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격의 中 ‘AI 굴기’…美와 기술 격차 2~3개월

모종혁 중국 통신원 2026. 7. 25. 1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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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신 AI 모델 ‘키미 K3’, 클로드·GPT 이어 성능 3위
개발도상국과 기술 공유…美 주도 AI 질서 재편 시동

(시사저널=모종혁 중국 통신원)

7월17일 중국 상하이의 세계박람회전람관. '중국판 CES(세계 최대 가전·IT 박람회)'를 목표로 내건 '2026 세계인공지능대회(WAIC)'가 개막했다. 관람객을 압도한 것은 중앙에 자리 잡은 인공지능(AI) 컴퓨팅 슈퍼노드 시스템 '아틀라스 950 슈퍼포드'였다. 슈퍼노드는 고속 상호연결 기술을 통해 수천 장의 AI 칩을 하나의 컴퓨팅 풀로 묶는 기술을 가리킨다. 아틀라스 950은 세계 최대 통신장비업체인 화웨이가 업계에서 가장 큰 규모로 시장에 내놓은 제품이다.

화웨이는 최대 8192장의 신경망처리장치(NPU)를 효율적으로 연결해 조 단위 매개변수의 거대언어모델(LLM)을 훈련·추론할 수 있도록 설계했다. 이를 통해 엔비디아의 차세대 제품인 'NVL 144'와 비교하면 연산력은 6.7배, 메모리 용량은 15배 등 주요 지표에서 앞서 세계 최고 수준이라고 화웨이는 설명했다. 

ⓒChatGPT 생성이미지

"제2의 딥시크 충격 몰아쳤다"

화웨이는 칩들을 하나로 묶는 아틀라스 950을 통해 초대형 컴퓨팅 인프라 시설에서 엄청난 기술력을 선보였다. 중국 언론은 "올해가 중국 슈퍼노드의 원년"이라며 "개별 첨단 반도체 칩에서 뒤처졌던 중국이 시스템으로 시장 우위를 선점했다"고 평가했다. 이번 WAIC에서 중국이 보여준 것은 AI 하드웨어 제품의 단순한 전시와 나열이 아니었다. WAIC 개막일에 맞춰 중국 AI 스타트업인 문샷이 공개한 새 AI 모델 '키미(Kimi) K3'는 더 큰 충격을 줬다.

키미 K3는 2조8000억 개의 매개변수(파라미터)를 갖춘 세계 최대 규모의 오픈웨이트(AI 모델이 학습한 가중치를 공개해 누구나 수정 가능하게 만든 방식) AI 모델이다. 파라미터는 AI 모델이 학습 과정에서 데이터의 패턴과 관계를 반영하는 내부 변수다. 그래서 모델의 규모와 복잡성을 보여주는 주요 지표다. AI 성능 분석업체인 아티피셜 어낼리시스가 실시한 AI 지능 평가에서 키미 K3는 57점을 받아 187개 모델 가운데 3위를 차지했다. 클로드 페이블 5(60점)나 오픈AI의 GPT-5.6 솔 맥스(59점)에는 뒤졌으나 그록을 비롯해 메타와 구글이 개발한 최첨단 모델보다 앞섰다.

게다가 키미 K3는 많은 추론 토큰을 사용해 높은 성능을 끌어냈다. 따라서 미국의 최첨단 모델보다 효율적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실제 블룸버그는 "키미 K3가 미 AI 기업에 가격 인하 압력을 가할 수 있다"고 보도했다. 중국의 AI 기술이 훨씬 빠르게 미국을 추격하고 있는 것이다. 이온 스토이카 UC버클리 교수는 블룸버그 인터뷰에서 "중국 AI 모델은 과거에는 미 최상위 모델보다 6〜9개월 뒤처져 있었으나, 현재 격차는 2〜3개월에 불과하다"고 진단했다.

스토이카 교수는 AI 평가 플랫폼인 아레나의 창립자다. 이로 인해 글로벌 AI 업계 일각에서는 "제2의 딥시크 충격이 몰아쳤다"고 평가한다. 그러나 다른 일각에서는 키미 K3를 검증된 미 AI 모델과 동일 선상에서 보는 데는 무리가 있다고 지적한다. 딥시크처럼 적은 비용으로 경쟁력 있는 AI 모델을 개발한 사례와는 다르기 때문이다. 작업당 비용은 키미 K3가 0.94달러로 클로드 페이블 5(2.75달러), GPT-5.6 솔(1.04달러)보다 저렴하지만, 딥시크 V4프로(0.04달러)보다는 훨씬 비싸다.

그런데도 슈퍼노드와 키미 K3는 WAIC 개막식에 참석한 시진핑 국가주석에게 자신감을 불어넣어 주었다. 시진핑은 개막 연설에서 "AI 발전은 한 국가에 의한 독주가 아니라 국제적 협력을 통한 교향곡이 돼야 한다"면서 "국가안보 개념을 과도하게 확대하는 데 공동으로 반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는 미국이 주도하는 AI 기술 패권(팍스 실리카·Pax Silica)을 견제하는 발언이었다. 팍스 실리카는 AI·반도체·핵심 광물·에너지 공급망 협력체로, 현재 35개국이 참여하고 있다.

미국은 팍스 실리카를 중국을 견제하는 나토(NATO)에 비견될 정도의 기술·공급망 협력체로 발전시키려 하고 있다. 이에 현재 팍스 실리카에는 미 군사동맹국이나 외교적으로 밀접한 나라만 가입했다. 이런 움직임 속에 미국은 국가안보를 명분으로 첨단 반도체 칩의 대중국 수출을 통제했다. 물론 당장 슈퍼노드와 키미 K3가 미국의 AI 기술 우위를 무너뜨렸다고 보기는 어렵다. 하지만 중국은 미국의 수출 통제를 넘어 독자적인 AI 기술 생태계를 구축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줬다.

'저비용 오픈소스' 내세워 美 AI 패권에 도전

시진핑은 WAIC에서 공개된 중국 AI의 성과를 바탕으로 세계인공지능협력기구(WAICO)를 띄워 미국의 영향력에 정면 도전하려는 의지도 피력했다. 그는 "중남미, 아세안, 아프리카, 브릭스 국가들과 AI 협력 센터를 발전시킬 것"이라며 "향후 5년간 개발도상국에 AI 관련 연수 기회를 5000건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7월16일에는 WAICO 설립에 관한 협정에 서명했다. 창립 회원국에는 중국 외에 러시아, 벨라루스, 브라질, 쿠바, 아시아 12개국, 아프리카 10개국 등 29개국이 포함됐다.

WAICO의 설립은 중국이 단순히 글로벌 사우스를 끌어들여 팍스 실리카에 맞서는 데 그치지 않는다. 중국은 AI 시대에 기술과 표준에서 미국을 따라가지 않고 국제 질서를 주도하려는 의도를 분명히 드러내고 있다. WAICO는 단순한 기술협력기구가 아닌 AI를 둘러싼 미국·유럽 중심의 규범에 대응하는 중국식 국제 협력 플랫폼을 지향한다. WAICO는 국가주권, 개발과 기술의 접근성, 기술 공유 등을 설립 목표로 내세웠다.

중국이 WAICO 설립을 통해 AI 시대의 국제 질서에서 새 규칙을 만들어나갈 것이라고 예단하기는 힘들다. WAICO 회원국에는 선진국이 하나도 없고 중국이 회원국에 AI 관련 핵심 기술을 제공할지도 미지수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중국이 하드웨어인 슈퍼노드와 소프트웨어인 키미 K3를 선보이면서 AI 국제 질서를 이끌어갈 실력은 충분히 과시했다. 실제로 외신은 "중국 AI 모델들은 '저비용 오픈소스'라는 특징으로 개발도상국의 AI 접근성을 높이는 요인이 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그렇다고 중국이 단기간에 미국을 제치고 AI 패권을 차지할 가능성은 작다. 첨단 AI 반도체 설계와 제조, 핵심 소프트웨어 생태계, 빅테크 경쟁력 등에서 미국이 압도적인 우위를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중국은 슈퍼노드로 인프라를 다지고 AI 모델인 키미 K3를 앞세운 뒤, WAICO라는 플랫폼을 통해 글로벌 생태계를 구축하려는 전략을 내놓았다. 그동안 미국이 주도해 왔던 AI 국제 질서에 균열을 내고 새로운 중심축을 차지하겠다는 중국발 'AI 패권전쟁'의 서막이 오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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