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편중 성장률보다 '청년 일자리·집값 안정' 중요하다

양재찬 편집인 2026. 7. 25. 1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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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스쿠프 양재찬의 프리즘
1·2분기 연속 GDP ‘깜짝 성장’
전례 없는 반도체 호조 덕분
반도체 초호황 지속할 순 없어
성장률 제고보다 중요한 건
성장 과실 국민에게 돌아가는 것
2분기 실질 GDP가 또 성장했다. 반도체 덕이다. 하지만 반도체 초호황은 마냥 이어지지 않는다. 성장률을 높이는 것보다 성장 과실이 국민에게 돌아가게 하는 일이 더 중요하다.[사진 | 뉴시스]
우리나라 2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이 전 분기 대비 0.6% 성장했다. 1분기 1.8% 성장률에 이어 2분기에도 한국은행의 5월 전망치(0.2%)를 훌쩍 넘어섰다. 전년 동기 대비 성장률은 1분기 3.8%에 이어 2분기 3.7%다.

이로써 올해 연간 3%대 성장률이 가시권에 들어왔다. 한은은 오는 8월 수정 경제전망에서 올해 연간 성장률 전망치를 지난 5월 전망치(2.6%)를 웃도는 3%대로 높여 잡을 가능성이 높다.

한국 경제의 1·2분기 분기 연속 깜짝 성장은 반도체 가격이 큰 폭으로 오르며 수출액이 급증한 덕분이다. 중동전쟁 여파로 국제유가가 올라 경기를 압박했는데, 전례 없는 반도체 수출 호조가 이를 상쇄하고도 성장률을 끌어올렸다.

2분기에는 민간소비도 0.4% 증가했다. 이것도 삼성전자가 반도체 초호황 성과를 나누겠다며 고객 구매액의 20%를 온누리상품권으로 지급하자 3조원 넘는 가전제품 소비가 일어난 영향이 컸다.

생산활동을 통해 벌어들인 소득의 구매력을 나타내는 실질 국내총소득(GDI)은 2분기에 전년 동기 대비 15.6% 급증했다. 1988년 1분기(18.0%) 이후 38년여 만에 가장 높은 증가율이다. 원자재 수입 가격이 상대적으로 안정된 가운데 반도체 수출 단가가 급등해 교역조건이 극적으로 개선된 결과다.

실질 GDI 증가율은 1분기에도 13.2%로 두 자릿수였다. 1980년대 중반 저유가·저달러·저금리의 '3저低 호황' 시기와 맞먹는 수준이다. 이처럼 실질 GDI 증가세가 지속되면 기업의 투자 여력과 가계의 구매력이 커져 내수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친다.

소비가 늘어나고 시중 유동성이 팽창한다. 세금 징수액도 늘어난다. 올해처럼 성장률 전망이 잠재성장률(2% 안팎)을 웃돌면 물가 상승(인플레이션) 압력과 자산 거품 우려도 커진다. 여기에 확장 재정까지 더해지면 경기 과열을 초래할 수 있다.

[사진 | 뉴시스]
하지만 여간해서 나아지지 않고 우리 사회에 점점 더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우는 분야가 있다. 슈퍼 사이클을 맞은 반도체를 제외하면 생산과 고용이 위축되는 등 'K자형 양극화'가 심화하고 '고용 없는 성장' 현상을 빚고 있다.

빌린 돈을 제때 갚지 못하는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이 늘어나면서 5월말 자영업자 연체율이 0.84%로 2013년 5월 이후 13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중소기업 연체율도 1.0%로 2025년 5월 이후 11년 만에 가장 높다. 반도체를 중심으로 수출이 호조이지만, 경기 회복세가 내수와 중소기업 등 경제 전반으로 확산하지 못하는 모습이다.

고용절벽 현상도 심각하다. 경제가 견조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지만, 고용 사정은 그렇지 않다. 6월 고용동향을 보면 제조업 취업자는 12개월 연속, 건설업 취업자도 14개월 연속 감소했다.

15~29세 청년층 취업난은 더 심각하다. 지난 5월 청년층 취업자는 342만7000명으로 1년 전보다 25만5000명 감소했다. 청년층 고용률은 43.8%로 코로나19 팬데믹 시기인 2020년(42.2%) 이후 가장 낮았다.

그 결과 최종 학교를 졸업한 뒤 1년 넘게 일자리를 구하지 못한 청년이 둘 중 한명꼴(48.6%)이다. 1년 이상 미취업 청년 비중은 금융위기 당시인 2009년(51.7%) 이후 가장 높다. 그중 3년 이상 미취업 청년이 다섯 중 한명꼴(19.4%)이다. 취업 준비가 길어지면서 대학 졸업에 걸리는 시간도 평균 4년 5.7개월로 역대 최장 기록을 경신했다.

힘들게 대학을 나오고도 일자리를 구하지 못한 청년들에게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 반도체 투톱을 중심으로 코스피지수가 오르는 것이 무슨 의미일까. 게다가 계속 치솟는 집값과 전·월세는 청년층을 더욱 좌절시키는 것이 현실이다.

정부는 1·2분기 깜짝 성장에 반색하며 중동전쟁 영향에도 강한 성장 모멘텀이 이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원·달러 환율 변수가 있지만, 올해 1인당 국민총소득(GNI) 4만 달러 달성 가능성도 내다본다. 저성장 늪에 빠진 것으로 여겼던 한국 경제가 빠르게 성장한다니 반가운 소식이다.

지난 5월 청년층 취업자는 342만7000명으로 1년 전보다 25만5000명 감소했다.[사진 | 뉴시스]
하지만 대다수 국민이 느끼는 경기는 그만큼 빠르게 성장하지도, 고르게 좋아지지도 않는다. 과거에는 수출이 잘되면 많은 달러가 국내로 들어와 원·달러 환율이 안정됐다. 기업의 투자와 고용, 가계의 소비가 늘며 성장의 온기가 경제 전반으로 퍼져나갔다. 지금은 수출 대기업의 이익이 협력업체의 납품 단가와 임금, 자영업자의 매출, 청년의 일자리로 이어지는 속도가 더디고, 고르게 전파되지도 않는다.

반도체에 편중된 성장률이 높아지는 데 안주해선 안 된다. 반도체 초호황도 마냥 이어지지 않는다. 경제성장률을 높이는 것보다 성장의 과실이 국민 다수에게 돌아가게 하는 일이 더 중요하다. 이재명 정부가 내세운 '모두의 성장'이 되게 하려면 정부 정책은 특히 청년 일자리 해결과 집값 안정에 더 집중해야 할 것이다.

양재찬 더스쿠프 편집인
jayang@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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