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수 침체 더이상 못버텨"…라면 빅3 ‘글로벌 영토전쟁’ [권용훈의 트렌드워치]
해외 매출 비중 삼양 80%·농심 30%
오뚜기 11% 그쳐…수출 전환 승부수

국내 라면업계의 경쟁 무대가 내수 점유율에서 글로벌 시장으로 옮겨가고 있다. 불닭볶음면을 앞세운 삼양식품이 해외 매출에서 독주하고 농심이 국내외 생산기지를 확충하는 가운데, 내수 의존도가 높은 오뚜기도 수출 확대에 승부를 걸었다.
삼양 해외매출 80%…농심·오뚜기 추격전
해외 사업 격차는 이미 크게 벌어졌다. 지난해 삼양식품은 전체 매출의 80.1%인 1조8838억원을 해외에서 올렸다. 반면 오뚜기의 해외 매출은 4097억원으로 전체 매출의 11.1%에 그쳤다. 이마저도 라면뿐 아니라 소스와 참기름, 즉석밥 등 모든 해외 사업을 합산한 수치다.
삼양식품은 불닭볶음면의 세계적 인기에 힘입어 내수 식품기업에서 수출기업으로 완전히 탈바꿈했다. 올해 1분기에도 해외 매출 비중이 81.9%에 달했다. 미국과 중국법인이 각각 1800억원 안팎의 매출을 올렸고, 유럽법인 매출은 전년 동기보다 세 배 넘게 증가했다.
생산능력도 공격적으로 늘리고 있다. 삼양식품은 지난달 1838억원을 투자한 경남 밀양 제2공장을 준공했다. 연간 생산능력은 8억3000만 개다. 기존 밀양1공장과 합치면 밀양에서만 연간 15억8000만 개를 생산할 수 있다. 미국과 유럽 대형 유통업체에서 불닭볶음면 입점이 확대되면서 부족했던 공급 물량을 확보하기 위한 투자다.
국내 1등보다 글로벌 공급망 경쟁
농심은 해외 현지 생산과 국내 수출기지를 함께 키우는 전략이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랜초쿠카몽가 제2공장을 가동하고 있으며 부산 녹산국가산업단지에는 수출 전용 스마트공장을 건설 중이다. 녹산공장은 오는 10월 가동을 목표로 하고 있다. 농심은 중장기적으로 현재 40% 수준인 해외 매출 비중을 60% 이상으로 높인다는 계획이다.
오뚜기는 경쟁사보다 뒤늦게 수출 체질 전환에 나섰다. 2023년 9.6%였던 해외 매출 비중은 2024년 10.2%, 지난해 11.1%로 높아졌지만 여전히 내수 매출이 약 90%를 차지한다. 국내 라면시장에서는 진라면을 앞세워 2위 자리를 지키고 있지만 해외에서는 불닭볶음면과 신라면에 견줄 대표 브랜드를 만들지 못했다.
오뚜기가 경북 구미에 2000억원 규모의 수출용 라면공장을 짓기로 한 것도 이 같은 격차를 좁히기 위해서다. 2029년까지 공장을 완공하고 기존 수출용 라면 생산을 구미공장으로 일원화할 계획이다. 회사는 2030년까지 전체 해외 매출을 1조1000억원으로 끌어올린다는 목표를 세웠다.
"新고객 잡아라" … 성장 동력된 해외 시장
업계에서는 해외 시장이 라면업체의 성장성과 수익성을 가르는 핵심 변수로 떠올랐다고 보고 있다. 국내 라면시장은 인구 감소와 소비 정체로 큰 폭의 성장을 기대하기 어렵지만 해외에서는 현지 대형마트 입점과 판매 국가 확대가 이어지고 있어서다. 과거에는 국내 점유율이 경쟁력을 보여주는 지표였다면 이제는 글로벌 유통망에 대규모 물량을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는지가 기업의 성장을 좌우하게 됐다는 분석이다.

권용훈 기자 fac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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