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무역과 공공질서의 경제학
[이슈 속의 경제학]
[미디어오늘 남시훈 명지대 국제통상학과 교수]

인간은 본능적으로 스스로의 이익, 편리함, 휴식, 감정해소를 위해서 움직인다. 아이들의 행동은 때로는 순수하지만, 때로는 사회화가 부족하여 본능적인 움직임 속에서 다른 아이들과 충돌한다. 그래서 유치원과 학교에서 사회화를 시작하면서, 일정한 규율을 배우고 몸에 익힌다. 순간적인 감정을 참고, 다같이 집중해야 할 때는 옆사람과 떠들지 않고, 쓰레기를 함부로 버리지 않고 공공질서를 지켜야 한다.
일차적으로 이것은 서로에 대한 배려이고 보호이지만, 한편으로는 그렇게 하는 것이 공공선에 부합하면서 동시에 나에게도 더 좋기 때문이다. 내가 쓰레기를 버리지 않는 것이 조금 귀찮지만, 모두가 그런 원칙을 지킬 때 길거리가 전체가 깨끗해지고 내가 더 좋은 도시를 누릴 수 있다. 그리고 이런 의식이 윤리, 정치, 여러 사회과학의 기본이기도 하다.
그러다가 경제학을 알게 되면 조금 새로운 부분이 생긴다. 서로가 합의한 자발적인 거래는 양측 당사자들 모두에게 이롭다는 것과 더 나아가 자신의 이익을 위한 행동들이 “일정한 전제 하에” 사회의 공공선에 부합한다는 것이 경제학의 출발점이다. 사회화 과정은 자신의 이익을 위한 행동을 규율하고 자제하면서 출발했다면 경제학의 시작은 개인의 자연스러운 욕구를 인정하고 공익적인 부분도 있다고 보기 때문에 어려서 배운 내용과 강한 대조를 이룬다. 제로섬을 넘어 모두에게 이익이 되는 접근으로 넘어오는 것이다.
이러한 원리는 비교우위와 자유무역에 집약되어 있다. 자신이 상대적으로 잘하는 일에 집중하고 다른 일은 남의 도움을 받아 서로 교환하면 서로 더 높은 생활수준을 누릴 수 있고, 이것을 국가 단위에 확장하면 자유무역의 비교우위론이 된다. 경제이론과 무역이론의 여러 이론들이 있지만 이 이론이 보통 제일 먼저 배우는 출발점이 된다.
하지만 지난 10년간 갈수록 많은 정치인들과 학자들이 보호무역의 필요성을 말하고 있다. 여전히 경제학자들은 보호무역보다는 자유무역이 더 많은 혜택을 준다고 말하지만, 보호무역이 더 많은 공감대를 얻고 있다. 이 시기에 자유무역을 하면 양국 모두 이익을 얻는다는 논리는 갈수록 공허해지고 있기에, 새로운 기준과 논리가 이제는 더 중요해졌다.
기초적인 가정 하에서는 무역을 하면 수출산업은 이익을 보고 수입품과 경쟁하는 산업은 피해를 본다. 그리고 피해보다는 이익이 더 크기 때문에 무역은 도움이 되고 무역을 막는 관세는 좋지 않다는 것이 기본적인 논지다. 하지만 국가 차원에서 손익의 합계와 무관하게, 피해자들이 보는 피해는 실체적이다. 또한 재분배를 통해 피해자를 줄이고 모두 이익을 보도록 유도할 수 있지만 모든 재분배와 세제개선은 극심한 정치적 충돌을 가져오므로 현실적으로 매우 어렵다.
또 다른 중요한 포인트는 산업육성이다. 반도체와 인공지능의 시대에 첨단산업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으며, 단순한 제조업이나 부가가치가 낮은 산업들의 중요성은 상대적으로 줄어들고 있다. 관세든 산업정책이든 첨단 산업은 국가적으로 육성하고 보호하여 선발대의 이익을 얻고 경쟁자들이 쉽게 따라오기 어렵도록 해자를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이 갈수록 강해지고 있으며, 자유경쟁이 중요하다는 주장은 다른 나라에 밀리면 안된다는 주장에 묻히게 된다.

이제는 다시 무역의 중요성을 말하려면, 앞에서 말한 공공질서의 윤리를 결합해야 한다. 보호무역과 관세인상이 자국의 이익을 늘릴 수 있다는 것을 어느 정도 인정해야 한다. 하지만 모든 국가들이 보호무역과 관세인상을 남발한다면, 결국 서로 칼을 겨누게 되고 서로 국가적인 피해를 보게 된다는 원리를 더 중요하게 강조해야 한다. 각자가 스스로의 이익을 위해 공동의 규칙을 조금씩 넘기 시작하게 되면 공공질서가 조금씩 무너지고 거리가 지저분해지는 것과 같은 원리다. 개별적으로는 합리적인 행동이 집단적으로 모두에게 손해를 줄 수 있다는 것은 이론적으로는 용의자의 딜레마로 설명되지만, 그보다 더 피부에 닿는 설명은 어려서부터 접한 공공질서의 윤리로 이해하는 것이다.
기존의 자유무역 논리가 불필요한 것은 아니다. 여전히 상당한 품목의 관세는 외국 기업이 아니라 소비자 부담으로 돌아가며 결과적으로 자국에 피해를 주는 자해행위가 되기 쉽다. 하지만 코스피가 치솟고 첨단산업과 인공지능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으며, 반도체 등 몇몇 영역에 있어 산업보호는 국가적 차원에서 필요하다는 인식이 더 넓게 퍼지고 있기에 관세의 피해를 중심으로 이야기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 산업에 따라 보호무역의 필요성을 조금 더 인정하면서 자국과 외국 정책의 상호작용과 공공질서라는 렌즈로 무역을 이해하는 방향이 더 설득력이 높다.
특히 경제학을 처음 접하면서 속성으로 시장경제원리를 배우다 보면 재분배와 불평등 문제, 독과점과 정부 개입의 필요성 문제 같은 부분을 잊어버리기 쉽다. 공공질서의 문제 역시 마치 경제학과 분리된 것처럼 여겨지기 쉽다. 하지만 경제학 역시 사회과학에 속하는 학문이며, 나의 선택과 남의 선택이 중첩되었을 때 다같이 일정한 규율을 지키고 자제하는 것이 서로에게 도움이 된다는 것 역시 경제학 안에 내재된 중요한 결론이다. 이러한 부분이 무역과 경제원리를 이해하는 데 있어서 조금 더 강조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여기서 조금 더 들어가면 또다른 과제들이 있다. 국가간 경쟁에서 규칙을 강제할 공권력의 부재 문제, 미국이나 중국과 같은 강대국의 규율 위반 문제는 새롭게 풀어 나가야 한다. 하지만 그보다 앞서 경제 시스템에도 모두가 지켜야 할 윤리와 자제의 원칙 또한 존재한다는 사실부터 다시 확인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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