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영준·아이키 "춤에 스토리 담는 게 K춤 인기 비결이죠"

송광호 2026. 7. 26. 0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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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연습실에서 시작된 춤이 세계로 퍼져나가는 게 신기"
"지독한 연습 속에서 탄생한 K팝…칼군무 속에 자유로움이 있죠"
K팝 커버댄스 심사위원 맡아 멕시코 방문…무"영감 얻기도"
안무가 최영준과 아이키 (멕시코시티=연합뉴스) 송광호 특파원 = 24일(현지시간) 멕시코시티 한국문화원에서 안무가 최영준과 아이키가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26.07.24 buff27@yna.co.kr

(멕시코시티=연합뉴스) 송광호 특파원 = "다른 나라에선 주로 비트나 멜로디에 맞춰서 안무를 짜요. 하지만 'K퍼포먼스'에서 가장 중요한 건 가사예요. 모든 동작은 나름의 의미가 있습니다. 눈썹을 움직이는 것도, 입을 벌리는 것도 모두 의미가 있죠. 춤에 스토리를 담는 것, 그것이 K퍼포먼스 인기의 비결인 것 같아요."

K팝 신에서 잔뼈가 굵은 안무가 최영준의 말이다. 동료 안무가 아이키의 말에 따르면 그는 "재능과 노력"을 모두 갖춘 안무가다. 방탄소년단(BTS), 세븐틴, 트와이스 등 K팝 스타들의 춤선은 대부분 그의 손길을 거쳐 완성됐다. 안무가로 활동한 13년 동안 800여 작품이 넘는 춤을 새로 선보였다. "기네스북에 오를 만한" 기록이라고 아이키는 귀띔했다.

최영준이 후배 아이키와 함께 멕시코를 찾았다. 주멕시코한국문화원 등이 주관하는 '2026 K팝 커버댄스 페스티벌'에 참여하기 위해서다. 최영준과 아이키는 오는 26일(현지시간) 멕시코시티 메트로폴리탄 극장에서 열리는 이 대회의 심사위원 자격으로 참석한다. 심사에 앞서 연합뉴스가 24일 멕시코시티 한국문화원에서 이들을 만났다.

안무가 최영준 (멕시코시티=연합뉴스) 송광호 특파원 = 24일(현지시간) 멕시코시티 한국문화원에서 안무가 최영준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26.07.24 buff27@yna.co.kr

"작년에 아르헨티나 K팝 커버댄스 예선에 참여했는데, 거기서 많은 배움을 얻었어요. 현지인들을 지도하기도 했지만, 제가 그들로부터 영감을 얻었어요. 한국콘텐츠진흥원과 문화원 측에서 먼저 연락이 왔는데, 이번(멕시코 K팝 커버 페스티벌)에도 무엇인가 얻을 수 있을 것 같아 흔쾌히 응했습니다."

특별한 데서 얻는 영감은 아니었다. 작은 것 하나에도 즐거워하며, 남 눈치 보지 않는 남미인들에게서 그는 하나의 가능성을 봤다. 멕시코에서도 마찬가지다. 20일 멕시코에 도착한 그는 며칠 안 되는 사이에 현지인들의 자유로운 춤사위 속에서 깊은 울림을 느꼈다고 했다.

"춤을 순수하게 즐기는 건 우리나라 사람들보다 더 나은 것 같아요. 여기선 생활 가까이 녹아있죠. 그런 점에서 좋은 안무가가 여기서는 많이 나올 것 같아요. 말을 배우듯 자연스럽게 남녀노소 모두 춤을 즐기더라고요."

옆에서 '선배'의 말을 경청하고 있던 아이키도 거들었다.

"K팝은 명확한 '각'과 '선'이 있어요. 거기에 파워가 있죠. 공원에서 현지인들이 추는 춤을 보면서 느낀 건 남 눈치 안 보고, 또 의식하지 않고, 즐기면서 춤을 추는 어떤 '자세'였습니다."

안무가 아이키 (멕시코시티=연합뉴스) 송광호 특파원 = 24일(현지시간) 멕시코시티 한국문화원에서 안무가 아이키가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26.07.24 buff27@yna.co.kr

'각'과 '선'이 있는 K팝 칼군무는 중남미 특유의 자유분방한 스타일과는 일견 양립할 수 없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그 어느 곳보다 K팝은 중남미에서 인기를 누리고 있다. K팝과 떼려야 뗄 수 없는 '샴쌍둥이' 같은 K퍼포먼스도 압도적인 인기를 누리고 있다. 그 어떤 문화권보다도 자유분방함을 추구하는 중남미인들이 이런 '정교한 칼군무'에 열광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들은 그 이유로 "아티스트들의 지독한 연습"을 꼽았다. 최영준과 아이키에 따르면 안무가들은 시선, 턱 높이, 무대에서의 발걸음 수, 표정까지 모든 걸 계산해서 안무를 만든다. 가수들은 하루 12시간 넘는 강행군을 통해 이를 무대에서 완벽히 구현해낸다.

지독한 연습 속에서 드러난 춤은 역설적이게도 "자유롭다"고 이들은 입을 모았다. 일정한 법 테두리 안에서 자유가 더욱 빛나듯, 이러한 '규율된 자유'가 라틴아메리카인들에게 더 와닿는다는 것이다.

"K팝은 지독한 연습 속에서 탄생했습니다. 그 바탕은 칼군무죠. 역설적이지만, 그런 칼군무에는 일정한 자유가 숨 쉬고 있습니다. 그런 규율된 자유가 중남미인들에게 어필하는 것 같습니다."

오누이처럼…안무가 최영준과 아이키 (멕시코시티=연합뉴스) 송광호 특파원 = 24일(현지시간) 멕시코시티 한국문화원에서 안무가 최영준과 아이키가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26.07.24 buff27@yna.co.kr

지독한 연습은 가수들만의 전유물은 아니다. 안무가들도 같은 과정을 거친다. 작은 연습실에서 치열한 고민이 부딪히며 하나의 춤이 완성된다. 특히 노랫말에 담긴 '이야기'에 동작을 입히는 과정이 K퍼포먼스의 고갱이라 할 수 있는데, 그 과정은 생각만큼 쉽지 않다. "거의 모든 춤 동작에 의미가 담기기" 때문에 새 춤을 선보일 때는 테크닉뿐 아니라 많은 생각이 필요하다. 춤에 의미를 입히는 과정이 지난하고 힘들지만, 그런 각고의 노력 끝에 완성된 춤이 세계인에게 전달돼 사랑받을 때의 기쁨은 형용할 수 없다고 한다. 최영준은 "작은 연습실에서 시작된 춤이 세계로 퍼져나가는 게 신기하면서도 뿌듯하다"고 했다.

안무가 최영준과 아이키 (멕시코시티=연합뉴스) 송광호 특파원 = 24일(현지시간) 멕시코시티 한국문화원에서 안무가 최영준과 아이키가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26.07.24 buff27@yna.co.kr

이처럼 K팝과 K퍼포먼스가 영미 팝과 견줄만한 세계적 위상을 얻었지만, 여기서 멈춰서는 안 된다고 이들은 강조했다.

아이키는 "댄서들이 세계 음악과 춤에 대해 지속적으로 공부하고 그 흐름을 읽어야 한다"며 "우리 문화에 대한 자긍심을 갖고 연구하는 자세도 필요하다"고 했다.

그는 최근 '봉산탈춤'을 연구하면서 어린 시절 추던 라틴 댄스와의 유사성을 발견했다고 했다. 전혀 다른 영역 같지만, 그 사이에서 새로운 춤의 씨앗을 발견했다는 것이다. 영국 낭만주의 시인 새뮤얼 테일러 콜리지가 "상상력이란 반대되는 것의 결합"이라고 했던 말을 떠올리게 하는 대목이다.

최영준은 "영감은 도처에 있다"고 말했다. 우연히 본 연극, 영화, 음악, 그리고 최근 멕시코에서 본 사람들의 자유분방한 춤사위까지 모든 순간이 영감이 된다고 했다. 그는 "나에게 주어진 모든 시간 속에서 영감이 찾아온다"면서 늘 노력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했다.

안무가 아이키와 최영준 [주멕시코한국문화원 제공. 재판매 및 DB금지]

buff27@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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