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중동전쟁 중심은 왜 호르무즈에서 두 개의 해협으로 확대되는가?…김태준의 美·이란戰 중계<71>

정충신 선임기자 2026. 7. 25. 1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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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연속공격하고도 미국이 호르무즈를 완전히 열지 못하는 것에 대한 설명도. 김태준 한반도안보문제연구소장 AI 그림
프롤로그: 호르무즈를 우회하면 안전한가

2026년 7월 25일 현재 호르무즈해협의 위기는 끝나지 않았다. 미국은 이란의 해안레이더와 방공망, 대함미사일, 혁명수비대 해군시설과 지휘통제체계를 연속적으로 타격하고 있지만 국제 해상교통은 정상화되지 않고 있다. 7월 23일 호르무즈해협을 빠져나간 유조선이 단 한 척에 그칠 정도로 통항은 다시 크게 위축됐다. 미국의 군사적 우위가 아직 안정적인 통항질서의 회복으로 이어지지 않고 있는 것이다.

더 중요한 변화는 전쟁의 공간이 호르무즈를 넘어 홍해와 바브엘만데브로 확대되고 있다는 점이다. 7월 23일 후티의 사우디아라비아 선박 공격은 호르무즈를 우회하는 에너지 수송로 역시 안전하지 않을 수 있음을 보여줬다.

호르무즈와 바브엘만데브는 지리적으로 떨어져 있다. 그러나 세계 에너지 공급망의 관점에서 두 해협은 서로 분리된 공간이 아니다. 한쪽이 막히면 다른 항로를 선택해야 하고, 그 우회로까지 위협받으면 개별 해협의 문제가 글로벌 공급망 전체의 문제로 확대된다. 현대 해양전략에서 통제권(Control)은 더 이상 하나의 해협을 군사적으로 장악하는 능력만으로 설명하기 어려워지고 있다.

이제 질문은 누가 호르무즈를 통제하는가에 머물지 않는다. 호르무즈를 우회하더라도 바브엘만데브가 위협받는다면 세계 에너지 공급망은 두 개의 초크포인트(Choke Point·전략적 요충지, 병목 지점, 급소를 의미) 위험을 동시에 관리해야 한다.

2026년의 전쟁은 하나의 해협을 둘러싼 통제권 경쟁에서 서로 연결된 초크포인트 네트워크를 누가 안정적으로 관리할 것인가라는 새로운 단계로 이동하고 있다.

김태준 한반도안보문제연구소장. 국방대 명예교수. 김태준 소장 제공
Ⅰ. 미국은 왜 13일을 공격하고도 호르무즈를 완전히 열지 못했는가

2026년 7월 25일 현재 미국은 이란에 대한 연속적인 정밀타격을 이어가고 있다. 초기 공격은 호르무즈해협 주변의 해안레이더와 방공망, 대함미사일, 혁명수비대 해군시설과 지휘통제체계를 약화시키는 데 집중됐고, 이후 이란 내륙의 군사시설과 물류·교통 인프라까지 확대됐다. 군사력의 규모와 정밀성에서 미국의 우위는 분명하다.

그러나 군사적 우위가 호르무즈의 통항 정상화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7월 23일 해협을 빠져나간 유조선이 단 한 척에 그쳤다는 사실은 미국이 이란의 군사능력을 지속적으로 타격하면서도 아직 안정적인 통제권을 확보하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그 이유는 거부능력(Denial)과 통제권(Control)의 차이에 있다. 거부능력이 상대의 행동을 방해하거나 위험을 증가시키는 능력이라면, 통제권은 일정한 공간에서 예측 가능한 규칙과 안전을 지속적으로 보장하는 능력이다. 이란은 호르무즈를 지배하지 못하지만 미사일과 드론, 기뢰와 소형 고속정 등 비대칭전력을 이용해 선박과 해운시장에 위험을 인식시킬 수 있다. 반면 미국은 군사적으로 해협을 지배할 능력을 갖고 있지만 모든 상선의 안전한 통항까지 보장하지는 못하고 있다.

특히 이란은 모든 선박을 공격할 필요가 없다. 제한된 공격만으로도 선주와 보험회사, 용선자가 위험을 높게 판단해 스스로 항로를 회피한다면 거부전략의 목적은 상당 부분 달성된다. 따라서 오늘날 해협의 통제 여부는 군사력뿐 아니라 실제 통항량과 보험료, 선박의 항로 선택과 시장의 신뢰까지 함께 봐야 한다.

미국이 13일 동안 공격을 지속하고도 호르무즈를 완전히 열지 못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군사시설을 파괴하는 것과 국제 해상교통의 신뢰를 회복하는 것은 서로 다른 문제다. 군사적 우위(Military Superiority)는 통제권의 필요조건일 수 있지만 충분조건은 아니다. 상대의 거부능력을 억제하면서 안전한 통항을 실제로 보장하고 그 상태를 지속할 수 있어야 비로소 실질적인 통제권이 성립한다.

현재 호르무즈에서 미국은 군사적으로 우세하지만 완전한 통제권을 확보하지 못했고, 이란은 해협을 통제하지 못하면서도 거부능력을 유지하고 있다. 이러한 불완전한 통제구조가 지속되면서 호르무즈 우회항로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으며, 동시에 바브엘만데브의 위협까지 확대되면서 두 번째 초크포인트가 새로운 전략적 변수로 부상하고 있다.

호르무즈를 우회하면 왜 바브엘만데브가 등장하는가에 대한 설명도. 김태준 한반도안보문제연구소장 AI 그림
Ⅱ. 호르무즈를 우회하면 왜 바브엘만데브가 등장하는가

호르무즈해협의 통항이 불안정해지면 가장 먼저 등장하는 대안은 우회수송이다. 대표적인 것이 사우디아라비아의 동서횡단 원유 파이프라인이다. 걸프지역의 원유를 육상 파이프라인을 통해 홍해 연안 얀부까지 이동시키면 호르무즈를 통과하지 않고 국제시장으로 내보낼 수 있다.

그러나 호르무즈를 우회한다고 해서 초크포인트의 위험 자체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얀부에서 출항한 선박이 홍해를 거쳐 인도양으로 이동하려면 바브엘만데브해협을 통과해야 한다. 호르무즈의 위험을 피하기 위해 선택한 우회로가 또 다른 전략적 관문과 연결되는 것이다.

2026년 7월 23일 후티의 사우디 선박 공격은 이러한 구조적 취약성을 드러냈다. 이번 공격의 전략적 의미는 특정 선박의 피해보다 호르무즈를 우회하는 에너지 수송로 역시 안전하지 않을 수 있다는 신호를 국제 해운시장에 보냈다는 데 있다. 호르무즈의 불안정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홍해와 바브엘만데브까지 위험해진다면 세계 에너지 공급망은 두 개의 초크포인트 위험을 동시에 관리해야 한다.

이는 ‘단일 초크포인트 위험(Single Chokepoint Risk)’이 ‘이중 초크포인트 위험(Double Chokepoint Risk)으로 확대되는 것을 의미한다. 하나의 해협이 위험해지면 다른 항로로 우회하는 전통적인 대응방식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우회항로 자체가 다시 공격과 봉쇄의 대상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호르무즈와 바브엘만데브의 기능은 다르지만 세계 에너지 공급망에서는 서로 연결돼 있다. 호르무즈는 페르시아만의 원유와 LNG가 세계시장으로 나가는 핵심 출구이고, 바브엘만데브는 홍해와 아라비아해를 연결하는 관문이다. 여기에 수에즈운하까지 연결되면 걸프와 유럽을 잇는 에너지·물류망은 하나의 연속된 전략통로가 된다. 한 초크포인트의 위기가 다른 초크포인트의 전략적 가치를 높이고, 그곳의 불안정이 다시 전체 공급망의 위험을 확대하는 구조다.

이 과정에서 미국의 전략적 부담도 커진다. 호르무즈에서는 이란의 미사일과 드론, 기뢰와 해안 거부체계를 억제하면서 바브엘만데브에서는 후티의 대함미사일과 드론 위협에 대응해야 한다. 이란이 바브엘만데브를 직접 통제하거나 후티의 모든 공격을 지휘한다고 단정할 수는 없지만, 서로 다른 행위자의 거부능력이 동일한 글로벌 공급망에 중첩되면 미국과 국제사회가 관리해야 할 전략공간은 그만큼 확대된다.

결국 호르무즈를 우회한다고 해서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우회는 바브엘만데브라는 두 번째 초크포인트의 전략적 중요성을 높인다. 세계가 직면한 문제도 하나의 해협을 열어 놓는 것에서 서로 연결된 두 개의 해협을 동시에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것으로 바뀌고 있다.

이것이 전쟁의 중심이 호르무즈에서 두 개의 해협으로 확대되는 첫 번째 구조적 이유다.

두 개의 해협은 어떻게 하나의 전장이 되는가에 대한 설명도. 김태준 한반도안보문제연구소장 AI 그림
Ⅲ. 두 개의 해협은 어떻게 하나의 전장이 되는가

호르무즈해협과 바브엘만데브해협은 수천 킬로미터 떨어져 있고 군사적으로도 서로 다른 전구(戰區)에 속한다. 호르무즈에서는 이란의 해안 미사일과 드론, 기뢰와 혁명수비대 해군전력이 주요 위협인 반면, 바브엘만데브에서는 예멘 후티의 대함미사일과 드론이 핵심 위협이다. 그러나 글로벌 에너지와 해상교통망의 관점에서 두 해협은 더 이상 분리된 전략공간으로만 볼 수 없다.

그 이유는 현대 해상교통이 개별 해협이 아니라 서로 연결된 항로망을 통해 작동하기 때문이다. 한 초크포인트의 위험이 커지면 선박은 다른 항로를 선택하고, 그 결과 우회항로의 전략적 가치와 위험도 함께 높아진다. 다시 그곳에서 위협이 발생하면 선박은 더 먼 항로를 선택하게 되고 운송기간과 보험료, 에너지 가격과 공급망 비용이 연쇄적으로 상승한다. 한 지역의 군사행동이 수천 킬로미터 떨어진 다른 해역과 세계시장에 영향을 미치는 것이다.

이러한 연결성은 현대 해양전장의 개념을 변화시키고 있다. 과거에는 특정 해역에서 제해권을 확보하면 그 공간에 대한 통제권을 확보했다고 평가할 수 있었다. 그러나 오늘날에는 하나의 해협을 안정시키더라도 연결된 다른 초크포인트가 위협받으면 전체 해상교통망의 안정은 보장되지 않는다. 개별 공간의 군사적 통제가 글로벌 공급망 전체의 통제로 이어지지 않는 것이다.

이 점에서 2026년 두 해협의 위기는 필자가 제시해 온 ‘전략적 전장체계(SBA·Strategic Battlespace Architecture)’의 공간적 의미를 확대시킨다. SBA가 위성과 정보·감시·정찰(ISR), 드론, 항공기, 함정, 잠수함, 전자전과 지휘통제체계를 하나의 연결된 전장으로 통합하는 개념이라면, 현재의 상황은 전력과 정보뿐 아니라 전장 자체도 네트워크를 따라 연결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특히 현대의 초크포인트 전쟁에서는 해협을 완전히 봉쇄할 필요조차 없다. 지속적인 위험을 만들어 선박의 항로 선택과 보험시장의 판단을 변화시키는 것만으로도 전략적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이란이 호르무즈에서 행사하는 거부능력과 후티가 홍해에서 만들어내는 위협이 동시에 작동하면 서로 다른 지역의 군사행동이 동일한 글로벌 공급망에서 중첩된다.

다만 이를 이란이 호르무즈와 바브엘만데브를 하나의 지휘체계로 통제하고 있다는 의미로 확대해서는 안 된다. 이란과 후티의 전략적 관계와 개별 군사행동의 직접적인 지휘 여부는 구분해 판단해야 한다. 중요한 것은 지휘체계의 일원화가 아니라 서로 다른 지역의 거부행동이 결과적으로 하나의 국제 해상교통망을 동시에 압박한다는 점이다.

이러한 변화는 미국에도 새로운 과제를 제기한다. 호르무즈에서 군사적 우위를 확보하더라도 바브엘만데브의 통항이 불안정하다면 글로벌 해상질서는 완전히 회복되지 않는다. 감시와 정찰, 미사일방어, 호송과 정밀타격, 동맹국 협력을 여러 전략공간에서 동시에 연결해야 하는 이유다.

결국 호르무즈와 바브엘만데브는 지리적으로 두 개의 해협이지만 전략적으로는 하나의 연결된 전장으로 변화하고 있다. 현대 해양전략의 핵심도 개별 초크포인트를 각각 지배하는 것에서 여러 초크포인트의 위험을 하나의 체계로 인식하고 관리하는 방향으로 이동하고 있다.

전쟁의 공간이 연결된다면 질서를 집행하는 방식 역시 연결돼야 한다. 바로 이 지점에서 ‘지속적 현장 집행전략(CAFIB)’은 단일 해역을 넘어 연결된 초크포인트를 어떻게 관리할 것인가라는 새로운 과제와 마주하게 된다.

CAFIB는 왜 새로운 단계로 진화해야 하는가에 대한 설명도. 김태준 한반도안보문제연구소장 AI 그림
Ⅳ. CAFIB는 왜 새로운 단계로 진화해야 하는가

호르무즈와 바브엘만데브가 하나의 연결된 전략공간으로 변화한다면 이를 관리하는 전략도 달라져야 한다. 지금까지 미국의 군사행동은 호르무즈에서 이란의 거부능력을 약화시키고 국제 해상교통을 회복하는 데 집중됐다. 그러나 위협이 여러 초크포인트에서 동시에 발생한다면 하나의 해역을 안정시키는 것만으로 전체 해상질서를 회복하기 어렵다.

필자가 제시해 온 미국의 ‘지속적 현장 집행전략(CAFIB·Continuous Active Force in Being)’은 이미 전개된 군사력을 중심으로 정보·감시·정찰(ISR), 정밀타격, 해상통제, 제재와 외교를 연속적으로 결합해 현장의 질서를 지속적으로 집행하는 전략이다. 이란의 ‘현장 집행전략(AFIB)’이 전략적 결심을 즉각적인 행동으로 전환하는 데 중점을 둔다면, CAFIB의 핵심은 그러한 집행을 필요한 기간 지속하는 데 있다.

2026년 7월 호르무즈에서 미국의 연속적인 군사행동은 이러한 필요성을 보여줬다. 이란의 레이더와 대함미사일 시설을 한 차례 파괴한다고 해서 거부능력이 완전히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이동식 미사일과 드론, 분산된 지휘체계가 남아 있는 한 지속적인 감시와 억제, 필요할 경우 반복적인 집행이 요구된다.

그러나 바브엘만데브의 위협이 커지면서 CAFIB는 새로운 과제에 직면했다. 호르무즈에서는 이란의 미사일과 드론, 기뢰와 해안 거부체계를 감시하면서 바브엘만데브에서는 후티의 대함미사일과 드론 위협에 대응해야 한다. 단일 해역에서 지속적으로 질서를 집행하는 능력을 서로 연결된 복수의 초크포인트로 확대해야 하는 것이다.

여기서 필요한 것은 단순한 전력 증강이 아니라 CAFIB의 공간적 확장이다. 한 해역의 위협이 다른 해역의 선박 이동과 전력배치에 미치는 영향을 동시에 판단하고, 정보와 감시자산, 방공과 호송전력, 동맹국의 역할을 연결해야 한다. ‘전략적 전장체계(SBA)’가 분산된 정보와 전력을 하나의 전장으로 연결하는 구조라면 CAFIB는 그 구조를 이용해 필요한 공간에서 질서를 지속적으로 집행하는 행동체계가 된다.

그러나 이러한 공간적 확대는 동시에 미국의 전략적 부담을 증가시킨다. 전장이 넓어질수록 함정과 항공기, 방공체계와 ISR 자산이 분산되고 군수지원과 작전비용도 커진다. 이란이나 후티가 미국과의 직접적인 전력대결에서 승리하지 않더라도 여러 지역에서 위협을 지속하면 미국과 동맹국이 더 넓은 공간을 더 오랫동안 관리하도록 강요할 수 있다. 거부능력의 전략적 효과는 상대에게 입힌 피해뿐 아니라 얼마나 많은 공간과 시간, 비용을 부담하게 만드는가에서도 나타난다.

따라서 CAFIB의 공간적 확장은 미국 단독의 군사력만으로 완성되기 어렵다. 동맹과 우방국의 해군력, 정보공유와 호송체계, 항만과 군수지원, 국제기구와 민간 해운업계까지 함께 연결돼야 한다. 여러 국가가 역할을 분담하면서 동일한 통항질서를 유지하는 체계가 필요해지는 것이다.

바로 이 지점에서 CAFIB는 ‘전략적 질서관리(Strategic Order Management)’와 연결된다. CAFIB가 연결된 초크포인트에서 질서를 지속적으로 집행하는 전략이라면 전략적 질서관리는 군사력과 외교, 동맹과 국제규범을 결합해 그 집행의 목적과 방향을 설정하는 상위체계가 된다.

결국 CAFIB의 다음 단계는 새로운 개념을 추가하는 데 있지 않다. 단일 해역에서 작동해 온 지속적 현장 집행능력을 연결된 초크포인트로 확장하고, 이를 국제적인 질서관리체계로 발전시키는 데 있다. 그러나 이러한 통제와 질서관리의 최종 목적 역시 해협 자체에 있는 것은 아니다. 전쟁을 끝내기 위해서는 결국 이란 핵 문제와 협상의 조건으로 다시 돌아가야 한다.

전쟁의 목적지는 왜 다시 핵과 협상으로 돌아가는가에 대한 설명도. 김태준 한반도안보문제연구소장 AI 그림
Ⅴ. 전쟁의 목적지는 왜 다시 핵과 협상으로 돌아가는가

2026년 중동전쟁의 전장은 계속 이동하고 있다. 미국의 초기 군사행동은 이란의 핵능력을 약화시키는 데 집중됐지만 이후 전쟁의 중심은 호르무즈로, 다시 홍해와 바브엘만데브로 확대됐다. 그러나 전쟁의 공간이 넓어졌다고 해서 최종 목적까지 달라진 것은 아니다. 미국이 해결해야 할 핵심 문제는 여전히 이란의 핵능력을 어떻게 제한하고 어떠한 조건에서 전쟁을 종료할 것인가에 있다.

최근 다시 주목받고 있는 나탄즈 인근의 지하시설인 이른바 곡괭이산(Pickaxe Mountain)은 이러한 문제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나탄즈와 포르도 등 주요 핵시설이 심각한 피해를 입었지만 그것만으로 이란의 핵 프로그램이 완전히 제거됐다고 판단하기는 어렵다. 곡괭이산의 정확한 기능과 가동 여부 역시 확인되지 않았으며, 원심분리기 이전 가능성에 관한 일부 주장도 아직 독립적으로 검증되지 않았다.

더 중요한 것은 핵시설 자체보다 핵물질의 소재와 검증이다. 이란이 보유해 온 60% 농축 우라늄 약 440kg의 정확한 위치와 상태를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확인하지 못한다면 시설의 파괴만으로 핵위협이 제거됐다고 평가하기 어렵다. 핵 프로그램은 시설뿐 아니라 핵물질과 장비, 기술인력과 지식이 결합된 체계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군사적 파괴와 핵 문제의 해결은 구분해야 한다. 군사력은 핵시설을 파괴하고 핵개발을 지연시킬 수 있지만 핵물질의 위치를 확인하고 농축 수준을 제한하며 향후 핵활동을 지속적으로 검증하는 역할까지 대신할 수는 없다. 결국 핵 문제의 최종 해결에는 IAEA의 사찰과 검증, 핵물질 계량과 국제적 합의가 필요하다.

이 지점에서 군사적 통제권 경쟁은 협상통제력(Negotiation Control Power)의 경쟁으로 이동한다. 필자가 말하는 협상통제력이란 단순히 상대에게 더 많은 양보를 받아내는 능력이 아니라 상대의 선택범위를 변화시키고 협상의 의제와 조건을 설계하며, 합의된 질서를 지속시키는 능력을 의미한다.

미국이 이란의 군사시설과 거부능력을 지속적으로 약화시키는 것도 이러한 관점에서 볼 수 있다. 군사압박은 전장에서의 우위를 확보하는 동시에 이란이 협상에서 선택할 수 있는 범위를 줄이는 효과를 갖는다. 반대로 이란은 호르무즈의 불확실성과 역내 군사적 위협을 유지함으로써 미국과 국제사회가 부담해야 할 비용을 높이고 자신의 협상력을 보존하려 한다.

그러나 양측 모두 군사력만으로 상대의 선택지를 완전히 제거하기는 어렵다. 미국은 이란의 핵시설을 파괴할 수 있지만 모든 핵물질과 기술을 제거하기 어렵고, 이란은 해협의 통항을 위협할 수 있지만 국제사회가 인정하는 해상질서를 스스로 구축할 수 없다. 결국 어느 쪽도 군사적 수단만으로 최종 목적을 달성하기 어려운 구조다.

따라서 전쟁의 출구는 다시 협상으로 수렴할 가능성이 크다. 핵물질의 위치와 농축 수준, IAEA의 검증과 사찰, 이란의 군사활동, 호르무즈의 통항질서와 제재 문제가 서로 연결된다면 앞으로의 협상은 단순한 핵합의를 넘어 전후 지역질서를 설계하는 과정이 될 수 있다.

2026년 전쟁은 핵시설에서 시작해 호르무즈를 거쳐 바브엘만데브까지 확대됐다. 그러나 전장이 넓어질수록 최종 해결은 역설적으로 다시 핵과 협상으로 돌아가고 있다. 군사력은 협상의 조건을 만들 수 있지만 협상을 대신할 수 없으며, 해협의 통제권 역시 핵 문제의 해결을 대신할 수 없다. 결국 중요한 것은 전장의 우위를 어떠한 협상조건과 지속 가능한 질서로 전환할 것인가이다.

에필로그: 연결된 질서를 관리하는 국가가 승리한다

2026년 호르무즈 사태는 현대 해양전략에서 통제권의 의미가 달라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호르무즈를 군사적으로 장악하더라도 바브엘만데브가 위협받는다면 글로벌 해상교통의 안정은 보장되지 않는다. 하나의 해협을 지배하는 능력만으로 연결된 공급망 전체를 통제할 수 없는 시대가 된 것이다.

따라서 미래의 해양질서는 가장 강한 군사력을 가진 국가만이 아니라 여러 초크포인트의 위험을 동시에 억제하고 국제사회가 신뢰할 수 있는 통항질서를 지속적으로 유지하는 국가와 연합에 의해 결정될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그것만으로 전쟁이 완성되는 것은 아니다. 현장에서 확보한 군사적 우위와 통제력을 핵 문제의 검증 가능한 해결과 협상통제력으로 전환해야 비로소 지속 가능한 전략적 질서가 만들어진다.

호르무즈에서 시작된 통제권 경쟁은 이제 더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고 있다. 누가 하나의 해협을 지배할 것인가가 아니라, 누가 서로 연결된 세계의 질서를 지속적으로 관리할 것인가

김태준 한반도안보문제연구소장·국방대학교 명예교수

정충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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