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흑 속 관객의 몸에 빛이 닿을 때마다 오르골 소리나는 공연의 정체

김지은 여행플러스 기자(kim.jieun@mktour.kr) 2026. 7. 26. 0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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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문턱 낮추는 서울 배리어프리 전시 개최
장애예술 전문 전시 공간인 ‘모두미술공간’
미디어 전시 ‘미디어술래전’…8월 21일까지
장애예술·융복합 매체 결합…한계없는 실험
모두미술공간에서 전시 중인 미디어술래 작품/사진=김지은 여행+ 기자
서울 한복판에 장애를 한계가 아닌 새로운 감각으로 풀어내는 예술공간이 있다. 서울 중구 서울스퀘어에 위치한 모두미술공간이다. 한국장애인문화예술원이 운영하는 이곳은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예술을 통해 소통하는 장애예술 전문 전시관이다. 장애예술가들이 한계 없는 실험과 새로운 도전을 이어가며 독창적인 예술세계를 확장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미디어술래/사진=김지은 여행+ 기자
지난 20일 진행한 미디어 간담회에서 최인경 한국문화예술원 전시장 운영부 대리가 도슨트를 진행하고 있다/사진=김지은 여행+ 기자
오는 8월 21일까지 이곳에서 장애예술과 디지털 기술을 결합한 미디어 전시 ‘미디어 술래(術來)’가 열린다. 전시에서는 여섯 팀의 작가들이 인터랙티브 설치, AI, 로봇 키네틱 등 다양한 융복합 매체를 활용해 장애예술의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한다.

지난 20일 진행한 미디어 간담회에서 최인경 한국문화예술원 전시장 운영부 대리는 “기술 술에 올 래를 사용했다”며 “또한 술래잡기처럼 재료와 작가의 메시지가 서로 잡고 잡히는 관계처럼 기능하길 바라는 마음으로 준비했다”고 밝혔다.

퍼포먼스 작품 ‘반-중력(Antigravity)’/사진=김지은 여행+ 기자
지난 16일 열린 ‘미디어술래’ 개막식에서 강혜라 무용수와 에이블뮤직그룹이 퍼포먼스를 선보이고 있다/사진=모두미술공간 제공
장애인과 비장애인, 기술과 예술은 작품이라는 이름으로 합쳐진다. 퍼포먼스 작품인 ‘반-중력(Antigravity)’이 대표적이다. 청각장애인인 강혜라 무용수가 음악 없이 안무를 창작한다. 이 몸짓을 트래킹해 움직임을 데이터로 뽑아낸다. 그 데이터를 소재로 비장애인 작곡가 박성민이 음악을 작곡한다.

이 음악은 장애·비장애 연주자가 섞인 챔버앙상블 에이블뮤직그룹의 연주로 완성된다. 중력을 거슬러 비로소 완성된 음악과 함께 다시 강혜라 무용수가 춤을 춘다. 경계 없이 서로가 겹쳐지고 스며드는 곳에서 예술이 탄생한다.

박유석 작가의 실린더 무브먼트(Cylinder Movement). 빛이 몸에 닿으면 소리가 난다/사진=김지은 여행+ 기자
관객도 그 위에 겹쳐질 기회를 얻는다. 관객참여형 인터랙티브 작품이 다양하기 때문이다. 박유석 작가의 ‘실린더 무브먼트(Cylinder Movement)’는 설치 미술이다. 텅빈 원기둥 공간에 들어서면 가느다란 한줄기 빛이 동그랗게 돌아가고 있다.

돌던 빛이 관객의 몸에 닿으면 오르골 소리가 난다. 빛에 닿는 인원이 많아질수록 음이 중첩되어 화음을 만들어 낸다. 최 대리는 “빛이 관람객에게 닿을 때만 소리가 나게끔 정교하게 작업했다”며 ”관객이 공간을 채워야지만 완성되는 작품“이라고 말했다.

작품을 소개하고 있는 이요 작가/사진=김지은 여행+ 기자
선천적 청각장애가 있는 이요 작가는 소리 대신 진동을 느끼고 그것을 작품으로 승화했다. 캔버스 위에 철가루를 뿌리고 작가가 고른 음악의 진동에 따라 흔들리는 것을 바탕으로 작품을 만들었다.

전시장에는 그림과 함께 진동 구조물이 설치돼 있다. 손으로 쥐면 구조물을 타고 진동이 전해진다. 관람객은 진동을 손으로 느끼며 작가가 세상을 감각하는 방식을 간접적으로 경험할 수 있다.

박은영 작가의 ‘무제(Untitled)’/사진=김지은 여행+ 기자
박은영 작가는 관객의 움직임에 생명체처럼 반응하는 투명 구체를 설치했다. 숨 쉬듯 작게 움직이다 관람객이 다가가는 순간 잠에서 깬 생명체처럼 움직임이 커진다. 박 작가는 ”일방적인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보다는 작품과 관객이 서로 상호 소통을 하는 작품을 만들고 싶었다“고 전했다.
작품을 소개하고 있는 곽요한 작가/사진=김지은 여행+ 기자
곽요한 작가는 뇌경색 이후 마주한 신체적 제약과 상실의 경험을 AI 단편 영상에 담아냈다. 기존의 평면 작업을 AI 기술로 재구성한 두 편의 영상을 나란히 상영하며 신체 변화 이후의 감각과 기억을 풀어낸다.

김유석 작가는 식물 로봇을 선보인다. 인공 태양의 변화에 따라 데이터를 스스로 연산해 예상 불가능한 움직임과 빛을 만들어낸다. 관람객도 스마트폰 라이트를 각 식물 로봇에 비춰보며 전시에 참여할 수 있다.

모두미술공간에는 시각장애인의 관람을 돕는 닷패드를 비치하고 있다/사진=김지은 여행+ 기자
전시는 작품뿐 아니라 관람 방식에서도 ‘모두를 위한 전시’를 지향한다. 전시장에는 장애인 관람객을 위한 접근성 서비스를 마련했다. 휠체어는 물론이고 청각장애인을 위한 수어 해설, 시각장애인을 위한 촉각 기반 닷패드, 색약보정안경 등을 제공한다.

특히 닷패드는 전시의 작품마다 상징적인 이미지를 제작해 손으로 만져보며 감각할 수 있다. 전시 기간 동안 기술과 예술이 교차하는 창작 세계를 다각도로 경험할 수 있는 전시연계 프로그램도 진행한다.

방귀희 장문원 이사장은 “‘미디어 술래術來’는 장애예술인의 고유한 인지적 감각과 디지털 신기술이 만나 창작의 외연을 어떻게 확장하는지 보여주는 전시”라며 “기술과 예술이 교차하는 능동적인 상호작용 속에서 장애예술이 나아갈 새로운 가능성을 탐색하고, 예술 안에서 서로 연결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전시는 오는 21일까지 모두미술공간에서 무료로 관람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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