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만 노인 막힌 기초연금…정부가 손본다

홍성민 2026. 7. 25. 1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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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 비하인드]
직역연금 이유만 배제…형평성 논란 손질
저소득 퇴직공무원 노후안전망 다시 정립
재정 부담과 형평성 등 해결 과제도 남아
[지데일리] 정부가 수년간 논란이 이어졌던 기초연금 사각지대 해소에 칼을 빼 들었다. 
정부가 직역연금 수급자라는 이유만으로 기초연금을 받지 못했던 저소득층에게도 지급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2027년 시행을 목표로 노후 복지 사각지대 해소와 형평성 강화가 기대된다. ⓒ픽사베이

공무원·군인·사학·우체국 등 직역연금 수급자라는 이유만으로 기초연금 대상에서 일괄 제외해 온 제도를 손질해, 소득인정액이 선정기준액 이하인 저소득층에게도 기초연금을 지급하는 방안을 추진하면서 노후 복지체계에 적잖은 변화가 예고되고 있다. 직역연금을 받는다는 이유만으로 생활 형편과 무관하게 지원 대상에서 배제돼 온 불합리한 구조를 바로잡겠다는 취지다.

보건복지부는 20일 저소득 직역연금 수급자와 배우자에 대한 일률적인 지급 배제 조항을 정비하는 제도 개선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정부는 충분한 사회적 논의를 거쳐 연내 법 개정을 마무리하고 2027년 시행을 목표로 제도를 정비할 계획이다.

현행 기초연금법은 직역연금 수급자와 배우자를 소득 수준과 관계없이 지급 대상에서 제외하고 있다. 제도 도입 당시에는 공무원연금이나 군인연금 등이 국민연금보다 상대적으로 높은 수준이라는 판단이 반영됐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연금 수령액의 격차가 커지고 퇴직 형태도 다양해지면서 획일적인 기준이 현실과 맞지 않는다는 비판이 꾸준히 제기됐다.

특히 퇴직 당시 연금 대신 일시금을 선택해 생활비나 자녀 교육비, 주택 마련 등에 사용한 뒤 노후 소득이 크게 줄어든 이들이 적지 않다. 월 연금액이 100만 원에도 미치지 못하는 퇴직자들도 상당수 존재하지만, 직역연금 수급자라는 이유만으로 기초연금 신청조차 할 수 없었다. 국민연금 가입자라면 소득 기준에 따라 지원을 받을 수 있는 반면 직역연금 수급자는 동일한 생활 수준이어도 제외되는 구조가 형평성 논란을 키웠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월 100만 원 미만의 직역연금 수급자는 공무원·사학·군인·우체국연금을 모두 합해 1만3000명을 웃돈다. 여기에 과거 일시금을 선택한 뒤 노후 자산을 모두 소진한 퇴직자까지 포함하면 지원이 필요한 인원은 더욱 늘어난다.

국민연금연구원 분석은 문제의 심각성을 더욱 분명하게 보여준다. 기초연금 선정기준액인 단독가구 월 247만 원, 부부가구 월 395만2000원보다 소득인정액이 낮지만 직역연금 수급자 또는 배우자라는 이유로 기초연금을 받지 못하는 노인은 40만3000여 명에 이른다. 기초연금 선정기준액이 매년 오르면서 지원 대상에 포함될 수 있는 저소득층 규모도 함께 증가하고 있지만 제도는 이를 따라가지 못했다.

정부 산하 기초연금 적정성 평가위원회도 직역연금 수급 여부가 아니라 소득인정액을 기준으로 기초연금 지급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는 개선안을 제시하며 제도 개편 필요성을 강조해 왔다. 기초연금이 노후 빈곤 완화를 위한 사회안전망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직역연금이라는 이유만으로 배제하는 것은 정책 취지와도 맞지 않는다는 판단이다.

해외 주요 국가의 운영 방식도 국내 제도 개선 논의에 힘을 싣고 있다. 일본과 영국, 스위스, 캐나다 등은 직역연금 가입 여부보다 소득 보장이라는 원칙을 우선시하며 기초연금을 운영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2008년 기초노령연금 도입 당시에는 직역연금 수급자를 포함했지만 2014년 기초연금으로 개편하는 과정에서 일괄 제외하는 방향으로 바뀌었다.

다만 제도 개선 과정에서 풀어야 할 과제도 적지 않다. 대상자가 확대되면 재정 부담이 늘어날 수밖에 없고, 국민연금 가입자와 직역연금 수급자 간 형평성 논란도 다시 제기될 가능성이 있다. 직역연금 수급액과 재산, 금융자산 등을 얼마나 정교하게 반영할 것인지도 세밀한 설계가 요구된다. 소득 기준 산정의 정확성과 부정수급 방지 장치 마련 역시 함께 검토돼야 한다.

그럼에도 이번 개편은 노후 복지의 기본 원칙을 다시 세우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기대가 크다. 평생 공공부문에서 일했지만 낮은 연금과 부족한 소득으로 어려움을 겪는 퇴직자들에게 최소한의 생활 안전망을 제공하고, 연금 종류보다 생활 여건을 중심에 둔 복지 체계로 전환하는 첫걸음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가 사회적 합의를 바탕으로 제도 완성도를 높인다면 오랜 기간 이어진 기초연금 사각지대를 해소하는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