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담배꽁초 30개,딱 5분 걸렸다…쓰레기통 전락한 빗물받이, 대참사 부른다 [세상&]
“꽁초 버릴 곳 없어 빗물받이에 버려”
냄새난다며 발판 등으로 덮어두는 곳도
서울시, 연 3회 빗물받이 점검 및 청소
강남·서초 등 관리구역 연 10회 이상

[헤럴드경제=이영기 기자·이준영 수습기자] 도심의 배수를 책임지는 ‘빗물받이’. 집중호우 시 빗물받이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하면 배수 기능이 멈추며 반지하 가구 침수는 물론 대형 참사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 실제 2022년 서울 관악구 신림동 반지하에서 3명이 숨지는 참사가 일어나기도 했다. 이처럼 도심 배수의 필수적인 역할을 하는 빗물받이지만, 담배꽁초가 가득한 쓰레기통으로 전락하거나 냄새가 난다는 이유로 막아두는 경우가 곳곳에서 목격돼 우려의 목소리가 제기된다.
지난 24일 오후 기자가 서울 강남구 일대 빗물받이 50곳을 살펴봤더니 20곳의 빗물받이가 제 역할을 할 수 없는 상태였다. 특히 담배꽁초가 수북한 쓰레기통으로 전락한 빗물받이가 대부분이었다.
흡연장으로 쓰이는 강남역 인근 한 빗물받이 주변에는 한눈에 봐도 담배꽁초가 쌓여 제 역할을 할 수 없는 지경이었다. ‘흡연구역’이라는 안내가 무색하게 기자가 머무는 5분 동안 약 30명의 사람들이 담배를 피우고 꽁초를 버렸다. 빗물받이 안에 꽁초를 버리고 떠나는 경우도 있었다.

빗물받이에 꽁초를 버린 김모(30) 씨는 “쓰레기통이 없어서 버렸다. 꽁초 모으는 작은 깡통 같은 거라도 없지 않냐”며 “길에 버리기엔 눈치 보이니깐 하수구에 버리면 쓰레기통에 넣었다는 생각이 드는데, 습관이 된 것 같다”고 말했다.
30대 박모 씨는 “빗물받이에 꽁초를 버리는 이유는 별 생각 없이 하는 경우가 많을 것 같다”며 “흡연자들은 빗물받이가 막힐 수 있다는 걸 신경 안 쓰는 사람이 사실 많다”고 했다.
유모(35) 씨는 “빗물받이에 버리면 안 보이는 곳에 버렸다는 생각을 하는 거 같다”며 “대부분은 이 행위가 빗물 배수를 막을 거라고 생각하지 못하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어 “꽁초를 버릴 곳이 없는 것도 문제”라며 “회사에 갖고 들어가서 휴지통에 버려도 냄새난다고 싫어한다“고 덧붙였다.

빗물받이의 배수를 막는 건 담배꽁초와 쓰레기 뿐만이 아니었다. 아예 발판 등으로 빗물받이를 가려 제 역할을 하지 못하게 하는 경우도 있었다. 특히 인근에서 식당이 영업하고 있을 경우 냄새나 위생 문제로 덮어주는 경우가 부지기수였다.
논현동에서 횟집을 운영하는 사장 A씨는 “냄새가 올라와서 가림막을 해놓는다”며 “특히 식당이라서, 손님들이 식사하는 곳인데 냄새가 나면 손님들도 싫어한다”고 토로했다.

한 카페 점주는 “냄새가 나기도 하고, 특히 날파리, 바퀴벌레 등 벌레가 많이 나와서 덮어둔다”며 “야외 테이블이 있기도 하고 아이 동반한 손님도 있다 보니, 열어두면 위생적으로 좋지 않을 것 같다”고 설명했다.
현재 서울시는 침수 피해를 막기 위해 서울 25개 구의 약 58만개의 빗물받이를 관리하고 있다. 서울시 관계자는 “25개 구에서 본격적인 우기 전에 실시하는 관리를 포함해 연평균 3회 청소를 하고 있다”며 “강남, 서초, 광화문 등 과거 침수 피해를 입었거나 우려되는 곳은 집중관리지역으로 분류해 연평균 10회 이상 관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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