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턴 성과급 안 줬더니 "17억 줘라"…소송 휘말린 공기업 '패닉' [곽용희의 인사노무노트]

곽용희 2026. 7. 26. 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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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용형 인턴 소송 확산…공기업마다 엇갈린 판결
한국남부발전 461명 집단소송…"인턴 상여금 안줘"
법원 "기간제법 위반"…17억 배상 선고
반면 한국공항공사 사건에선 정반대 판결
"인턴과 정규직 달라...차별로 볼 수 없어"
전문가 "동일업무 여부가 쟁점...인턴 업무 부여 주의해야"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인턴에게 상여금과 성과급을 지급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공기업이 잇달아 소송에 휘말리고 있다. 같은 제도로 운영된 인턴이라도 법원이 공기업별 운용 방식과 실제 업무 내용을 달리 판단하면서 하급심 판결이 엇갈리는 모습이다. 법조계에서는 인턴이 정규직과 동일한 업무 및 책임을 수행했는지가 향후 소송의 핵심 쟁점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26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방법원 제48민사부는 최근 한국남부발전 채용형 인턴 출신 근로자 B씨 등 461명이 회사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회사가 원고들에게 총 17억5215만원과 지연손해금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정규직과 같은 일…인턴 기간도 상여금 달라"

한국남부발전은 2011년 정부 지침에 따라 채용형 인턴 제도를 도입했다. 신입사원을 인턴으로 채용한 뒤 일정 기간 근무와 평가를 거쳐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방식이다. 회사는 4~6개월간 인턴으로 근무하게 한 뒤 대부분을 정규직으로 전환했다.

하지만 인턴 근무 기간에는 상여금을 지급하지 않은 게 문제가 됐다. 정규직 전환 뒤에도 인턴 기간은 상여금 산정 기준이 되는 근무기간에서 제외했다. 이에 원고 근로자는 이런 처우가 근로기준법 제6조의 균등처우 원칙과 기간제 및 단시간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기간제법) 제8조 제1항의 차별금지 규정을 위반한 불법행위라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우선 근로기준법 제6조가 금지하는 '사회적 신분'은 사회에서 장기간 점하는 지위로 일정한 사회적 평가를 수반하는 것을 의미한다며, 인턴은 성별·국적·신앙과 같은 고정적 지위에 해당하지 않아 사회적 신분으로 볼 수 없다고 했다.

반면 기간제법 위반의 차별은 인정했다. 재판부는 △채용형 인턴 제도가 정규직 전환을 전제로 운영된 점 △인턴 대부분이 정규직과 같은 부서에서 유사한 업무를 수행한 점 △채용공고에 정규직 전환 시 입사일을 인턴 입사일로 소급 적용한다고 명시한 점 등을 근거로 정규직 근로자를 비교대상으로 인정했다. 이어 회사가 인턴 근무 기간에 상여금을 지급하지 않거나, 해당 기간을 근태계산기간에서 제외한 데는 합리적인 이유가 없으며 이는 기간제법상 차별적 처우에 해당하는 불법행위라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원고들이 현재 정규직으로 전환됐더라도 과거 인턴 근무 기간을 이유로 한 차별적 처우가 계속되고 있는 만큼, 현재는 기간제 근로자가 아니어서 기간제법 적용 대상이 아니라는 회사 측 주장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일자리 늘리려는 정부 요구 따랐다가...소송 휘말린 공기업들

반면 비슷한 시기 정반대 취지의 판결문을 받은 공기업도 있다. 서울남부지방법원은 이달초 한국공항공사 퇴직 및 현직 근로자 A씨 등 274명이 공사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청구를 모두 기각했다. 원고 근로자들은 한국공항공사가 2015년부터 2017년까지 기획재정부의 가이드라인에 따라 운영한 '채용형 인턴 제도'로 입사한 근로자로, 최대 3개월간의 인턴 평가 근무를 거친 뒤 정규직으로 전환됐다.

이들은 소송에서 인턴 근무 기간에 정규직 신입사원과 동종·유사 업무를 수행했음에도 차별적 처우를 받았다고 주장했다. 정규직 대비 매월 약 70만~150만원 적은 130만~200만원 상당의 급여만 지급받았고, 월 급여의 350~450%에 달하는 성과급을 받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정규직과 채용형 인턴 사이에 업무 차이가 있다고 봤다. 재판부는 "채용형 인턴 제도는 정규직 신규채용 전 실무능력을 배양하고 직무수행능력을 평가하기 위한 것"이라며 "인턴 배치 및 복무계획에 따라 보안상 책임 있는 업무 부여가 금지됐고 서무, 통계조사, 자료수집 등 독자적 권한과 책임을 수반하지 않는 보조 업무를 주로 담당했다"고 지적했다.

낮은 급여에 대해서도 "(인턴기간) 3개월은 인턴이 실무능력을 배양하고 직무수행능력을 평가받기에 적절한 기간이므로 이 기간 동안 다소 낮은 수준의 급여를 지급했다고 해서 이를 불합리한 차별행위라고 단정할 수 없다"고 결론 내렸다. 낮은 급여에 대해서도 "(인턴기간) 3개월은 인턴이 실무능력을 배양하고 직무수행능력을 평가받기에 적절한 기간이므로 이 기간 동안 다소 낮은 수준의 급여를 지급하였다고 하여 이를 불합리한 차별행위라고 단정할 수 없다"고 결론 내렸다.

채용형 인턴제는 청년고용 확대를 위해 정부가 공공기관에 도입한 제도다. 학벌과 스펙 중심의 채용에서 벗어나 인턴 기간 실제 업무 수행 능력을 평가해 정규직을 선발하자는 취지로 2014년부터 본격 시행됐다.

이후 정부 지침에 따라 제도를 도입한 한국가스공사, 한국도로공사, 한국전력, 한국수력원자력, 한국남부발전 등 공기업을 상대로 비슷한 소송이 잇따랐다. 다만 법원 판단은 기관별로 엇갈렸다. 채용형 인턴이 실질적으로 정규직과 동일한 업무를 수행했는지 여부 등이 판단의 핵심 기준으로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김상민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는 "인턴에게 사실상 정규직과 동일한 업무와 권한, 책임을 부여했다면 차별로 인정될 가능성이 높다"며 "기업은 인턴십을 정규 인력의 저비용 대체수단이 아니라 교육과 경력 형성을 위한 프로그램이라는 점을 명확히 운영할수록 성과급 차등 지급의 합리성을 인정받을 여지가 커질 것"이라고 조언했다.

곽용희 기자 ky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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