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통3사, AI DC 경쟁 치열...차별화 전략은?
SKT, 'SK하이퍼'로 전력·부지 선점…AI DC 밸류체인 완성
KT, 전국망 활용 AI 인프라…LGU+, DBO로 수익성 차별화

| 서울=한스경제 박정현 기자 | 이통3사의 차세대 경쟁 무대가 생성형 인공지능(AI) 모델에서 AI 인프라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다. 세 회사 모두 AI 데이터센터(AI DC)에 수조원 규모의 투자 계획을 내놨지만 전략은 서로 차별화된다.
SK텔레콤은 전력과 부지를 선점하는 개발사업, KT는 전국 통신망을 활용한 AI 인프라 플랫폼, LG유플러스는 맞춤형 구축·운영(DBO) 사업으로 차별화에 나섰다. 정부 역시 규제 완화와 세제 지원을 예고하면서 AIDC 경쟁에 힘을 싣고 있다.
▲ 통신사 사옥 찾은 배경훈, 투자 속도 가속 주문
23일 배경훈 부총리 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은 취임 후 처음으로 서울 중구 SK텔레콤 본사를 찾아 이통3사 최고경영자(CEO)들과 간담회를 가졌다. 배 부총리는 "이통사는 AI 기업"이라며 최근 잇따라 발표된 AIDC 투자 계획의 속도감 있는 추진을 당부했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배 부총리는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AI 데이터센터 투자 계획 발표 이후 후속 계획이 빠르게 이어지고 있는 점을 언급하며 보다 신속한 추진을 요청했다"며 "이는 SK텔레콤뿐 아니라 이통3사 모두에 공통적으로 전달한 메시지"라고 설명했다.
▲ SK텔레콤, 'SK하이퍼' 출범…AI DC 풀스택 구축
이날 SK텔레콤은 AI 데이터센터(AIDC) 사업개발 전문 자회사인 'SK하이퍼(Hyper)'를 설립하며 AI 인프라 사업 확대에 본격 착수했다. 회사는 울산 1GW급 AIDC를 시작으로 2029년부터 국내에서 5GW 규모를 단계적으로 가동하고 2035년까지 전체 구축 규모를 15GW로 확대한다는 구상이다.
SK하이퍼는 사업 용지 확보와 변전소 구축·운영, 송배전 인프라 조성, 고객 유치 및 사업 개발을 담당한다. AIDC 구축에 필요한 전력과 부지를 선제적으로 확보하는 것이 핵심 역할이다.
증권가는 이를 SK텔레콤의 AI 데이터센터 가치사슬 완성으로 평가하고 있다. KB증권은 SK하이퍼가 부지와 전력을 확보하는 '파워드랜드(Powered Land)' 개발을 맡고 SK브로드밴드가 데이터센터 구축·운영(코로케이션), SK텔레콤이 GPUaaS(컴퓨팅 자원 임대) 등 AI 서비스를 담당하는 역할 분담 구조를 갖췄다고 분석했다.
파워드랜드는 최근 미국에서 확산하는 AI 인프라 사업 모델이다. 대규모 전력을 공급할 수 있는 부지와 변전소, 송배전 설비를 먼저 확보한 뒤 글로벌 AI 기업에 제공하는 방식이다. AI 데이터센터는 건물보다 전력 확보가 사업의 성패를 좌우하는 만큼 전력 인프라를 선점한 사업자가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후 고객이 해당 부지에 데이터센터를 구축하면 장기간 사용료를 받는 구조다.
KB증권은 "SK텔레콤이 SK하이퍼 설립과 함께 2029년 5GW 규모의 사업 목표를 제시하면서 AI 데이터센터 사업 전개 시점이 기존 예상보다 앞당겨졌다"며 "AI 인프라 전 밸류체인을 확보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평가했다.
SK브로드밴드는 기존 데이터센터 사업을 계속 담당하고 신규 AI 데이터센터 메가 프로젝트는 신설 법인인 SK하이퍼가 주도한다. 다만 SK텔레콤과 SK브로드밴드, SK하이퍼는 AI 데이터센터 사업 확대를 위해 '원팀'으로 협력한다는 방침이다.

▲ KT, AI 인프라 6조 투자...AIDC 25곳 구축
KT는 국내 최대 규모의 클라우드 사업자를 기반으로 AI 인프라 확대에 속도를 내고 있다. 박윤영 KT 대표는 취임 100일 기자간담회에서 AIDC와 AI 인프라, 기업 대상 AX 사업을 그룹의 핵심 성장축으로 육성하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KT는 총 6조원을 투입해 AI 인프라를 구축한다. 이 가운데 5조원은 총 1GW 규모의 AI 데이터센터 구축에 투자한다. 대규모 AI 학습·추론을 담당하는 중앙 AIDC와 산업 현장 인근 AI 엣지를 연결해 피지컬 AI와 자율주행 시대에 필요한 초저지연 AI 환경을 제공한다는 전략이다.
박 대표는 "피지컬 AI와 자율주행 확산으로 AI 데이터센터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할 것"이라며 "실수요 기반으로 약 25개 수준의 AI 데이터센터 구축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KT는 데이터센터를 무조건 확대하기보다 수요 중심으로 구축한다는 방침이다. 수도권은 개발 여건이 확보된 지역을 중심으로 공급을 확대하고 비수도권은 입주 수요를 확보한 뒤 단계적으로 구축한다. 수십 년간 축적한 데이터센터 운영 경험과 액체냉각 기술, 해저케이블, 데이터센터 간 연결(DCI), 유무선망을 모두 보유한 점도 경쟁력으로 내세웠다.
추가로 1조원을 투자해 해저케이블 용량을 90Tbps 이상으로 확대한다. AI 데이터센터와 연계되는 글로벌 트래픽 증가에 대응하고 해외 빅테크의 국내 AI 인프라 투자를 유치해 한국을 '아시아 AX 연결 허브'로 육성한다는 목표다. 23일 배경훈 부총리 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과의 간담회에서도 해저케이블 용량 확대와 육양국 다변화, 저궤도 위성망 경쟁력 확보 등 AI 시대 네트워크 투자 계획을 공유했다.
업계에서는 KT클라우드의 본사 재합병 가능성도 AI 전략의 변수로 보고 있다. 박 대표가 내부적으로 재합병 가능성을 검토하도록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앞서 본지 질의에서 KT클라우드는 "합병과 관련해 검토된 바 없다"고 가능성을 일축한 바 있다. 다만 통신사 간 AI 경쟁이 서비스 중심에서 AI 인프라 확보 경쟁으로 확대되는 만큼, 핵심 AI 자산을 그룹 내에 편입해 시너지를 높일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 유플러스, 코로케이션에서 DBO 사업으로
LG유플러스는 기존 평촌 1·2센터에 이어 파주에 차세대 AI 데이터센터(AIDC)를 건설하며 사업 확대에 속도를 내고 있다. LG유플러스는 파주 AIDC를 중심으로 사업을 확대해 2030년까지 AIDC 누적 수주 5조원을 달성한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파주 AIDC는 연면적 약 15만㎡(축구장 약 21배) 규모로 2027년 준공을 목표로 하며 총 6천156억원이 투입된다. 현재 1동은 계약이 모두 완료된 상태다.
회사는 파주 AIDC를 미래 AIDC 사업의 핵심 거점으로 삼고 구축 속도와 전력 확보, 대규모 수용 능력, 냉각 효율 등을 앞세운 '더 에이스 온 트러스트(The ACE on Trust)' 전략을 통해 AI 데이터센터 운영 경쟁력을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사업 모델도 기존 코로케이션 중심에서 설계·구축·운영(DBO) 사업으로 확대하고 있다. 단순 공간 임대에서 벗어나 고객 맞춤형 데이터센터를 설계하고 구축·운영까지 맡는 방식으로 사업 영역을 넓혀 수익성을 높인다는 전략이다.
▲ 정부도 박자 맞춘다...다음달 민관 협의체 출범
이통3사 AI 인프라 확대를 위해 정부도 제도 개선에 나섰다. 지난 23일 간담회에서 이통3사 CEO들은 AIDC 관련 하위법령 정비와 투자세액공제 확대 등을 건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배 부총리는 AIDC 인허가 창구를 일원화하고 규제 특례를 포함한 제도 개선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또 민간 투자 확대를 위해 투자세액공제 확대 방안을 관계 부처와 협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다음 달 AI 인프라 투자와 통신 규제 개선을 논의할 민관 협의체를 출범시킬 예정이다. 협의체에서는 AI 인프라 투자 촉진을 위한 제도 개선과 지원 방안을 구체화하고 이날 제기된 과제들을 지속적으로 논의할 계획이다.
Copyright © 한스경제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