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 끝나는 줄 알았는데, 눈앞이 깜깜”…유가 100달러에 원유 곱버스 -83% [원자재로 살아남기]

홍순빈 기자(hong.soonbin@mk.co.kr) 2026. 7. 25. 0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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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초 대비 원유 곱버스 ETN 수익률
미국-이란 전쟁이 다시 격화되고 홍해 바닷길도 막히자 국제유가가 다시 치솟았다. 에너지 시장이 다시 혼란에 빠졌고 유가 하락으로 수익을 내는 원유 곱버스 상품에 뭉칫돈을 넣은 투자자들도 비명을 지르고 있다. 유가가 진정되길 바라는 기대감이 나오지만 원자재 전문가들은 고유가가 ‘뉴노멀’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한다.

2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국내 증시에 상장돼 있는 ETN(상장지수증권) 하락률(올해 1월2일 대비 7월23일 기준) 상위 1~5위가 모두 원유 곱버스 ETN인 것으로 나타났다. 하락률 1위는 메리츠 인버스 2X WTI원유 선물 ETN(H)으로 83.64% 하락했다.

뒤이어 하나 S&P 인버스 2X WTI원유 선물 ETN B(-83.34%) 삼성 블룸버그 인버스2X WTI원유선물 ETN B(-83.29%) 신한 블룸버그 인버스2X WTI원유선물 ETN B(-83.26%) KB S&P 인버스 2X WTI원유 선물 ETNB(-83.23%) 순이었다.

이 상품들은 국제유가를 거꾸로 2배 추종해 수익을 낸다. 유가가 하락하는 국면에선 2배의 수익을 내지만 반대로 유가가 상승하는 국면에선 2배의 손실을 본다. 올초 미국-이란 전쟁이 터진 후 이 곱버스 상품들은 하락세를 보이기 시작했다. 양국 간의 휴전 기미가 보이며 유가가 하락해 다시 수익률을 회복하나 싶더니, 전쟁이 재개되면서 상승분을 모두 반납했다.

영국 브렌트유 가격 추이[사진 출처=인베스팅닷컴]
국제유가는 최근 다시 배럴당 100달러 선을 돌파했다. 24일 인베스팅닷컴에 따르면 지난 23일(현지시간) 영국산 브렌트유는 전 거래일 보다 7.04% 높은 배럴당 100.69달러로 장을 마감했다. 미국 서부텍사스산 원유인 WTI 가격도 배럴당 92.28달러를 기록했다.

유가 상승 배경엔 여러가지가 있다. 전쟁이 재개된 후 중동의 주요 원유 수송로 중 한 곳인 호르무즈 해협이 다시 막혔기 때문이다. 이미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유조선의 통행량이 전쟁 이전보다 ¼ 수준으로 줄었는데, 바닷길이 막히니 유가가 상승 압력을 받은 것이다. 거기에 주요 우회로로 사용되는 홍해 수출길마저 예멘 후티 반군이 봉쇄하겠다고 나서면서 전체 공급망에 문제가 생겼다.

호르무즈해협 통행 선박 수 추이[사진 출처=키움증권, 블룸버그]
전세계적 재고 부족 현상도 유가 상승 압력으로 작용했다. 미국의 드라이빙 시즌이 시작되면서 계절적 원유 수요가 증가하는데, 현재 미국의 원유 및 가솔린 재고는 5년 내 최저 수준을 나타내고 있다. 비축유 역시 1983년 이후 최저치다. OECD 석유 재고도 2014년 이래 최저 수준까지 내려온 상황에서 중동 지역 정상화가 계속 지연된다면 유가 상승과 이로 인한 인플레이션은 불가피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원자재 시장 전문가들은 유가 상승 압력이 당분간은 계속될 것이라고 봤다. 현재 긴장 상태가 완화되더라도 한번 신뢰를 잃은 원유망이 과거로 돌아가기 어렵다고 판단해서다. 최근 사우디아라비아와 UAE(아랍에미리트) 측에서 송유관을 증설하는 내용의 호르무즈 해협 우회 사업에 사활을 거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이다.

유가 이미지[사진 출처=게티이미지뱅크]
최진영 대신증권 연구원은 “지금 당장은 아시아 지역 국가들의 수요 억제 조치와 방출 중인 비축유가 가격을 누르고 있지만 언제까지 버틸 수 없다”며 “페르시아만 인근 유정 중 30%가 폐쇄된 상태인데, 원유가 암반 틈새에 영구히 갇히는 워터 코닝 현상이 발생해 올 연말로 갈수록 유정의 생산성 저하 문제가 불거질 것”이라고 했다.

전세계 에너지 및 자원 패권을 쥐기 위한 움직임도 고유가를 고착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란 의견도 나온다. 국내 1세대 원자재 분석가인 이석진 한국금융연수원 겸임교수는 “미국이 자국의 이익에 도움이 된다고 판단하는 한 지정학적 갈등을 계속 유발할 수 있다”며 “과거 배럴당 60달러 대의 유가와 달리 이제는 70~80달러 대가 뉴노멀로 자리잡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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