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큐레이션] 李 대통령의 '아름다운' 샌프란 AI 선언, 그런데 소는 누가 키우나?

최진홍 기자 2026. 7. 25. 1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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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경원짜리 기념사진과 3개월짜리 공석
"사진은 잘 나왔다"

이재명 대통령이 24일(현지시간) 미국 샌프란시스코 더 미드웨이에서 열린 '샌프란시스코 AI 서밋'에서 글로벌 AI 리더들과 만났다.

이들의 기업가치를 합치면 2경원을 웃돈다. 실제로 AI 제국 황제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와 샘 올트먼 오픈AI CEO, 다리오 아모데이 앤트로픽 CEO, 혹 탄 브로드컴 CEO가 한쪽에 섰고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최태원 SK그룹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이해진 네이버 의장이 맞은편에 섰다. 말 그대로 AI 절대권력들이 한 자리에 모였다.

그 가운데 이재명 대통령이 '샌프란 AI 선언'을 읽어 눈길을 끈다. 컴퓨팅과 자본, 반도체와 플랫폼, 제조와 국가 전략을 대표하는 이름들이 한 프레임에 담기는 결정적 순간이다.

의미가 있다. 그동안 한국은 세계 최고 수준의 메모리와 제조 역량을 쥐고도 글로벌 AI 질서에서 주로 공급자이자 추격자의 자리에 머물렀다는 지적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이제는 상황이 달라질 기회를 잡았다. 샌프란 AI 선언을 기점으로 판을 짜는 쪽 테이블에 처음으로 한국 몫의 의자가 놓였기 때문이다. 이제 대한민국 AI 3대 강국으로 가는 길이 탄탄하게 열린 것 같다. 남은 것은 전력질주와 아름다운 찬사, 그리고 성공적이고 희망적인 미래다. 

과연 그럴까? 
이재명 대통령이 샌프란 AI 서밋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아름다운 샌프란 AI 선언
이 대통령의 순방 첫 일정은 아모데이 앤트로픽 CEO와의 면담이었다. 앤트로픽 측에서는 톰 브라운 컴퓨팅 총괄과 마이클 샐리토 글로벌 정책 총괄이, 우리 측에서는 배경훈 부총리 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과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이 배석했다.

이 대통령은 현장에서 "대한민국이 앞으로 인공지능 분야 투자를 대대적으로 확대할 생각이기 때문에 앤트로픽의 각별한 관심과 투자, 기여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아모데이 CEO도 "한국의 메모리 제조업체들도 앤트로픽에 투자를 많이 해줬다"며 "그런 면에서 데이터센터 등 여러 분야에서 협력할 계획"이라고 답했다. 그는 "한국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AI 보안 및 사이버 산업 등과 관련한 협력 양해각서(MOU)를 맺게 됐다. 한국과 함께 일하는 것은 정말 흥미진진한 일"이라고 덧붙였다.

강유정 청와대 수석대변인은 이 면담을 두고 "국내 첨단메모리 반도체 공급 협력, 아시아 AI 인프라 핵심거점으로서 국내 AI 데이터센터의 대규모 공동 투자, 안전하고 책임 있는 AI 개발·활용을 위한 협력 방안 등에 대한 다양한 얘기가 오갔다"고 전했다. 투자자와 공급자, 수요처의 관계가 한 자리에서 겹친 셈이다.

젠슨 황 CEO도 시너지와 희망을 노래했다. 그는 "이번에 체결되는 SK그룹과 엔비디아의 비즈니스 파트너십은 5000억달러 규모"라며 "SK하이닉스, 삼성, 엔비디아는 칩 디자인과 메모리 디자인에 대한 파트너십을 진행한다"며 그 끈끈함을 강조했다.

네이버 투자까지 언급됐다. 그는 "네이버에 대한 대규모 투자도 단행한다. 네이버는 아시다시피 한국의 선도적인 클라우드 회사"라고 추켜세웠다.

협력 범위는 반도체 바깥으로 뻗었다. 젠슨 황 CEO는 "현대차그룹과 파트너십을 통해 자율 운행하는 제네시스를 함께 개발하고 로보틱스 개발도 함께 진행할 계획"이라며 "LG와 함께 발전 시스템을 같이 개발하고 공장과 가정에서 사용할 수 있는 시스템 역시 같이 개발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나아가 인력 이동 계획까지 나왔다.

그는 "엔비디아의 선도적인 역할을 하는 AI 연구원들이 캘리포니아에서 한국으로 이주할 계획"이라며 "코리아 AI를 구축하기 위해 카이스트와도 협력할 계획이고 대한민국에서 대한민국을 위한 대한민국 대규모언어모델(LLM)을 개발할 계획도 갖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금이 대한민국의 황금시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는 평가를 내놨다.

이 대통령은 만족스러운 눈치다. 그는 "인공지능 황금시대라고 명명해주셨는데 정말 맞는 표현으로 생각되고 이제 그 시대의 초입에 들어서는 것"이라고 화답했다.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계기의 GPU 공급 약속을 거론하며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정말 빠르게 지금 변화하고 있다"는 말도 남겼다.

한편 올트먼 오픈AI CEO와의 면담에서는 3대 메가 프로젝트가 화제의 중심이었다. 이 대통령은 "3대 메가 프로젝트는 국가적 결단이라고 할 수 있는데 이 과정에서도 대표님께서 많이 참여해주시고 중요한 역할을 맡아주시길 부탁드린다"고 요청했다. 이에 올트먼 CEO는 "한국 정부가 AI에서 보여주는 노력을 볼 때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나라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며 "많은 사람들이 고품질의 충분한 AI에 접근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기에 한국은 3대 메가 프로젝트를 비롯한 AI 프로그램을 갖고 선도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고 평가했다.

혹 탄 브로드컴 CEO와의 면담에서는 생태계라는 단어가 반복됐다. 이 대통령은 "AI의 산업 생태계 조성이 일정한 산업 조성과는 완전히 다른, 규모나 내용에 있어 엄청난 국가적 역할도 필요하고 기업 간의 협업도 과거와는 완전히 차원이 다른 것 같다"고 말했다.

혹 탄 CEO는 "한국은 대기업 중심 사회임에도 중소기업이나 스타트업들이 창업해 산업을 활성화하는 것이 인상적"이라며 소버린 AI에 기여할 수 있어 기쁘다는 뜻을 밝혔다.

연쇄 회동 이후 열린 서밋에서 이 대통령이 내놓은 '샌프란 AI 선언'의 뼈대는 세 갈래다.

먼저 공급망에서의 위치다. 이 대통령은 "대한민국은 대체 불가한 글로벌 AI 공급망의 핵심 국가로 도약할 것"이라며 "세계 최고 수준의 메모리반도체 경쟁력과 생산 역량을 바탕으로 신뢰할 수 있는 AI 반도체 생산기지이자 공급망 파트너가 되겠다"고 말했다.

지난 6월 투자계획 발표 이후 수도권과 지방을 아우르는 다극 생산 체계로의 전환이 진행 중이라는 설명도 덧붙었다.

활용에서의 위치도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실제로 그는 "AI를 가장 빠르고 효과적으로 활용하는 나라가 돼 세계가 함께 성장할 새로운 시장을 만들겠다"며 "AI가 연구실과 디지털 공간을 넘어 제조공장과 도시, 물류 현장 전반에서 실제로 작동하는 글로벌 AI 테스트베드이자 생산 플랫폼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여기에 분배에서의 위치가 올라탄다. 이 대통령은 "대한민국은 올해 1월 AI 기본법을 시행했다. 대한민국은 AI 시대에도 모든 국민이 소외되지 않는 사회를 만들 것이며, 이를 'AI 기본사회'라고 부른다"고 소개했다.

마무리는 도시의 역사를 빌렸다. 그는 "1906년 대지진의 폐허를 딛고 불굴의 의지와 끊임없는 도전으로 세계 기술 혁신의 중심이 된 샌프란시스코처럼 한국전쟁 이후 세계 최빈국이었던 대한민국도 글로벌 AI 생태계를 이끄는 핵심 국가로 자리매김했다"고 강조했다. 나아가 "지난 6월 4700조원 규모의 AI 프로젝트 투자가 발표됐고, 오늘 이 자리에서 기업가치 합계 2경원이 넘는 대한민국과 글로벌 대표 기업들이 오랜 시간 뜻 모아 준비한 AI 투자 이니셔티브를 전 세계에 알리게 됐다"며 "샌프란시스코의 상징인 금문교가 도시와 세상을 연결하듯, 글로벌 AI 산업을 이끌고 계신 여러분께서도 세계를 잇는 협력의 다리가 돼 달라"고 당부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샌프란 AI 서밋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 판을 받아 적을 사람이 서울에 없다
샌프란 AI 선언은 옳다. 반드시 필요한 정책이자 로드맵이다. 정부가 AI를 국가 최우선 과제로 밀어붙인 판단은 옳았고, 김용범 정책실장이 언급해온 AI 기본사회와 모두의 AI라는 좌표 역시 시대와 맞물린다. 

그러나 문제는 다른 곳에 있다. 바로 액션플랜이다. 구체적으로 액션플랜을 수행할 '사람'이다.

정부의 AI 정책을 실제로 움직이는 자리는 세 개다. 과기부총리, 대통령실 AI미래기획수석, 그리고 대통령 직속 국가AI전략위원회 부위원장이다.

국가AI전략위원회는 AI 산업 육성과 신뢰 기반 조성, 국가 AI 전략을 심의·의결하는 대통령 직속 기구로 위원장은 대통령이 직접 맡고 부위원장이 민간과 정부를 잇는 조율 역할을 담당한다. AI미래기획수석은 AI뿐 아니라 과학기술과 정보통신기술(ICT), 에너지·기후 등 미래 전략을 총괄하는 대통령실 핵심 참모다.

이 가운데 두 자리가 비었다. 하정우 전 AI미래기획수석은 지난 4월, 임문영 전 국가AI전략위원회 상근 부위원장은 지난 5월 각각 물러났다. 두 사람 모두 6월 재보궐선거 출마가 이유였다. 하이퍼클로바X를 만든 네이버 출신 AI 연구자와 위원회 살림을 맡아온 상근 부위원장이 같은 시기에 정치 일정을 따라 동시에 이탈한 셈이다.

빈자리를 채우려는 시도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문제는 그 시도가 마지막 단계에서 무너졌다는 사실이다.

실제로 하정우 전 수석의 후임으로는 이기혁 아마존웹서비스(AWS) 한국 스타트업 생태계 총괄이 낙점돼 검증까지 진행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지난달 21일 청와대 참모진 개편 발표에서 관련 인사는 빠졌다. 외국계 클라우드 서비스 기업 출신이 국가 AI 총책을 맡는 것이 합당하지 않다는 부정적 여론이 형성된 탓으로 전해진다. 인선은 원점에서 재검토에 들어갔다.

하정우 전 수석이 임문영 전 부위원장의 후임으로 복귀할 것이라는 관측도 돌았지만 실제 인선으로 이어지지 않았다. 현재 새 AI수석 후보로는 오순영 AI미래포럼 공동의장 등이 거론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렇게 임명은 한 번도 나오지 않았다. 소버린 AI를 국정 기조로 내건 정부가 정작 그 기조 탓에 후보를 걸러내고, 걸러낸 뒤에는 대안을 찾지 못한 상태로 석 달을 보냈다.

인사 공백이 이어지자 로드맵도 제동이 걸렸다. 당장 정부가 추진하는 '모두의 AI' 프로젝트는 원래 지난 6월 공고가 예상됐으나 실제 공고는 이달로 미뤄졌다. AI 활용 저변 확대를 내세운 대표 사업의 일정이 늦춰지면서 업계에서는 컨트롤타워 공백의 영향을 완전히 배제하기 어렵다는 시각이 나온다.

김용범 정책실장이 말한 AI 기본사회의 실행 창구가 바로 이 사업이다. 취지를 앞세운 간판 사업이 사령탑 부재 국면에서 한 달 넘게 밀린 것이다.

AI 정책은 산업 육성만이 아니라 데이터와 인재, 반도체, 클라우드, 규제 혁신까지 여러 부처가 동시에 움직여야 하는 분야다. 배경훈 부총리 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AI 정책을 총괄하고 있으나 부처 간 이해관계를 전체 관점에서 조율하고 협의점을 찾는 데는 한계가 있다는 우려가 계속 제기된다. 부처 하나가 다른 부처를 설득하는 구도와 대통령실이 부처를 소집하는 구도는 힘의 성격 자체가 다르기 때문이다.

현장의 체감도 다르지 않다. AI 기업 한 관계자는 "후임 인선이 중요한 자리인 만큼 검증에 시간이 걸리는 것은 이해하지만 공백이 길어질수록 정책 추진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AI는 기술 변화 속도가 매우 빠른 분야인 만큼 의사결정 지연 자체가 경쟁력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7월 말인 지금까지 두 자리는 비어 있다. 대통령이 태평양 건너에서 2경원짜리 기념사진을 찍는 동안 그 사진을 정책으로 번역할 대통령실과 위원회의 핵심 책상 두 개가 석 달째 주인을 기다리는 중이다.

물론 공석 자체가 문제의 전부는 아니다. 그러나 공백이 하필 실행의 국면과 겹쳤다는 사실이 문제다. 실제로 선언과 MOU는 발표로 끝나지만 데이터센터 부지와 전력 계통, 인허가, GPU 배분, 인재 비자, 규제 정비는 누군가 매일 회의를 소집해야 굴러간다. 5000억달러 파트너십도 엔비디아 연구원의 한국 이주도 서울에서 받아 적고 부처를 움직일 사람이 있어야 일정표가 생긴다. 그 소집권을 가진 자리가 지금 비어 있다.

이 문제는 생각보다 더 심각하다. AI 업계에는 2026년의 한 달이 예전의 1년과 같다는 말이 돌아다닐 정도로 발전의 속도가 괴물같기 때문이다. 업계 특유의 과장 화법이라 해도 지난 1년 사이 모델 세대가 몇 번 교체됐는지 세어보면 감각적으로 틀린 진단은 아니다.

이 환산법을 그대로 적용하면 계산은 잔인해진다. 한국은 AI 정책의 가장 중요한 자리 두 개를 3년 동안 비워둔 셈이 된다. 그 3년 동안 미국은 빅테크 단위로 조 단위 투자를 반복했고 중국은 오픈소스 모델로 추격 속도를 끌어올렸다.

공교롭게도 이 대통령 자신이 얼마 전 '민관합동 메가프로젝트 점검회의'에서 속도전을 강조했다. 속도를 내라고 지시한 사람과 속도를 낼 사람을 뽑지 않은 사람이 같은 정부 안에 있다. 지시와 인사가 서로 반대 방향으로 움직이는 상황이다.

물론 옹호 논리가 없지는 않다. AI 정책의 중심은 과기부총리이며 배경훈 부총리가 샌프란시스코 면담에도 배석해 실무를 챙기고 있으니 공백의 실질 타격은 크지 않다. 또 지방선거 국면에서 정치적 이동이 잦은 시기였고 급하게 채우는 인사보다 제대로 된 인물을 기다리는 편이 낫다. 여기에  AI 투자와 협력은 이미 기업이 주도하고 있어 정부 조직의 공백이 사업 진행을 막지 않는다는 말도 있다. 

세 논리 모두 일리가 있다. 다만 전제를 들여다보면 흔들린다. AI수석과 AI전략위 부위원장이라는 자리를 만든 이유는 부처 하나가 감당할 수 없는 조정과 대통령실 차원의 의사결정, 민관 협의체 운영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부총리가 그 역할까지 겸할 수 있다면 애초에 그 자리를 신설할 필요가 없었다. 신중한 인사라는 명분도 3개월이면 설명력을 잃는다. 세 달 동안 적임자를 찾지 못했다면 찾을 의지가 없었거나 그 자리의 우선순위가 낮았거나 둘 중 하나다. 기업이 알아서 한다는 논리는 더 위태롭다. 전력망 확충과 인허가, 데이터 규제, 인재 비자는 기업이 스스로 풀 수 있는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샌프란 AI 서밋. 사진=연합뉴스

AI 기본사회의 기본은 조직표에서 시작된다
정상회의와 선언만으로 AI 강국이 되지는 않는다. 이제 필요한 것은 속도이고 연결이며 실행이다. 반도체는 AI 컴퓨팅으로, 제조업은 피지컬 AI로, 플랫폼은 글로벌 서비스로, 인재는 세계 시장으로 이어져야 한다. 이 네 갈래를 하나로 꿰는 작업은 누군가 책임지고 매일 붙들어야 진도가 나간다.

지지 여부와 무관하게 잘못된 것은 잘못됐다고 말해야 한다. 이 시국에 AI 정책의 핵심 두 자리를 석 달 동안 비워둔 사정에 대해서는 납득할 만한 설명이 필요하다. 설명이 어렵다면 선택지는 두 개다. 사람을 앉히든가, 아니면 AI수석과 전략위 없이 가겠다고 공식적으로 밝히든가.

이제 남는 질문은 하나다.  2경원의 기업가치가 모인 자리에서 대체 불가 국가를 약속한 정부가, 정작 그 약속을 실행할 책상 두 개를 왜 비워두고 있는가.

샌프란시스코의 사진은 잘 나왔다. 보기좋다. 다만 사진을 정책으로 옮겨 적을 사람의 이름이 아직 없다. 쉽게 말하면 이런 것이다. '소버린? 그럼 소는 누가 키우나?'
샌프란 AI 참석자 기념사진.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