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순덕의 도발]국민은 대출규제, 대통령은 ‘셀프대출’…그게 공정인가

이 대통령은 그러지 않았다. “불법 편법이 동원되는 부동산 불로소득은 공정과 상식을 파괴하고 국민통합을 저해하는 주범이 됐다”고 21일 국무회의에서 말했던 대통령이다. 이 대통령이 분당 아파트를 29억 원에 팔면서 매수자에게 17억7000만 원의 근저당을 설정해줬다는 보도가 나온 바로 다음 날이었다.
물론 근저당권 설정이 불법은 아니다. 그러나 편법은 맞다. 강력한 대출규제로 국민은 빚내서 집 사지 못하게 만든 대통령이 정작 자기 집을 팔 때는 ‘집주인 셀프대출’로 빚내서 집 사게 해준 것이다. 업계에선 ‘셀러 파이낸싱’이라고 하는 편법이고, 민간인 같으면 세무조사도 받을 수 있는 위험한 거래다.
● 나도 꼼수 쓰고 싶다…상대적 박탈감에 분노

토론회 결과, 이 대통령은 결국 세금으로 부동산 문제에 접근할 게 분명해 보인다. 그러나 토론회 정책제안 게시판엔 주택세제나 공급보다 대출규제 관련이 훨씬 많았다. 청년·신혼부부·무주택자는 물론 2자녀 세대와 재개발지역민도 저마다의 사정과 대출막힘을 호소하며 규제완화를 소원했다. 문재인 정권 초 부동산을 주무른 정책실장 김수현이 고백한 “전 세계적으로 가장 강력한 대출규제”(저서 ‘부동산과 정치’)보다 지금이 더 인정사정 없는 대출규제여서다.
이 대통령은 이제 무주택자 됐으니 보유세 폭탄도 상관없을 것이다. 그러나 대통령의 신박한 거래가 알려진 뒤 부동산 게시판엔 “나도 이런 꼼수 쓰고 싶다” “상대적 박탈감에 분노가 차오른다” 같은 격한 감정이 들끓었음을 알아야 한다. 청와대는 “매수자의 사정을 고려한 정상적 거래”라며 이자도 안 받는 착한 거래인 척 해명했지만 다수 국민은 이미 짐작했다. 대통령이 이달 말까진 꼭 팔아야 했기에 편법까지 썼다는 걸.
● 대통령이라 가능한 17억 ‘관저 테크’

그런데 집을 팔기도, 사기도, 전세도 어려운 요즘이다. 이 대통령이 꽉 묶은 대출규제 때문이다. 분당같은 투기과열지구에선 25억 원 넘는 아파트는 2억 원까지만 주택담보대출이 가능하다. 현금부자 아니면 못 산다는 얘기다. 한시가 급한 이 대통령으로선 근저당이라도 잡고 잔금은 나중에 받는 게 훨씬 이득이었다.
실제론 돈이 오가지 않는 이런 편법은 그러나 아무나 할 수 없다. 분당에선 그런 편법이 늘고 있다지만 이 대통령처럼 관저에 산다거나 따로 사는 집이 있어야 가능하다. 대통령이 국민에겐 은행 대출 막아놓고 자기는 사채 빌려주며 ‘관저 테크’한 셈이다. 국무회의 발언을 반사하면, 편법이 동원된 대통령의 부동산 불로소득이 공정과 상식을 파괴하고 국민통합을 저해하는 주범이 된 꼴이다.
● 대통령은 시장에 졌음을 보여주었다

문재인 정권은 부동산정책 실패로 재집권에도 실패했다. 이 대통령은 성공할 수 있다고 자신할지 모른다. 그러나 대출규제는 비싼 집값을 낮추지 못한다. 문 정권 때인 2019년 12·16 대출규제 뒤에도 대출금지된 15억 초과 집값은 반년쯤 안정됐을 뿐 다시 빠르게 올랐다는 연구결과가 있다(임현묵 이용만 2024년 논문). 세금폭탄이 집값을 올린다는 논문은 너무나 많다. 조세부담분이 집값에, 전월세에 가중되기 때문이다.

● 세금폭탄은 집권당 대선에 불리하게 작용

종부세를 도입한 노무현 정권과 보유세를 강화한 문 정권 시절, 서울 30평형 아파트 시세는 각각 80%, 119% 올랐다(2025년 경실련 분석). 종부세가 20대 대선에서 집권당, 즉 이재명 후보에게 불리했다는 연구결과도 있다(조하민 이현우 2024년 논문). 이 대통령 눈엔 다주택자 투기꾼만 보일지 몰라도 현실은 1가구1주택자가 대부분이다. 이들 보통국민은 집 팔아 이득을 본 것도 아닌데 조세부담만 커져 집권당 처벌투표를 했다는 거다.

김순덕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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