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주족 나라를 미화하다니”…中 ‘대만통일’ 영화, 민족주의 암초 걸렸다 [정다은의 차이나코어]
“청의 명 정복 미화” 한족 민족주의자 반발
개봉 직전까지 예매창 안 열리며 불발설 확산

중국이 대만 통일의 당위성을 강조하기 위해 제작한 영화가 정작 중국 내부의 역사관 논쟁에 휘말려 개봉 여부조차 불투명해졌다. 청나라가 대만의 한족 정권을 무너뜨린 역사를 소재로 삼은 탓에 한족 민족주의자들이 강력 반발하면서다.
24일 싱가포르 연합조보에 따르면 중국의 ‘국가 중점 영화’인 펑후해전은 25일 개봉 예정이지만 이날까지도 예매가 시작되지 않았다. 중국 네티즌들 사이에서는 영화가 개봉 일정을 철회했다는 소문이 확산해 관련 검색어가 한때 실시간 인기 검색어에 오르기도 했다. 이후 최초로 철회설을 제기한 계정과 관련 검색어가 검열됐지만 일선 영화관에도 아직 배급 통지가 전달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 영화관 관계자는 “예매 플랫폼에는 여전히 25일 개봉으로 표시돼 있어 홍보하고 있지만 실제 상영 여부는 기다려봐야 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개봉 여부가 미지수이며 상영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고 전했다.
영화는 청나라 강희제 시절인 1683년 푸젠성 해군 제독 스랑이 펑후해전에서 대만의 명정(明鄭) 정권을 격파한 뒤 대만을 청나라에 편입시킨 사건을 다룬다. 명정 정권은 명나라 멸망 후 정성공 일가가 청나라에 맞서 명 부흥을 내세워 대만에 세운 정씨 정권이다. 개봉일인 7월 25일은 청나라가 1895년 대만을 일본에 할양하는 계기가 된 청일전쟁 발발일이기도 하다. 중국 당국은 “대만 통일은 막을 수 없는 대세”라는 구호를 내걸며 영화를 대대적으로 홍보해왔다.
그러나 예상치 못한 변수가 생겼다. 중국 온라인상에서 최근 영향력을 키운 한족 민족주의 성향의 ‘황한’과 명나라 지지층인 ‘명분’이 만주족이 세운 청나라가 한족 정권을 무너뜨린 역사를 미화했다며 보이콧에 나섰기 때문이다. 이들은 중국의 마지막 한족 왕조인 명나라를 숭상하며 원·청 등 이민족들이 세운 정권을 중국의 정통 왕조로 인정하지 않는다.
이같은 인식은 중국 당국이 내세우는 ‘다민족 통일국가’ 서사와 정면 충돌한다. 중국 정부는 한족뿐 아니라 만주족과 몽골·티베트족 등 여러 민족의 역사를 하나의 중화민족사로 통합해 설명한다. 실제 논란이 불거지자 당국은 소셜미디어에서 영화에 대한 부정적 게시물을 대거 차단했다. 중국 최대 영화 평가 사이트 ‘더우반’도 이례적으로 이용자 평점과 댓글 기능을 막아으며 영화 공식 웨이보 계정 역시 지난달 5일 이후 업데이트를 중단했다.
대만 통일의 당위성을 선전하려던 영화가 오히려 내부 여론 분열을 촉발하면서 중국 당국의 셈법도 복잡해졌다. 이 영화는 중국공산당 중앙선전부 산하 국가영화국의 중점 사업으로 지방정부도 공동 제작에 참여했다. 인민일보와 중국중앙(CC)TV 등 관영매체도 지난 5월 “외딴 곳은 반드시 돌아오고 갈라진 강역은 반드시 합쳐진다”며 적극 띄우기에 나선 바 있다. 대만에 거주하는 문학·역사 연구자 쉬취안은 “당국은 문예 작품이 이념을 통합하는 역할을 하길 바라지 새로운 분쟁을 일으키길 원하지 않는다”며 “영화 상영이 내부의 이념 갈등을 촉발할지가 당국이 고려해야 할 문제”라고 말했다.
베이징=정다은 특파원 downright@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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