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대통령 실리콘밸리行에 K스타트업 ‘들썩’...지원 확대 기대감

류석 기자 2026. 7. 25. 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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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외창업 생태계 지원 확대 전망
이미 다수의 K스타트업 성과 창출
파운더스·와이콤 등서 시드 투자
국내 R&D·고용 창출로도 이어져
단순 외국계로 분류땐 생태계 단절
미국·남아메리카 순방에 나서는 이재명 대통령과 김혜경 여사가 24일 성남 서울공항 공군 1호기에서 환송객에게 인사하고 있다. 2026.07.24 청와대사진기자단

이재명 대통령이 글로벌 빅테크와 정보기술(IT) 스타트업이 모여있는 미국 실리콘밸리 순방에 나서면서 현지 한국 스타트업 생태계가 한층 달아오르고 있다. 이미 실리콘밸리에서는 다수의 한국 스타트업이 미국 유력 벤처캐피털(VC)의 투자를 유치하고 글로벌 기업과 협력을 확대하는 등 성과를 내고 있다. 이번 순방을 계기로 우리나라 정부의 스타트업 육성 정책이 국내 창업기업을 넘어 해외에서 창업해 현지 시장을 공략하는 국외창업기업으로 지원 범위를 대폭 넓힐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실제로 실리콘밸리에서는 한인 창업자들의 영향력이 나날이 높아지고 있다. 몰로코와 센드버드 등 이미 입지를 탄탄히 다진 스타트업들이 탄생한 것은 물론 신규 창업 기업들도 독창적인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미국 VC들로부터 호평을 받고 투자를 유치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어서다.

대표적인 곳으로는 영상 제작 AI 에이전트를 개발하는 ‘숨(SUME)’이 있다. 숨은 올해 초 미국 법인을 설립한 뒤 현지 액셀러레이터 ‘파운더스’의 투자를 받았다. 사업 창업 초기 기업이지만 수만 명의 사용자를 확보했으며, 유료 사용자 비율도 늘어나고 있는 만큼 매출도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다.

임도현 숨 대표는 “한국에서는 투자 제안을 받기까지 수년이 걸렸지만 미국에서는 학벌이나 이력보다 창업팀의 실행력을 보고 빠르게 결정하는 경향이 있다“며 ”전 세계 비디오 AI 에이전트 시장에서 가장 강력한 기업으로 성장하는 것이 목표“라고 전했다.

박채근 피클 대표가 지난 14일(현지시간) 미국 실리콘밸리에 있는 건물 차고를 개조한 사무실에서 서울경제신문과 인터뷰를 마치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류석 기자

개인용 AI 아바타를 개발하는 피클의 박채근 대표도 2025년 실리콘밸리로 건너와 창업했다. 피클은 세계적인 액셀러레이터 와이콤비네이터(YC) 등으로부터 총 450만 달러의 투자를 유치했다. 박 대표는 “사람들의 일상을 바꾸는 기술 기업을 만들려면 대규모 자본과 글로벌 확장 경험이 모여 있는 실리콘밸리에서 시작해야 한다고 생각했다”며 “국내 창업보다 힘들지만 꼭 가야 할 길”이라고 설명했다.

일정 조율 AI 에이전트를 운영하는 ‘블록킷AI’의 공동 창업자 한윤석 개발총괄은 구글 근무 경험을 바탕으로 창업에 뛰어들었다. 공동 창업자가 세쿼이아캐피털 투자자 출신으로 강력한 투자자 네트워크를 확보하고 있었던 것이 큰 도움이 됐다. 한 총괄은 “실리콘밸리는 인맥으로 움직이는 시장인 만큼 좋은 액셀러레이터나 VC의 투자를 받으면 후속 투자와 채용에서 강한 신뢰를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

스타트업얼라이언스에 따르면 미국에서 새로 창업한 한국계 스타트업은 2022년 16곳 수준에서 2025년 연간 40곳 수준으로 늘어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창업자의 출신 대학과 국가보다 기술력과 글로벌 시장에서의 성장 가능성을 우선 평가하는 실리콘밸리의 투자 문화가 국외 창업을 촉진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국외 창업이 벤처 생태계의 새로운 흐름으로 자리 잡으면서 이들 기업을 단순히 외국 기업으로 분류하는 시각에서 벗어나 정부 지원 범위를 확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벤처 업계에서 커지고 있다. 법인 소재지나 창업자의 국적보다는 글로벌 시장에서 거둔 성과가 국내 고용과 R&D, 후속 창업으로 얼마나 이어지는지를 기준 삼아 지원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다. 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쌓아 올린 반도체 산업의 위상이 한국 딥테크 스타트업에 대한 글로벌 투자자들의 신뢰로 이어지는 만큼 이를 투자 유치와 해외시장 진출로 연결하기 위한 정책적 지원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광록 사제파트너스 대표는 “몰로코는 미국 기업이지만 해외에서 번 돈으로 한국의 우수한 인력을 고용하고 있다”며 “외화 유입과 일자리 창출뿐 아니라 글로벌 기업에서 경험을 쌓은 인재들이 다시 창업하면서 벤처 생태계 전체의 역량을 높이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김 대표는 국외 창업 기업을 판단하는 기준부터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창업자의 국적이나 법인이 어느 나라에 있는지만 따질 것이 아니라 해당 기업이 한국 경제에 어떤 가치를 만들어 내는지를 봐야 한다”며 “한국에서 인재를 채용하고 R&D를 수행하거나 국내 기업의 해외 진출을 돕는다면 정부 지원 대상에 포함할 필요가 있다”고 짚었다.

한국 스타트업을 바라보는 실리콘밸리 벤처캐피털(VC)의 시선이 달라지고 있는 점도 정부가 국외 창업 기업 지원을 서둘러야 하는 이유로 꼽힌다. 과거 현지 투자자들은 한국을 시장 규모가 작고 내수 의존도가 높은 국가로 인식했지만 최근에는 반도체와 AI, 제조 기술을 갖춘 딥테크 기업의 산실로 평가하기 시작했다.

데이비드 서 한국투자파트너스USA 대표는 “미국 VC들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출신이 창업자로 참여하거나 이들 기업과 협력하는 스타트업에 관심이 매우 크다”며 “우리가 과거 구글과 메타 등 빅테크 출신 창업자를 높게 평가했던 것과 같은 이치”라고 설명했다. 세계 반도체 시장을 이끄는 기업들이 성장한 국가라는 사실 자체가 한국의 기술력과 인재 수준을 보여주는 ‘신뢰 자산’으로 작용한다는 것이다.

서 대표는 “반도체와 데이터센터·에너지·바이오 등은 일시적인 유행이 아니라 향후 10년 이상 성장이 이어질 산업”이라며 “한국은 우수한 기술 인력뿐 아니라 반도체와 배터리·자동차 등 탄탄한 제조 기반까지 갖추고 있어 현지 투자자들이 주목할 만한 조건을 갖췄다”고 말했다.

류석 기자 ryupro@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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