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채권 60대40은 끝났다”…월가가 다시 원자재 담는 이유

김제관 기자(reteq@mk.co.kr) 2026. 7. 25.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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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채권 분산효과 동반 약세
채권형펀드 비중 2008년 이후 최저
인플레 강한 원자재·인프라 돈 몰려
이미지=챗GPT
오랫동안 주가 하락을 방어하는 대표적인 분산투자 자산으로 꼽혀온 채권의 입지가 흔들리고 있다. 인플레이션 장기화와 정부 부채 증가, 지정학적 불안이 겹치면서 미국 투자자들이 채권 의존도를 낮추고 원자재 등 인플레이션에 강한 자산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23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미국 자산운용사와 연기금들은 채권을 더 이상 포트폴리오의 절대적인 안전판으로 보지 않고 있다. 물가가 높은 국면에서는 주식과 채권이 함께 하락해 채권이 주가 하락을 방어하지 못할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 자산관리회사 오세이크는 최근 대표적인 ‘60 대 40’ 포트폴리오에서 채권 비중을 40%에서 31%로 낮췄다. 대신 원자재를 6% 편입했다. 이 회사가 원자재를 포트폴리오에 포함한 것은 15년 만이다.

필 블랑카토 오세이크 수석시장전략가는 “채권은 인플레이션이 낮을 때만 보험 역할을 한다”며 “최근에는 주가가 하락할 때도 충분한 방어력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오세이크는 국채 비중을 줄이는 대신 담보부대출채권(CLO), 주택저당증권(MBS), 고수익 회사채 등 액티브 운용이 가능한 채권으로 투자 범위를 넓히고 있다.

미국 버지니아주 연금기금도 채권 비중을 약 16% 수준으로 유지하면서 민간 부동산과 인프라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정 마 버지니아주 연금기금 부최고투자책임자는 “과거와 같이 주식과 채권의 마이너스 상관관계에만 의존하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자금 흐름에서도 채권의 위상 약화가 나타나고 있다. 투자 리서치 회사인 모닝스타에 따르면 미국 채권형 펀드 자산은 지난 5월 말 기준 7조9000억달러로 늘었지만 전체 포트폴리오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3%에 그쳤다. 2016년 25.7%에서 크게 낮아진 것으로, 2008년 5월 이후 월말 기준 최저 수준이다.

특히 장기 채권 투자에 대한 부담이 커지고 있다. 미국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3.5%까지 낮아졌지만 미국과 이란 간 긴장으로 국제 유가가 다시 오를 수 있어 인플레이션 우려가 여전하다. 물가가 높은 수준에 머물면 채권에서 얻는 고정 이자 수익의 실질 가치가 줄어든다. 여기에 대규모 재정적자에 따른 국채 발행 확대는 장기금리를 끌어올리고 기존 장기채 가격을 떨어뜨릴 수 있어 장기채 투자 부담을 더욱 키우고 있다.

실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기준금리를 연 3.50~3.75%로 유지하고 있지만 10년물 국채 금리는 약 4.6%, 30년물은 5.1%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투자자들이 장기 인플레이션 위험과 국채 공급 확대를 반영해 더 높은 금리를 요구하고 있다는 의미다.

이처럼 인플레이션이 높은 국면에서는 채권의 분산투자 효과도 약해질 수 있다. 물가가 오르면 중앙은행이 금리를 높은 수준에서 더 오래 유지하거나 추가 인상에 나설 가능성이 커진다. 금리 상승은 기존 채권 가격을 떨어뜨리는 동시에 기업의 자금조달 비용을 높여 주식시장에도 부담으로 작용한다. 이 때문에 과거처럼 주가가 하락할 때 채권 가격이 오르는 대신 두 자산이 함께 약세를 보일 가능성이 커진다.

시장에서는 경험적으로 물가상승률이 약 2.7%를 넘으면 주식과 채권이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는 경향이 강해지는 것으로 보고 있다. 이는 채권이 더 이상 주식 하락기에 충분한 방어 역할을 하지 못할 수 있다는 의미다.

이와 관련해 미국 대형 신탁은행 노던트러스트의 그랜트 존시 시장솔루션 총괄은 “지속적인 인플레이션과 국채 공급 증가는 장기 채권 수익률을 훼손할 수 있다”며 “특히 만기가 5년을 넘는 채권은 상승 요인보다 하락 위험이 훨씬 많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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