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순덕의 도발]국민은 대출규제, 대통령은 ‘셀프대출’…그게 공정인가

김순덕 칼럼니스트 2026. 7. 25. 1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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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대통령이 23일 서울 여의도 KBS 별관에서 열린 부동산정책 국민 대토론회에서 미소를 짓고 있다. 뉴스1
23일 ‘부동산정책 국민 대토론회’에서 이재명 대통령은 말해야 했다. 대통령 자신도 집을 팔아보니 대출규제가 너무 심해 어렵더라고. 부득이 근저당 잡고 매수자에게 ‘셀프대출’ 해주는 것으로 해결했지만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아 송구하다고. 이제 빠르게, 자신이 겪은 현실에 맞게 고치겠다고.

이 대통령은 그러지 않았다. “불법 편법이 동원되는 부동산 불로소득은 공정과 상식을 파괴하고 국민통합을 저해하는 주범이 됐다”고 21일 국무회의에서 말했던 대통령이다. 이 대통령이 분당 아파트를 29억 원에 팔면서 매수자에게 17억7000만 원의 근저당을 설정해줬다는 보도가 나온 바로 다음 날이었다.

물론 근저당권 설정이 불법은 아니다. 그러나 편법은 맞다. 강력한 대출규제로 국민은 빚내서 집 사지 못하게 만든 대통령이 정작 자기 집을 팔 때는 ‘집주인 셀프대출’로 빚내서 집 사게 해준 것이다. 업계에선 ‘셀러 파이낸싱’이라고 하는 편법이고, 민간인 같으면 세무조사도 받을 수 있는 위험한 거래다.

● 나도 꼼수 쓰고 싶다…상대적 박탈감에 분노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2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뒤에 이재명 대통령의 근저당권 설정 거래를 비판하는 문구가 써 있다. 뉴스1
이 대통령의 눈높이가 다수 국민과 다르다는 건 비극이다. 토론회에서 되레 “돈을 벌기 위해 집을 사는데 금융을 활용할 수 있게 해줘야 하나”라고 반문한 것이다. 주택 구입을 투기로만 인식하는 것으로 들린다. 그래서 대통령은 17억 원 넘는 돈을 은행 아닌 셀프로 대출해줬단 말인가?

토론회 결과, 이 대통령은 결국 세금으로 부동산 문제에 접근할 게 분명해 보인다. 그러나 토론회 정책제안 게시판엔 주택세제나 공급보다 대출규제 관련이 훨씬 많았다. 청년·신혼부부·무주택자는 물론 2자녀 세대와 재개발지역민도 저마다의 사정과 대출막힘을 호소하며 규제완화를 소원했다. 문재인 정권 초 부동산을 주무른 정책실장 김수현이 고백한 “전 세계적으로 가장 강력한 대출규제”(저서 ‘부동산과 정치’)보다 지금이 더 인정사정 없는 대출규제여서다.

이 대통령은 이제 무주택자 됐으니 보유세 폭탄도 상관없을 것이다. 그러나 대통령의 신박한 거래가 알려진 뒤 부동산 게시판엔 “나도 이런 꼼수 쓰고 싶다” “상대적 박탈감에 분노가 차오른다” 같은 격한 감정이 들끓었음을 알아야 한다. 청와대는 “매수자의 사정을 고려한 정상적 거래”라며 이자도 안 받는 착한 거래인 척 해명했지만 다수 국민은 이미 짐작했다. 대통령이 이달 말까진 꼭 팔아야 했기에 편법까지 썼다는 걸.

● 대통령이라 가능한 17억 ‘관저 테크’

서울 아파트 전경. 뉴스1
이 대통령의 분당 아파트는 이달 말 재건축을 위한 사업시행자 지정 고시가 예정돼 있다. 그 뒤 집을 사는 사람은 조합원 지위를 인정받지 못해 신축 아파트 분양을 받을 수 없다. 집값이 확 떨어져 파는 사람도 억울할 터다. 퇴임 뒤 경호 등 문제로 아파트에서 살 수 없는 이 대통령으로선 그 전에 소유권을 넘겨줘야 높은 값을 받을 수 있다.

그런데 집을 팔기도, 사기도, 전세도 어려운 요즘이다. 이 대통령이 꽉 묶은 대출규제 때문이다. 분당같은 투기과열지구에선 25억 원 넘는 아파트는 2억 원까지만 주택담보대출이 가능하다. 현금부자 아니면 못 산다는 얘기다. 한시가 급한 이 대통령으로선 근저당이라도 잡고 잔금은 나중에 받는 게 훨씬 이득이었다.

실제론 돈이 오가지 않는 이런 편법은 그러나 아무나 할 수 없다. 분당에선 그런 편법이 늘고 있다지만 이 대통령처럼 관저에 산다거나 따로 사는 집이 있어야 가능하다. 대통령이 국민에겐 은행 대출 막아놓고 자기는 사채 빌려주며 ‘관저 테크’한 셈이다. 국무회의 발언을 반사하면, 편법이 동원된 대통령의 부동산 불로소득이 공정과 상식을 파괴하고 국민통합을 저해하는 주범이 된 꼴이다.

● 대통령은 시장에 졌음을 보여주었다

문재인 정부였던 2021년 청와대 앞에서 열린 집값 폭등 규탄 기자회견. 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이로써 이 대통령은 정부가 시장에 졌음을 입증했다. 올 초“정부를 이기는 시장도 없다”고 강조한 대통령이었다. 그러나 정부가 아무리 대출을 규제해도, 있는 사람은 은행대출을 우회해 정부를 이겨먹는 현실을 이 대통령이 보여주었다. 이 대통령이, 정부가 또 한번 신뢰를 잃은 것이다.

문재인 정권은 부동산정책 실패로 재집권에도 실패했다. 이 대통령은 성공할 수 있다고 자신할지 모른다. 그러나 대출규제는 비싼 집값을 낮추지 못한다. 문 정권 때인 2019년 12·16 대출규제 뒤에도 대출금지된 15억 초과 집값은 반년쯤 안정됐을 뿐 다시 빠르게 올랐다는 연구결과가 있다(임현묵 이용만 2024년 논문). 세금폭탄이 집값을 올린다는 논문은 너무나 많다. 조세부담분이 집값에, 전월세에 가중되기 때문이다.

2021년 3월 당시 문재인 대통령이 ‘부동산 부패청산’이라고 적힌 마스크를 쓰고 청와대 회의에 참석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이 정부는 다를 것 같은가. 지난해 6·27 대출규제 뒤 정책을 민감하게 반영하는 경매시장을 분석했더니 강남3구 아파트 매각가율이 20%포인트 올랐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강력 대출규제가 오히려 강남3구 희소성과 투자매력을 높여서다. 반면 비강남권 아파트, 연립/다세대의 매각가율과 경쟁률은 떨어졌다(한주옥 2025년 논문). 대출규제는 집값도 못 잡으면서 금융접근성 낮은 계층만 괴롭히는 정책인 거다.

● 세금폭탄은 집권당 대선에 불리하게 작용

2022년 3월 10일 윤석열 당신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당선인으로 확실시되자 국민의힘 당사 앞에 마련된 특설무대에서 어퍼컷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동아일보 DB
“세금으로 집값 잡는 것은 웬만하면 안 하겠다.” 이 대통령은 올초 기자회견 때 말했다. 보유세는 ‘마지막 수단’으로 하는 게 좋다고도 분명히 말했다. 김용범 정책실장은 “닥치고 공급”을 주장했다. 그러나 낙후 아파트에 사는 사람들 소원인 재개발·재건축은 포기하는 게 좋겠다(더불어민주당만 재개발·재건축 하시는가). 이 정부에 대한 신뢰가 지하로 꺼지는 것도 슬프지만 임기 1년2개월에 벌써 마지막 수단이 필요하다는 건 더 슬프다.

종부세를 도입한 노무현 정권과 보유세를 강화한 문 정권 시절, 서울 30평형 아파트 시세는 각각 80%, 119% 올랐다(2025년 경실련 분석). 종부세가 20대 대선에서 집권당, 즉 이재명 후보에게 불리했다는 연구결과도 있다(조하민 이현우 2024년 논문). 이 대통령 눈엔 다주택자 투기꾼만 보일지 몰라도 현실은 1가구1주택자가 대부분이다. 이들 보통국민은 집 팔아 이득을 본 것도 아닌데 조세부담만 커져 집권당 처벌투표를 했다는 거다.

2022년 3월 10일 윤석열 당신 국민의힘 대선 후보의 당선이 확실시 되자 국회 의원회관에 마련된 더불어민주당 개표상황실이 한산하게 비어 있다. 정면에는 당시 민주당 대선 후보였던 이재명 대통령의 사진이 보인다. 동아일보 DB
중국 전국시대 진나라 개혁을 이끈 상앙은 엄격한 법가(法家)로 유명하다. 태자가 법을 어기자 ‘법 앞에 예외없다’며 태자 대신 태자의 스승을 벌했을 정도다. 이윽고 태자가 왕위에 올랐고 상앙은 다른 나라로 피신하다 여관에서 잡히고 말았다. 여행증명서가 없으면 숙박 못한다는, 상앙 자신이 만든 법때문이다. “법령을 제정한 폐단이 이 정도까지 오다니…” 상앙은 개탄했다고 사마천의 ‘사기’는 전한다. 폐단을 몸소 겪은 이 대통령은 어떤지, 안타까울 뿐이다.

김순덕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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