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스크 의외의 모습…"삼성 고마워" 이례적 감사 인사 전했다 [강경주의 테크X]
<테크X 110>
테슬라 실적 발표서 드러난 일론 머스크의 고민
삼성 파운드리, 테슬라 차세대 AI칩 생산 핵심 거점
"삼성 실명 언급은 이례적…AI 공급망 중요성 확인"

일론 머스크 테슬라 겸 스페이스X 최고경영자(CEO)가 실적 발표 콘퍼런스콜에서 삼성전자를 비롯한 반도체 기업에게 공개적으로 감사를 표했다. 차세대 인공지능(AI) 칩 생산은 물론 후속 제품 개발까지 삼성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에 맡기는 등 테슬라의 AI 반도체 전략에서 삼성전자의 역할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25일 투자업계에 따르면 머스크는 최근 열린 테슬라 2분기 실적 발표 콘퍼런스콜에서 자체 AI 칩 개발 계획을 설명하던 중 "메모리를 배정해 준 마이크론에 감사드린다"며 "메모리 가격이 상당히 비정상적인 수준까지 올랐다"고 말했다. 이어 테슬라의 반도체 로드맵을 설명하는 과정에서 "칩 분야는 매우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며 "다시 한번 TSMC와 삼성전자, 그리고 마이크론의 지원에 감사드린다"고 밝혔다.
미국 투자 전문매체 벤징가는 "머스크가 실적 발표에서 특정 공급업체를 실명으로 언급하며 감사를 표한 것은 매우 드문 일"이라며 "그가 TSMC와 삼성전자, 마이크론을 잇달아 언급한 것은 테슬라가 AI 반도체 공급망에 대한 의존도를 더욱 높이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라고 분석했다.
이 매체는 머스크가 메모라 수급에 대한 애로를 호소했다고 해석했다. 머스크의 이 같은 발언이 AI 공급망에서 상대적으로 덜 주목받던 메모리의 역할을 부각시켰다는 것이다. 엔비디아의 그래픽처리장치(GPU)가 AI 열풍의 상징으로 자리 잡았지만 AI 시스템을 구축하려면 고대역폭메모리(HBM)를 비롯한 첨단 메모리 역시 핵심 요소로 떠오르고 있다는 설명이다.
머스크는 이날 테슬라가 추진 중인 반도체 개발 시설 '테라팹' 계획도 공개했다. 그는 논리회로 설계와 메모리, 리소그래피(노광) 마스크 개발, 패키징, 테스트를 한 곳에서 수행해 맞춤형 AI 칩 개발 기간을 획기적으로 단축하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다만 이러한 계획 역시 충분한 메모리를 안정적으로 확보하는 것이 전제돼야 한다고 벤징가는 분석했다. AI 시스템은 기존 컴퓨팅보다 훨씬 많은 고속 메모리를 필요로 하는 만큼 메모리 확보 여부가 AI 경쟁력의 핵심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는 것이다.
벤징가는 "머스크는 차량이나 AI 프로세서뿐 아니라 확보가 점점 어려워지고 있는 AI 하드웨어의 또 다른 핵심 요소(메모리)에 주목했다"며 "머스크의 감사 표시는 AI 경쟁의 다음 병목현상은 프로세서 자체가 아니라 그 옆에 탑재되는 메모리가 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줬다"고 분석했다.
머스크는 또 "AI5는 내년 중반께 본격적인 대량 생산에 들어갈 것으로 예상된다"며 "AI5는 빠른 속도로 개발이 진전되고 있다"고 밝혔다. AI5는 테슬라의 차세대 AI칩으로 테슬라가 양산을 준비 중인 휴머노이드 로봇 옵티머스에 우선 탑재될 계획이다. 생산은 삼성 파운드리와 TSMC가 나눠 맡는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테슬라와 약 22조7000억원 규모의 파운드리 공급계약을 맺으며 테슬라의 핵심 파트너가 됐다.
삼성 파운드리는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 공장에서 2나노 첨단 공정을 활용해 AI5 양산을 준비 중이다. AI5는 최근 테이프아웃(설계 완료)을 마친 상태다. 이후 시제품 제작과 성능 검증, 수율 안정화 등을 거쳐 내년 중반부터 대량 생산 체제를 갖출 것으로 전망된다. 앞서 머스크는 AI5를 두고 '역사상 가장 많이 생산된 AI칩 중 하나가 될 것'이라고 평가한 바 있다.
머스크는 "협력업체들은 옵티머스와 로보택시 등을 지원하기 위해 막대한 투자를 이미 진행했다"며 "특히 삼성과 TSMC는 각각 텍사스와 애리조나에 반도체 공장을 짓고 있고, 옵티머스와 로보택시에 필요한 AI 연산 역량을 구축하기 위해 수백억달러를 투자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삼성전자 테일러 공장에서 AI5의 후속 제품인 AI6도 생산할 계획이다. 머스크는 "AI6는 세계 최고의 엣지 컴퓨팅 칩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테슬라에서 공급망을 담당하는 칸 부디라지 부사장은 "삼성의 반도체 공장은 앞으로 진행될 프로젝트에 상당 부분 활용될 것"이라고 말했다.

강경주 한경닷컴 기자 qurasoh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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