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하면서 쓴 시가 대박 터뜨렸다…中 문학상 수상자의 놀라운 정체 [나우, 어스]
BBC “中 생산직 출신 작가들, 최근 문단서 잇따라 주목받아”
![지난해 4월 중국 선전에서 한 배달기사가 스쿠터를 타고 이동하고 있다. [게티이미지]](https://img4.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07/25/ned/20260725230212285tdle.jpg)
[헤럴드경제=김영철 기자] 중국에서 가장 권위 있는 문학상 중 하나인 루쉰(魯迅)문학상을 배달 기사가 거머쥐어 화제다.
24일(현지시간) 영국 BBC 방송은 중국 배달기사 왕지빙(56)이 시집 ‘저공비행(Low Flight)’으로 루쉰문학상을 수상했다고 보도했다.
루쉰문학상은 ‘중국 현대문학의 아버지’로 불리는 작가 루쉰의 이름을 딴 중국의 대표적인 종합문학상으로, 중국작가협회가 주관하는 문학상 중에서 가장 권위 있고 영예로운 상 중 하나로 평가받는다. 이 문학상은 장편소설, 중·단편소설, 번역, 시 등 4개 부문을 시상하고 있다.
![중국에서 가장 권위 있는 문학상 중 하나인 루쉰(魯迅)문학상을 수상한 왕지빙. [SNS]](https://img3.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07/25/ned/20260725230212510zlmv.jpg)
중국 장쑤성 출신인 왕지빙은 어려운 가정형편으로 10대에 학업을 중단했다. 이후 건설 현장 노동자와 폐품 수집상, 노점상 등 여러 생업을 전전하다 배달기사로 일하게 됐다.
그러나 힘겨운 삶 속에서도 독서와 글쓰기는 놓지 않았다. 지난 2019년부터 배달기사로 일한 왕지빙은 그가 직접 쓴 시와 산문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꾸준히 올리며 이름을 알려으며, 특히 2022년에는 시집 ‘서두르는 사람(Man in a Hurry)’이 온라인에서 큰 화제를 모았다. 이 작품은 고객이 주소를 잘못 입력하는 바람에 몇 시간 동안 배달을 헤맸던 실제 경험에서 영감을 받아 쓴 시집이다.
왕은 이듬해인 2023년 첫 시집 ‘서두르는 사람: 음식 배달기사의 시’를 출간했고, 지난해에는 약 200명의 배달기사를 인터뷰하고 설문조사한 내용을 바탕으로 ‘저공비행’을 펴냈다. 이번 수상작인 왕지빙의 ‘저공비행'은 배달기사들이 일터에서 겪는 고단한 현실과 삶의 애환을 담고 있다.
왕지빙은 중국 관영지인 글로벌타임스에 “음식 배달을 하면서도 종잇조각에 틈틈이 시들을 끄적여왔다”며 수상 배경을 밝혔다.
그는 “숨을 죽인 채 결과를 기다릴 정도로 긴장했다. 수상 소식이 전해진 뒤에야 비로소 마음이 놓였다”면서도 “다만 갑작스럽게 쏟아진 언론의 관심이 적지 않은 심리적 부담이 됐다”고 털어놓았다.
다만 왕지빙은 최고의 수상 영예를 받았음에도 배달 일을 계속할 계획이라고 했다. 그는 “경제적으로 생계를 위해 이 일을 할 필요는 없지만, 일하는 분위기가 좋고 건강을 유지하는 데도 도움이 된다”며 “나는 현실에 발붙인 삶을 원한다. 상을 받았다고 해서 내가 달라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BBC는 왕지빙의 수상이 최근 중국에서 생산직·육체노동자 출신 작가들이 잇달아 문단에서 주목받는 흐름을 보여주는 사례 중 하나라고 분석했다.
실제로 북경에서 택배기사로 일했던 후안옌은 회고록 ‘나는 베이징에서 택배를 배달한다’를 통해 중국에서 베스트셀러에 오르며 해외에서도 관심을 받았다. 중국의 대표적인 이주 노동자 작가 판위쑤(范雨素)의 자전적 수필 ‘나는 판위쑤이다(我是范雨素)’는 지난 2017년 온라인에 공개되자마자 폭발적인 반향을 일으킨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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