거둔 셈이다. 그런데 매각 과정에서 매수인에게 17억7000만원 규모의 근저당권을 설정한 사실이 알려져 논란에 휩싸였다. 국민에게는 강력한 대출 규제를 적용하면서, 정작 스스로는 '사적 대출'을 동원해 규제를 회피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이번 사태의 핵심을 문답으로 쉽게 풀어봤다.
근저당권을 설정한 이유는.
매수인이 잔금 17억7000만원(매매대금의 약 61%)을 치를 현금이 모자랐기 때문이다. 이 대통령 부부는 잔금을 받지 않은 상태에서 명의부터 넘겼다. 대신 등기부등본에 "잔금을 갚지 않을 시 이 집을 경매로 넘기겠다"는 권리(근저당)를 명시했다. 근저당은 거래 계획대로 매수인이 오는 10월 현재 거주 중인 집을 팔아 잔금을 치르면 풀리게 된다.
이런 거래가 불법인가.
불법은 아니다. 이처럼 파는 사람이 사는 사람에게 사실상 대출을 해주는 방식을 '매도인 금융' 또는 '셀러 파이낸싱'이라고 부른다. 세금만 제대로 낸다면 법적으로 가능한 거래다.
그렇다면 어째서 비판을 받나.
핵심은 '내로남불'이다. 이재명 정부는 그동안 가계부채 관리와 집값 안정을 이유로 은행 대출 문턱을 대폭 높였다. 현재 25억원이 넘는 고가 주택은 주택담보대출 한도가 2억원에 불과하다. 평범한 서민은 대출을 통한 '내 집 마련'이 사실상 불가능한 구조다. 그런데 정책 최고책임자인 대통령이 정작 자신의 고가 아파트를 팔 때는, 대출 규제로 돈이 부족한 매수인에게 사적 대출을 해주는 방식으로 규제망을 우회했다는 점이 비판의 소리가 나오는 지점이다.
청와대의 해명은.
청와대는 "이 대통령이 집이 한 채뿐이어서 팔 의무는 없었지만, 부동산 시장을 정상화하겠다는 정책 의지를 보여주기 위해 매도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근저당 설정의 배경에 대해서도 "매수인 측 사정에 따른 것"이라고 했다. 해명의 진위와 별개로 시장에서는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다. 고가 주택 단지를 중심으로 집주인이 매수인에게 수억원을 대출해 주고 이자를 받는 '이 대통령 벤치마킹' 매물이 나오기 시작한 것이다. 이 대통령의 대출 규제 우회 사례가 부동산 시장의 대출 규제 기조를 뿌리째 흔들리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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