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여행 온 줄"…외국인 근로자 늘더니 '파격' 맞은 동네
외국인 근로자 늘자 지역 상권도 다국적화
공단·농촌 주변 점포 채우며 ‘새로운 내수’

경기와 충청, 전라도 지역의 산업단지와 농촌 마을 주변 상권이 빠르게 다국적화하고 있다. 베트남 쌀국수와 태국식 볶음밥, 우즈베키스탄 양고기 요리, 네팔 커리, 중국 마라탕 등을 파는 음식점이 잇따라 들어서면서다. 한글보다 베트남어와 러시아어, 태국어가 크게 적힌 간판이 더 눈에 띄는 거리도 생겨났다.
과거 외국 음식점이 서울 이태원이나 경기 안산 원곡동 등 일부 지역에 집중됐다면 최근에는 외국인 근로자가 많은 지방 중소도시와 군 단위 지역까지 퍼지고 있다. 공장과 농어촌 현장의 인력난을 메우기 위해 외국인 근로자를 받아들인 결과가 지역의 음식과 유통, 주거 상권까지 바꾸고 있다는 분석이다.
25일 법무부에 따르면 국내 체류 외국인은 지난해 278만3247명으로 전년보다 5.0% 증가했다. 이 가운데 취업 자격으로 체류하는 외국인은 59만4047명으로 1년 새 4.8% 늘었다. 전문인력은 10만7634명, 제조업과 농축산업 등에 주로 종사하는 단순기능인력은 48만6413명에 달했다.
외국인 근로자가 장기간 머물면서 이들을 겨냥한 음식점도 생활 상권의 한 축으로 자리 잡고 있다. 처음에는 고향 음식을 찾는 근로자들이 주말마다 대도시의 다문화거리를 방문했지만, 수요가 늘자 공장과 기숙사, 원룸촌 주변에 자국 식당을 직접 여는 사례가 많아졌다. 식당에 이어 해외 식재료점과 휴대전화 대리점, 환전소, 국제송금업체, 이슬람 식품점 등이 함께 들어서는 방식이다.
변화가 가장 뚜렷한 곳은 제조업체가 밀집한 지역이다. 경남 김해시 동상동에 형성된 외국인거리는 베트남과 태국, 인도네시아, 우즈베키스탄 등 아시아 각국의 식당과 식재료점이 밀집한 ‘글로벌 푸드타운’으로 변했다. 최근에는 기존 외국인거리와 떨어진 외동 지역에서도 한국 음식점이 폐업한 자리에 베트남·태국 음식점이 들어서는 등 외국인 상권이 주변으로 확대되고 있다.
경기 화성·평택·시흥과 충북 음성·진천, 충남 아산·천안 등도 비슷하다. 공장 주변 원룸촌에 외국인 거주자가 늘면서 식당 메뉴와 영업 방식도 달라졌다. 돼지고기를 먹지 않는 무슬림 근로자를 위한 할랄 음식점과 중앙아시아식 양고기 전문점, 베트남식 노래방을 함께 운영하는 음식점 등이 생겨나고 있다. 평일 저녁과 공장 휴무일인 주말에 매출이 몰리고, 고객 상당수가 같은 국적의 근로자인 것이 특징이다.
농촌 지역에서는 계절근로자가 새로운 소비층으로 등장했다. 외국인 계절근로자는 짧게는 수개월, 길게는 매년 반복해서 같은 지역에 체류한다. 과거에는 농가가 숙식까지 제공해 소비가 제한적이었지만, 도입 인원이 늘고 체류 기간이 길어지면서 읍내 식당과 식료품점, 편의점을 이용하는 수요가 커지고 있다. 진천군 등 각 지방자치단체도 농촌 인력난을 해소하기 위해 외국인 계절근로자 도입을 확대하고 있다.
권용훈 기자 fac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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