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없으면 안 되는데” 쓸 때마다 ‘유해물질’ 수두룩…여름에 빨래도 못 하겠네 [지구, 뭐래?]

김광우 2026. 7. 25. 1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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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조기에 빨래를 넣고 있다.[123rf]

[헤럴드경제=김광우 기자] “건조기 없으면 빨래를 못하는데...”

한참 빨래를 널어놔도, 좀처럼 마르지 않는 여름철. 건조기는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가전’으로 자리 잡았다.

특히 지금과 같은 장마철에는 자연 건조가 거의 불가능한 수준. 건조기를 사용하기 위해 코인세탁소를 찾는 1인 가구도 적지 않다.

문제는 건조기 사용이 초래하는 치명적인 부작용. 바로 고열 건조 과정으로 인해 옷에서 발생하는 ‘미세섬유(미세플라스틱의 한 종류)’다.

서울의 한 코인세탁소에 설치된 세탁기. 김광우 기자.

건조기에서 발생한 미세섬유는 피하기도 여간 힘든 게 아니다. 금세 공기 중으로 퍼져나가 호흡을 통해 우리 몸에 들어오기 때문.

미국 사막연구소(DRI)와 환경단체 등이 지난해 9월 3일 국제학술지 ‘환경독성학 및 화학’에 발표한 연구에 따르면, 가정용 건조기를 한 번 작동할 때 외부로 배출되는 미세섬유 물질은 평균 138.6㎎인 것으로 나타났다.

개수로 환산하면, 건조기가 한 번 작동하면서 수백만개의 미세플라스틱을 방출하고 있다는 것.

미세플라스틱 조각.[게티이미지뱅크]

연구진은 미국 7개 가정의 배기식 건조기 외부 배출구에 3주 동안 그물망을 설치했다. 해당 기간 각 가정은 건조기를 평소처럼 사용했고, 연구진은 그물망에 쌓인 물질의 양과 성분을 분석해, 미세섬유 배출량을 확인했다.

연구진은 미국 내 전기식 건조기 8221만대가 연평균 311회 작동된다고 가정하면, 연간 약 3500톤 수준의 미세섬유가 배출될 것이라고 추산했다. 5톤 트럭으로 700대에 해당하는 수준이다.

건조기.[123rf]

미세섬유는 미세플라스틱의 한 종류다. 보편적인 섬유 재질이 석유 기반 합성섬유로 만들어지는 탓에, 건조 과정에서 옷이 손상되며 미세플라스틱이 발생한다. 특히, 건조 과정에서 뜨거운 공기가 배출되는 경우, 주변에 미세플라스틱이 퍼지며 호흡 과정을 통해 우리 몸에 유입된다.

건조기 ‘필터’에서도 이같은 미세섬유를 잡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일반 먼지에 비해서 훨씬 가늘고 짧기 때문. 필터에 걸러지지 않은 미세플라스틱은 건조기 종류에 따라 공기나 물로 배출된다.

널리 알려진 것처럼, 미세플라스틱은 분해되거나 방출되지 않고, 신체 내에 누적된다. 건강상 악영향에 대해서는 아직 연구가 진행 중이다.

서울의 한 코인세탁소에 설치된 건조기. 김광우 기자.

다만, 심혈관계 등 각종 인체 조직에 악영향을 준다는 연구 결과가 지속해서 나오고 있다. 심지어 면역체계와 호르몬 작용에 혼란을 줘, 각종 염증이나 세포 손상을 일으킬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가정용 건조기뿐만 아니다. 미국 환경단체 ‘5 자이어스 연구소’는 지난해 11월 코인세탁소에서 뿜어져 나오는 미세섬유 배출량을 조사한 결과를 발표했다. 연구진은 미국 샌프란시스코만 일대 코인세탁소 10곳의 배기구를 중심으로 시료를 채취했다.

그 결과, 세탁소 한 곳에서 매주 약 800만~4700만개의 미세섬유가 배출되는 것으로 추산됐다. 샌프란시스코 전체 세탁 시설로 확대하면 연간 최대 1100조개의 섬유가 공기 중으로 나올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미세플라스틱.[헤럴드DB]

가정용 건조기 연구가 배출구에 필터를 씌워 ‘밖으로 나오는 양’을 측정했다면, 이번 연구는 세탁소 주변 대기에서 실제로 섬유 침적량이 증가하는지 확인했다는 것에 의미가 있다.

연구진은 “대량의 의류를 처리하는 상업용 건조기를 도시 미세섬유 오염의 주요 점오염원으로 보고, 추가 필터와 관리 기준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단순히 건조기 주변 공기가 오염되는 것을 넘어, 대기 중으로 미세플라스틱 방출하는 원인이 될 수 있다는 것.

초미세플라스틱 이미지.[123rf]

해당 연구들에서 쓰인 건조기는 뜨거운 공기를 건물 밖으로 내보내는 배기식에 해당한다. 국내 가정에서 사용하는 건조기 중에서는 히트펌프 방식도 많은데, 이 경우 직접적으로 뜨거운 공기를 내뿜지는 않는다.

그러나 빨래가 드럼 내부에서 마찰하며 미세섬유가 떨어지는 현상은 그대로다. 필터에서 잡히지 않은 섬유는 열교환기나 응축수 쪽으로 이동할 수 있다. 외부 공기로 날아가지는 않지만, 작은 플라스틱 섬유 조각이 하수를 통해 물에 흘러 들어갈 수 있다는 얘기다.

점차 미세플라스틱에 대한 소비자 인식이 강화되며, 미세섬유를 최대한 줄이는 방향의 기술 개발도 이뤄지고 있다. 특히 미세섬유까지 거를 수 있게 필터 기능을 강화하거나, 드럼의 움직이는 방식을 개선해 섬유 손상을 줄이는 등 방법이 연구되고 있다.

미세플라스틱.[게티이미지뱅크]

물론 미세플라스틱이 나온다는 이유만으로 소비자에게 사용 중단을 요구하기는 어렵다. 장마와 미세먼지가 반복되는 상황에서 건조기는 이미 ‘필수품’ 성격으로 자리 잡았다. 다만 최대한 자연 건조를 추구하는 습관과 함께 건조기 사용 주기를 늘리는 방식의 행동 변화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DRI 연구팀은 “옷 자연 건조와 같은 작은 행동 변화 하나하나가 미세플라스틱 배출량을 줄이고, 우리 자신을 보호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건조기는 높은 에너지 사용량으로 인해 탄소배출량이 큰 가전제품으로 취급된다. 가정용 건조기를 1회 사용하는 데만 해도 일회용 플라스틱 컵 100개 이상을 생산·폐기하는 것과 같은 악영향을 초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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