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500원 내면 줄 안서고 바로 입장… 日 맛집 ‘패스트 패스’ 확산

도쿄/김동현 특파원 2026. 7. 25. 0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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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현의 길바닥 도쿄통신]
폭염에 대기 안해도 돼 이용 늘어
병원도 4만원 내면 곧장 진료받아
지난 20일 찾은 일본 도쿄 기치조지의 빙수집 '코오리야 피스'. 500엔을 내면 줄을 서지 않고 바로 입장할 수 있는 '패스트패스' 안내문이 붙어 있다./김동현 특파원

일본 법정 공휴일인 ‘바다의 날’이었던 지난 20일 오후 4시. 최고 기온이 40도에 육박하는 폭염 속에도 도쿄 기치조지의 유명 빙수 전문점 ‘코오리야 피스’ 앞에는 약 10명의 대기 줄이 늘어서 있었다. 전체 좌석이 12석에 불과해 예약 손님을 받지 않는 곳이지만, 기자가 긴 줄을 지나쳐 식당 안으로 들어가 “‘패스트 패스’로 예약했다”고 말하자 직원이 곧장 빈자리로 안내했다.

일본 열도가 연일 펄펄 끓는 더위로 몸살을 앓는 가운데, 현장 대기가 기본이던 인기 식당을 중심으로 이른바 ‘패스트 패스’ 제도를 도입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메뉴 가격 외에 일정 금액을 추가로 지불하면 긴 대기 없이 곧바로 입장할 수 있는 시스템이다. 이날 기자가 인터넷으로 사전 결제한 패스트 패스 요금은 500엔(약 4500원)이었다. 5000원이 되지 않는 돈으로 땡볕 아래 긴 줄을 건너뛰는 특별 대우를 받은 것이다. 식당 관계자는 “하루에 많게는 500명의 손님이 방문하는데, 약 60팀(최대 2명)이 패스트 패스를 이용한다”고 했다.

패스트 패스(fast pass) 제도는 본래 디즈니랜드 등 테마파크에서 놀이기구 대기 시간을 아끼려는 사람들을 겨냥해 시작됐다. 그러나 최근 일본을 덮친 이상 기후로 폭염이 일상화되면서, 더위에 취약한 노약자 등을 보호하기 위해 이를 요식업계에 도입하는 움직임이 활발해진 것이다. 패스트 패스 예약 플랫폼 ‘스이스이’에는 올여름 25곳의 식당이 새로 입점했다.

현지 매체들은 패스트 패스에 폭염 대책을 넘어선 복합적인 효과가 숨어 있다고 분석한다. 대표적인 것이 ‘외식 물가 인상 억제’다. 물가 상승과 엔저(엔화 약세) 현상에 따른 원재료비 급등으로 가격 인상을 고심하던 식당들이 메뉴 가격을 동결하는 대신 패스트 패스를 통해 새로운 부가 수익을 거두고 있다는 것이다. 닛테레뉴스는 “줄을 서는 일반 고객도 ‘가격 유지’라는 혜택을 돌려받는 셈”이라고 전했다. 맛집 주변의 긴 대기줄로 발생하던 소음이나 쓰레기 문제를 해소해준다는 순기능도 있다.

패스트 패스가 보편화할 경우 더 큰 인플레이션을 맞을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지만, 최소한 일본 내에선 이러한 부작용이 발생할 가능성은 작다고 전문가들은 진단한다. 대다수 점포가 패스트 패스 예약 건수를 제한하는 데다, 무엇보다 일본인들은 가게 앞에 줄을 서서 기다리는 행위 자체를 꺼리지 않기 때문이다. 식문화 전문가 에노모토 야스타카 작가는 “일본은 한국만큼 온라인 예약 시스템이 전국적으로 구축돼 있지 않고, 특유의 ‘논비리(느긋한) 문화’가 있어 줄을 서서 기다리는 것에 거부감이 적다”며 “외국인 관광객 급증으로 길어진 (식당) 대기 시간을 패스트 패스가 완충해주는 효과도 있다”고 했다.

대기 시간이 긴 병원이나 은행, 관공서 등에도 패스트 패스 도입 논의가 확산하고 있다. 실제로 도쿄 신주쿠의 한 정형외과는 최근 4400엔(약 4만원)을 내면 대기 없이 진료를 받을 수 있는 시스템을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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