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시선] "당신은 무엇을 좋아하나요?"…문화 넘어 산업동력 된 '팬심'

김경윤 2026. 7. 26. 0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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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6년 이어온 코믹콘부터 K팝 콘서트까지…팬덤 화력 타고 관련 산업도 커져
2026 LA 애니메 엑스포에서 코스튬 플레이어와 사진 찍는 관람객들 [김경윤 촬영. 재판매 및 DB 금지]

(샌디에이고=연합뉴스) 김경윤 특파원 = 7월의 샌디에이고는 그 어느 곳보다 뜨겁다.

캘리포니아주 특유의 구름 한 점 없는 여름 날씨도 한몫하지만, 매년 열리는 만화 축제 샌디에이고 코믹콘(SDCC)의 열기 때문이기도 하다.

샌디에이고 산타페 역으로 향하는 기차에서는 끊임없이 "당신 옆에 슈퍼히어로, 악당, 심령술사가 앉을 수 있으니 자리를 비워두라"는 안내가 흘러나오고, 도시 곳곳에는 코스프레(캐릭터 분장 놀이)를 한 만화 팬들이 걸어 다닌다.

10대들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스타트렉 속 스타플릿 제복을 차려입은 중장년, 포켓몬스터 코스튬을 입은 아기와 트레이너로 분한 부부 등 말 그대로 남녀노소가 축제를 즐긴다.

이곳에서 만난 만화·K-팝 팬 해나 카는 "매년 직접 의상과 소품을 만들어 코믹콘에 참석한다"며 자신이 정교하게 그린 재킷 위 문장을 자랑했다.

이름을 묻는 말에 명함을 건넸는데 이 명함에는 그간 그가 진행한 코스프레 사진 10장과 함께 '코스프레는 모두를 위한 것'이라는 경쾌한 문구가 적혀있었다.

샌디에이고 코믹콘 코스튬 플레이어가 건넨 명함 [김경윤 촬영. 재판매 및 DB 금지]

지난달 로스앤젤레스(LA) 애니메 엑스포에서 마주한 풍경도 마찬가지였다.

LA 다운타운의 도로를 통제해가며 열리는 이 대형 축제에서는 참석자 가운데 7할이 일본 애니메이션이나 만화 속 주인공으로 분했다.

작품 속 캐릭터를 따서 소품용 칼과 총으로 꾸민 팬들이 너무 많아 별도 보안검색대를 두고 위험 여부를 검사하는 모습도 눈에 띄었다.

열정적인 팬들이 모이자 분위기는 삽시간에 달아올랐다.

엑스포 부대행사로 애니메이션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크런치롤 신작을 소개하는 쇼케이스가 열리자 7천100석 규모 피콕 극장이 꽉 찼다.

7천여명의 팬이 애니메이션 주제가 전주만 듣고 제목과 방영 시기, 시즌까지 맞추는 퀴즈쇼는 그야말로 열광의 도가니였다. 그야말로 '찐팬'(진짜 팬)들의 놀이터였다.

엑스포에서 만난 그레이스 가와하라는 "미국 팬들이 일본보다 더 만가(일본 만화)와 애니메(일본 애니메이션)를 좋아하는 것 같다"며 열기에 놀랐다고 말했다.

BTS 컬래버레이션 음료를 먹기 위해 줄 선 '아미'들 [김경윤 촬영. 재판매 및 DB 금지]

이와 비슷한 순도의 열정은 K-팝 현장에서도 만나볼 수 있었다.

5월 라스베이거스에서 방탄소년단(BTS) 콘서트가 열리자 도시 전체가 '아미'(Army·BTS 팬)로 가득 찬 것이다.

눈 돌리는 곳마다 BTS를 상징하는 보라색과 '아리랑' 앨범의 빨간색으로 꾸민 아미들이 있었다. BTS 컬래버레이션 음료를 판매하는 카페에는 '아리랑' 쇼핑백을 맨 팬들이 긴 줄로 늘어섰다.

이들은 BTS 팬이라는 것을 자랑스럽게 드러내면서 동시에 아미로 추정되는 모든 사람에게 살가운 인사와 직접 만든 작은 선물도 나눴다.

콘서트에서 만난 한 아미에게 참석 소감을 묻자 미리 블로그에 써둔 글이 있다며 1천자 분량의 감상문을 건넸다. 이와 함께 자신이 BTS로부터 영감받아 창작한 곡을 전하기도 했다.

BTS에 영감을 받아 작곡을 한 아미(Army·BTS 팬) [팬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현지에서 만난 모든 팬의 공통점은 무언가를 열광적으로 좋아하고, 그런 자기 자신을 긍정적으로 바라본다는 점이었다.

이처럼 열정적인 팬덤은 그저 문화 현상에 그치지 않고 산업의 동력이 되기도 한다.

샌디에이고 코믹콘은 만화 팬들의 모임으로 시작해 1970년부터 무려 56년째 이어오면서 점점 더 규모를 키웠다. 이제는 애니메이션, 영화까지 아우르는 대중문화 행사로 거듭나고 있다.

K-팝 역시 글로벌 팬덤의 큰 수혜자로 꼽힌다.

세계 곳곳에서 열리는 월드투어에 해외 팬들이 몰려 공연 외 관광까지 하는 현상에 주목해 하이브는 아예 BTS 월드투어와 연계한 도시형 프로젝트 '더 시티 아리랑'을 진행하고 있다.

그러니 무언가 뜨겁게 좋아한다면, 감출 필요가 없다. 당신의 사랑은 말 그대로 큰 힘을 갖고 있으니 말이다.

heev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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