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 눈치 보다"…당국 '삼전닉스 레버리지' 뒤늦은 속도전

CBS노컷뉴스 홍영선 기자 2026. 7. 25. 0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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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전닉스 레버리지 보완책 조기 시행 방안 발표
예탁금 3천만원 상향 나흘 앞당겨
출시 한 달 동안 변동성 극심했지만 '정책 일관성' 모니터링만
대통령 한 마디에 보완책, 또 한마디에 조기 시행까지
AI 생성 이미지

'삼전닉스 레버리지' 사태를 주시하고 있던 금융당국이 결국 대통령 한마디에 뒤늦은 속도전에 나섰다. 개인 투자자 불만이 극에 달하고 한국은행까지 경고에 나섰을 때도 정책 일관성을 내세우며 꿈쩍하지 않다가, 이재명 대통령이 업무 보고에서 한마디 하자 하루 만에 보완책을 내놓고 약 일주일 만에 조기 시행까지 발표했다.

당초 청와대 주도로 밀어붙인 정책인 만큼, 청와대 눈치를 볼 수밖에 없었던 금융당국이 계속해서 끌려다니는 모양새다.

"신속하게 과감하게" 대통령 채근에 보완책 조기 시행

금융당국은 24일 오전 삼전닉스 레버리지 보완책 조기 시행 방안을 발표했다. 통상의 금융 정책은 미리 일정을 정해 놓고 공지하지만, 이번에는 불시에 자료를 냈다. 지난 주 발표(16일)한 보완책과 관련해 이 대통령이 21일 국무회의에서 더욱 신속하게 하라는 지시를 한 만큼 기존의 대책을 최대한 빠르게 당겼다는 게 당국의 설명이다.  

이에 따라 오는 31일부터는 현금으로만 3천만원을 넘게 보유해야 삼전닉스 레버리지 상품에 신규 투자하거나 추가 매수할 수 있게 된다. 해외 상장 상품도 마찬가지다. 또 거래 후 일정 기간이 지나더라도 기본예탁금은 완화할 수 없도록 제한한다. 현재는 증권사별로 통상 거래 3개월 경과 후 투자자 거래 경험 등을 감안해 기본예탁금 요건을 조정할 수 있었다.

현금 기본예탁금 인정 관련 세부 방식도 추가로 개선된다. 앞으로는 대용증권을 팔아도 현금으로 입금되기 전까지는 기본예탁금으로 인정되지 않는다. 당일 매도하고 즉시 증권을 다시 매수하는 등 과도한 회전매매를 방지하기 위해서다. 또 삼전닉스 레버리지 상품에 한정해 매도 후 현금이 실제로 입금되는 날에 현금 예탁금으로 인정하도록 개선했다.

당초 시장상황점검회의(F4) 회의를 열고 낸 보완책에서는 △신규 상장 잠정중단과 광고 전면금지는 '즉시' 시행하고, △기본예탁금 강화 금액 상향과 대용증권 미인정은 각각 다음달 5일과 19일경 시행 예정이었다. 그러나 대통령의 채근에 금융당국은 일정을 각각 사흘, 보름 당겼다. 기한 내 전산 개발을 완료하지 못한 증권사에는 삼전닉스 레버리지 상품 관련 신규 거래 취급 제한 권고까지 나서며 속도전에 나선 셈이다.

16일 발표한 단일종목 레버리지 보완책 조치사항 및 일정. 금융위원회 제공

'정책 일관성' 차원서 주시하고 있던 금융당국, 뒤늦은 속도전

그러나 이전까지 금융당국의 움직임은 이렇게 빠르지 않았다. 삼전닉스 레버리지의 과한 쏠림 현상과 변동성이 계속해서 지적됐지만 관련 모니터링과 함께 투자자 안전장치에 대한 고심을 이어가고 있다고만 밝힐 뿐이었다. 금융권 안팎에서는 기본예탁금 상향, 투자자 교육 강화, 수수료 인상 주문, 추가 상품 상장 제한 등 다양한 방안이 거론됐지만,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는 태도를 견지했다. 금융당국 고위 관계자도 "정책 일관성 차원에서 주가가 빠졌다고 정책을 바꿀 수는 없다"고 선을 그었다.

애당초 삼전닉스 레버리지 도입 자체가 청와대에서 결정한 상황이어서다.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은 지난 1월 한겨레 인터뷰에서 금융위에 이와 관련 문제 제기를 하고 검토를 지시했다고 밝혔다. 당시 국내 투자자들이 필라델피아 반도체 3배 레버리지 ETF(SOXL) 등 고배율 해외 레버리지 상품에 몰리고 있어서다. 고환율 국면에서 이 수요를 국내로 흡수하겠다는 취지였다.

그 사이 경고음은 한 달이 넘도록 계속 울려댔다. DB증권 보고서에 따르면 삼전닉스 레버리지 출시 후 장 마감 직전 동시호가에 쏟아지는 거래대금 비중이 눈에 띄게 커졌다. 주가가 10% 이상 급변한 날 기준으로, 출시 전에는 SK하이닉스 6.6%, 삼성전자 5.3% 수준이었던 것이 6월 이후 각각 9.1%, 8.9%로 올라갔다. 장 막판에 ETF 운용사들이 목표 배율을 맞추기 위해 기계적으로 매매를 쏟아내면서 주가 변동성이 더 커지는 구조가 자리잡은 것이다.

주가가 급등락할 때마다 장 마감 동시호가에 수천억원에서 수조원 규모의 기계적 리밸런싱 주문이 집중되면서 꼬리(ETF)가 몸통(현물)을 흔드는 이른바 '왝더독(Wag the Dog)' 현상이 구조적으로 심화됐다는 분석이다. 설태현 DB증권 연구원은 "기초자산 호가 깊이가 상대적으로 얇은 SK하이닉스는 고변동성 장세에서 ETF 리밸런싱 물량이 한꺼번에 쏟아지며 시장의 유동성 수용 한계선에 도달하는 모습을 보였다"고 설명했다.

시장은 보완책의 조기 시행 효과가 실제로 나타날지 주목하고 있다. 이번 대책이 소액투자자의 신규 진입은 제어할 수 있겠지만, 참여할 만한 투자자들은 이미 상당수 들어온 만큼 조기 시행하더라도 효과가 제한적일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DB증권은 "최근처럼 주가가 크게 오르락내리락하는 장세가 이어질 경우, 변동성 잠식 효과로 삼전닉스 레버리지 ETF 자산이 적정 수준까지 줄어드는 데 약 50영업일(약 2개월 반) 정도가 필요하다"며 규제 효과가 즉각 나타나지 않고 시간이 걸릴 수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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