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이 상할까 봐…” 외국 관광객이 찾는 ‘K-국밥’의 탄생 [식탐]
비빔밥·국밥·면, 지역별 음식 여정 전시
국밥, 조선 후기 주막·장터 늘어나며 발달

[헤럴드경제=육성연 기자] “전기밥솥이 없던 조선시대 주막과 장터에서는 밥이 상하는 것을 막으려고 따뜻한 국물에 밥을 넣었다가 국밥으로 말아 내서 팔았습니다. 이는 상인들이 한 끼를 빨리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기도 했죠. 이것이 오늘날 국밥 문화로 이어졌습니다.”
지난 23일 서울 종로구 한식진흥원 한식문화공간 이음에서는 ‘맛의 길, 지역을 잇다’ 전시 오프닝 행사가 열렸다. 한식의 지역별 발전 모습을 ‘국밥·비빔밥·국수’로 나눠 전시했다.
박경화 한식진흥원 도슨트(전시 전문 해설가)는 “국밥은 조선 후기에 장터와 주막이 늘어나면서 상인과 여행객이 즐겨 찾는 서민 음식으로 자리 잡았다”며 “지역마다 재료는 다르지만, ‘많은 사람을 먹이고, 오래 버티게 하는 음식’이란 가치는 같았다”고 설명했다.
대표적인 국밥은 서울과 경기도의 설렁탕이다. 소의 뼈와 고기를 푹 끓인 국물은 많은 이들이 함께 나눠 먹을 수 있는 ‘공동체’ 음식이었다.
전라도에서는 우시장이 발달한 나주 지역에서 맑은 국물로 끓여낸 ‘나주 곰탕’이 발달했다. ‘제주 몸국’은 제주에서 잔치나 제사 때 먹던 음식이다. 돼지고기와 해조류를 함께 끓인 것이 특징이다.
‘부산 돼지국밥’은 한국전쟁 이후 피난민의 도시가 된 부산에서 나왔다. 돼지고기와 내장 등을 오래 끓여 많은 사람이 허기를 달랠 수 있는 한 끼 역할을 했다.

두 번째 테마는 비빔밥이다. 섣달그믐날(음력으로 설날 전날) 남은 음식이 해를 넘기지 않기 위해 밥에 비벼 먹었던 풍습에서 유래됐다. 박 도슨트는 “지역마다 다른 재료를 활용해 비빔밥을 만들었다”며 “전주는 미끈하게 잘생긴 콩나물이 유명해서 비빔밥에 꼭 들어간다”고 소개했다.
‘진주 비빔밥’은 연회 음식으로 발달했다. 그는 “진주에서는 소 사육이 발달해 육회가 많이 올라가고, 함께 먹는 국 역시 선짓국”이라고 했다.
‘안동 헛제삿밥’은 안동의 유교적 제례 문화에서 나왔다. 제삿밥처럼 마늘 등 강한 향신료를 넣지 않는다. 소스도 고추장 대신 간장으로 비빈다.
‘평양 비빔밥’은 평양냉면처럼 슴슴한 맛이다. 고명으로 녹두전을 올리는 것이 특징이다.
마지막으로는 면 요리가 소개됐다. 도슨트는 “북쪽에서는 메밀과 전분을 활용한 냉면이, 남쪽과 해안 지역에서는 따뜻한 국물과 해산물을 더한 면 음식이 발달했다”고 했다.
한국전쟁 이후에는 원조 밀가루로 만든 ‘경상도 밀면’이 나왔다. ‘포항 모리국수‘는 생선과 해산물, 콩나물, 양념장을 넣고 칼국수 면과 함께 걸쭉하게 끓인 음식이다. 바다에서 일하던 포항 사람들의 허기와 추위를 달랬다.
‘충청도 어죽국수’는 충청도에 많은 민물고기를 죽처럼 끓인 뒤, 국수를 넣어 만든 요리다. ‘제주 고기국수’는 제주도의 돼지고기 중심 식문화가 반영됐다.
이규민 한식진흥원 이사장은 “지역별로 다른 식재료가 비비고, 끓이고, 삶아지는 과정을 거쳐 오늘날 한국의 고유한 맛으로 이어진 여정을 담았다”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지역의 역사와 식재료가 담긴 향토 음식은 한식의 자원”이라며 이는 “내년에 전남 목포에 문을 여는 ‘향토 음식 진흥센터’와도 연결되는 프로젝트”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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