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록달록 원색 옷, 공유처럼 입으려다 삼색 신호등 되셨나요?[한끗 차이]

정소영 패션칼럼니스트 2026. 7. 25. 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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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컬러 매칭
쨍한 초록색 점퍼를 예쁘게 소화하며 컬러 매칭의 매력을 보여준 공유. tvN 영상 갈무리

내 인생 최애 드라마 <도깨비>의 방송 10주년 기념 여행을 담은 예능을 고대하던 참이었다. 첫 회 시작부터 마음이 두근거렸다. 나의 ‘도깨비 아저씨’ 공유가 초록색 점퍼에 짙은 데님 바지, 끈 장식이 포인트인 구두와 네이비 코듀로이 볼캡을 매칭하고 나머지 주인공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마흔이 훌쩍 넘은 남자가 저렇게 쨍한 초록 점퍼를 이렇게 예쁘게 소화한다고? 회차가 이어지며 그의 컬러 입기는 계속되었다.

어느 날은 빨간 스웨트셔츠와 옅은 청바지를, 어느 장면엔 노란 그래픽이 포인트인 멜란지 반집업 점퍼에 파란 볼캡을, 또 다른 장면엔 귀여운 프린팅의 빨간 후드 티셔츠를 독특한 패턴의 바지와 매칭했다. 전체적인 스타일링엔 다채로운 색감으로 채워졌다. 10년 전 롱코트 자락을 휘날리며 무채색의 완성판을 보여줬던 그가, 이번엔 완전히 달라졌다. 그리고 멋있게 나이 들어가는 모습에 마음이 ‘몽글몽글’해졌다.

이렇게 기대치를 한껏 키운 내 눈과 달리 한국 남자들의 컬러 매칭은 한국의 월드컵 결과보다 더 암울하다. 길거리에서 마주치는 남자 10명 중 8~9명은 회색과 검은색 위주로 짙은 어둠의 기운만 풍긴다. 지금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의 옷장도 예외는 아닐 것이다. 단 하나의 빛나는 색감도 없는 이 ‘재미없는’ 모습이 그리 낯설지 않은 건, 초등학생 때까지 총천연색 알록달록한 옷을 즐겨 입던 아이들이 중고등 학생이 되면서 어느 순간 무채색으로 물들어가는 광경을 모두 목격해왔기 때문이다. 과학적 이론이 작용하는 것도 아닌, 이런 반복적 성장 과정에서 남자들은 점점 유채색과 멀어졌을 것이다.

40대가 넘을수록 색이 가미된 옷차림이 되레 젊어보이는 효과를 발휘한다. 에메 레옹 도레 제공

집 나간 색감을 다시 불러들이는 데 도움이 될 만한 교보재가 있다. 패션 브랜드의 시즌 캠페인 디렉팅을 할 때 남자 스타일링에 가장 많이 참고하는 브랜드들이다. 튀는 컬러 하나를 내세우기보다 채도를 낮춘 여러 컬러를 적절히 섞는 경지가 예술인 에메 레옹 도레(Aim Leon Dore, 프랑스어라 어떻게 읽어도 발음이 어렵다), 컬러감 있는 소품들을 적절히 섞는 위트가 제법인 클래식한 영국 브랜드 드레이크스(Drake’s), 그리고 원단이 지닌 색감을 자수나 퀼팅으로 자연스레 표현하는 보디(Bode)가 그중 가장 독보적이다. 컬러 하나를 포인트로 쓰는 가벼운 매칭을 넘어, 상·하의와 소품 모두에 컬러를 섞으면서도 균형을 잃지 않는 이들의 능력치는 경이롭다. 그래서 도둑고양이처럼 시시때때로 이들의 사이트를 방문해 새로운 스타일링을 훔쳐보곤 한다.

이 브랜드들이 공통으로 쓰는 컬러 법칙이 있다. 주문처럼 머릿속에 새기고 나면 컬러에 대한 두려움을 던지고, 공유처럼 입는 것이 그리 어렵지 않을 것이다.

첫째, 원색보다 ‘탁한 색’부터 시작할 것. 채도가 낮은 컬러는 피부 톤을 가리지 않고 무채색 아이템과도 자연스럽게 어울린다. 처음부터 빨강, 노랑, 파랑 삼원색에 도전하는 것은 고수의 것이므로 비추. 테라코타, 머스터드, 버건디, 올리브처럼 흙과 자연에서 온 듯한 ‘어스톤 컬러’가 가장 안전한 컬러 입문이다.

둘째, 컬러는 상·하의 중 한 곳에서 주인공이 되게 할 것. 공유의 스타일링을 다시 보면 초록 점퍼를 입었을 때 하의는 짙은 데님이다. 빨간 후드 티셔츠엔 독특한 패턴의 바지를 매칭했지만 전체 톤을 압도하진 않았다. 컬러 아이템이 두 개 이상이라면 하나는 ‘주인공’, 나머지는 ‘조연’의 역할을 맡겨야 한다.

셋째, 소품에서 컬러를 더할 것. 공유의 네이비 코듀로이 볼캡, 노란색 로고, 끈 장식 구두. 이것들이 초록 점퍼와 어우러져 전체 스타일링을 완성했다. 옷 전체를 바꾸지 않아도 된다. 볼캡 하나, 양말 하나, 가방 하나. 소품에서 컬러를 더하기가 가장 쉽고 실패 없는 방법이다. 겁이 난다면 양말부터 시작하자. 보이는 면적이 작을수록 실패해도 타격이 없다.

넷째, 패턴과 컬러는 둘 중 하나만. 컬러도 쓰고 싶고 패턴도 쓰고 싶은 마음은 이해하지만, 둘을 동시에 쓰는 건 상당한 내공이 필요하다. 패턴이 있는 아이템을 입었다면 나머지는 단색으로 정리할 것. 반대로 컬러를 적극적으로 쓰고 싶다면 패턴은 잠시 옷장 안에 넣어두자.

오랜 시간 무채색으로 살아온 사람에게 컬러는 상당한 용기가 필요한 영역이다. 하지만 몇가지 규칙을 알고 시작하면 전혀 두렵지 않다. 40대가 넘을수록 색이 가미된 옷차림이 되레 더 젊어보이는 효과를 준다. 공유처럼 입기 어렵지 않다. 10대의 발랄함이 담긴 총천연색 아이돌 ‘코르티스’가 되라는 게 아니니까.

정소영 패션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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