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퀴벌레들이 이겼다"… 인도 교육장관, Z세대 시위에 결국 사임
강경 진압에도 반정부 시위 이어져

의대 입학시험 유출 의혹으로 촉발된 인도 Z세대(1990년대 후반~2010년대 초반 출생)의 분노가 전국적인 반정부 시위로 확산되자 결국 교육부 장관이 자진 사퇴했다.
다르멘드라 프라단 인도 교육부 장관은 25일(현지시간)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엑스(X)에 올린 공개 서한에서 "현 상황을 반국가 세력이 이용하지 못하도록 나라의 통합이 유지되고, 단 한 명의 인도 학생도 법적 분쟁에 얽히지 않도록 하기 위해 사직서를 (나렌드라 모디) 총리께 보냈다"고 밝혔다. 이날 오후 예정됐던 인도 정부와 바퀴벌레국민당(CJP)의 3차 협상을 몇 시간 앞두고 나온 발표였다.
"평화적으로 목표 달성, 간디에게 배웠다"
프라단 장관의 사임 소식이 전해진 직후 CJP는 X에 "바퀴벌레들이 이겼다. 민주주의가 이겼다" "이것은 학생들의 승리" 등의 내용을 담은 게시물을 잇달아 올렸다. CJP 창립자 아비지트 딥케는 "평화적 수단으로 목표를 이룰 수 있다는 것을 간디에게서 배웠다"고 X에 썼다. 다만 CJP는 뉴델리 중심부 잔타르만타르 광장에서 진행 중인 시위를 중단하겠다는 입장을 내놓진 않았다. 교육장관 사퇴 외에도 △유가족 보상 △시위 참가자 형사입건 철회 △강경진압에 대한 공개 사과 등 나머지 요구는 여전히 미해결로 남아 있기 때문이다.
이번 사태는 5월 3일 인도 의대·치대 입학시험 문제 및 정답의 사전 유출 사실이 드러나면서 촉발됐다. 인도 정부는 해당 시험을 취소하고 재시험을 실시하기로 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진로가 꼬여 버린 일부 학생의 자살 소식이 전해지며 청년들의 분노는 오히려 더 커졌다. 청년 실업률이 심각한 인도에서 의대는 공대와 함께 대표적인 신분 상승 통로로 여겨지고 있다.
CJP 창당을 촉발한 건 5월 인도 대법원장의 발언이었다. 수리야 칸트 대법원장은 "취업도 못 하고 직역에 자리도 없는 바퀴벌레 같은 젊은이들이 있다"는 망언을 내뱉었다. 이에 카스트 제도 최하층(달리트) 출신인 딥케는 X에 "모든 바퀴벌레가 한데 모인다면 어떨까"라는 글을 올렸고, 수백만 명이 호응했다. 딥케는 바로 CJP를 창당했다.

강제 입원·강경 진압, '분노 여론'에 더 불붙여
이들의 농성이 전국적인 반정부 시위로 번진 배경에는 지난 18일 사회운동가 소남 왕축의 강제 입원이 있었다. CJP와 연대해 단식 농성을 하던 그를 경찰이 병원으로 끌고 간 것이다. 왕축의 아내는 "불법 구금"이라며 반발했고, 이 사건은 여론의 분노에 더욱 불을 붙였다. 인도 의회 개회일인 20일 예정돼 있던 행진에는 당초 예상을 크게 웃도는 1만여 명이 모였다. 시위대가 '프라단 장관 사퇴'를 요구하며 의회로 향하자 경찰은 최루탄과 곤봉으로 진압했다. 잔타르만타르 일대 인터넷이 차단됐고, 뉴델리 전역에는 '5인 이상 집회 금지령'까지 내려졌다.
강경 진압은 역효과를 냈다. 미국 워싱턴포스트는 "시위가 성난 청년층을 넘어 전국의 전문직 종사자와 가족 단위 참가자들도 끌어들이고 있다"고 전했다. 미 CNN방송은 일부 시위대가 교육장관 경질을 넘어 나렌드라 모디 총리의 퇴진까지 요구하기 시작했다고 짚었다.
모디 정부는 정치적 책임을 피하는 대신, '제도 개혁'으로 사태를 봉합하려는 모습이다. 모디 총리는 23일 영상메시지를 통해 시험지 유출 사건 관련자를 엄벌하기 위한 '전담 신속처리 법원'을 설치하겠다고 밝혔다. 시험 주관기관인 국가시험청 직원 47명을 해임하고 교육부 차관도 교체했다. 전날 CJP와의 2차 협상에서 인도 정부는 '유가족 보상'과 '시위 참가자 형사입건 철회'에는 원칙적으로 동의했지만, 프라단 장관 경질만은 거부했다. 실제 프라단 장관은 지난달만 해도 CJP 시위대를 "테러리스트의 2군"이라고 부르며 사퇴를 완강히 거부했다. 결국 이날 자리에서 물러나겠다는 의사를 표하긴 했지만, 사퇴 서한에서도 그는 "책임 있는 자리에 앉은 인사들"이 학생들을 오도하려 했다며 우회적으로 야권과 시위 지도부를 비판했다.
문재연 기자 munja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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