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호르무즈에서 바브엘만데브로 확산되는 ‘초크포인트 전쟁’…김태준의 美·이란戰 중계<70>

정충신 선임기자 2026. 7. 24. 1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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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르무즈를 우회했는데 왜 전쟁은 끝나지 않는가에 대한 설명도. 김태준 한반도안보문제연구소장 AI 그림
프롤로그: 호르무즈를 우회했는데 왜 전쟁은 끝나지 않는가

2026년 7월 23일 후티가 홍해에서 사우디아라비아 유조선을 공격하면서 중동전쟁의 공간이 다시 확대되기 시작했다. 그동안 국제사회의 관심은 이란의 호르무즈해협 봉쇄와 미국의 자유항행 회복에 집중돼 있었다. 그러나 이번 공격은 호르무즈를 우회하면 해상교통의 안전을 확보할 수 있다는 기존의 전제를 흔들어 놓았다.

호르무즈가 위험해지자 사우디아라비아와 걸프 국가들은 육상 송유관과 홍해 항로를 활용해 수출로를 분산해 왔다. 그러나 홍해와 바브엘만데브까지 위협받기 시작하면서 상황은 달라졌다. 호르무즈의 위험을 피하기 위해 선택한 대체항로가 다시 새로운 군사적 위협에 노출되기 시작한 것이다.

전쟁의 중심도 이에 따라 이동하고 있다. 처음에는 이란의 핵시설과 핵능력이 핵심이었다. 이후 호르무즈의 봉쇄와 자유항행 문제가 전쟁의 중심으로 부상했다. 이제 홍해와 바브엘만데브까지 연결되면서 중동전쟁은 하나의 해협을 둘러싼 경쟁에서 복수의 초크포인트가 상호 연결된 해상질서의 경쟁으로 확대되고 있다.

이러한 변화가 중요한 이유는 전쟁의 공간이 단순히 넓어졌기 때문만은 아니다. 전략적 요충지, 병목 지점, 급소를 뜻하는 초크포인트(Chokepoint)에서 발생한 위험이 대체항로를 통해 다른 초크포인트로 이동하고 다시 세계 에너지와 물류망 전체에 영향을 미치는 새로운 구조가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이제 하나의 해협을 열어 놓는 것만으로는 해상교통의 안전을 보장하기 어려워지고 있다.

김태준 한반도안보문제연구소장·국방대 명예교수. 김태준 소장 제공

따라서 2026년 7월의 중동전쟁이 던지는 새로운 질문은 누가 호르무즈를 통제하는가에 머물지 않는다. 호르무즈를 우회하더라도 다른 초크포인트가 위협받는 상황에서 누가 연결된 해상교통망 전체의 위험을 관리하고 안정적인 질서를 유지할 수 있는가가 더 중요한 문제가 되고 있다.

전쟁의 중심은 이제 하나의 해협에서 복수의 초크포인트로 확대되고 있다. 그리고 그 경쟁의 대상 역시 해협의 물리적 통제에서 연결된 글로벌 해상질서의 관리로 이동하기 시작했다.

전쟁의 중심은 왜 하나의 해협을 넘어섰는가에 대한 설명도. 김태준 한반도안보문제연구소장 AI 그림
Ⅰ. 전쟁의 중심은 왜 하나의 해협을 넘어섰는가

2026년 중동전쟁은 전쟁의 중심이 단계적으로 이동하는 과정을 보여주고 있다. 처음에는 이란의 핵시설과 핵능력이 핵심이었다. 그러나 이란이 호르무즈해협에서 상선 통항을 위협하고 미국이 자유항행 회복을 위한 군사행동을 확대하면서 전쟁의 중심은 핵시설에서 해상교통로로 이동했다.

7월 11일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가 호르무즈해협의 전면 봉쇄를 선언한 이후 이러한 변화는 더욱 분명해졌다. 미국은 이란의 해안레이더와 대함미사일, 드론 운용시설과 지휘통제체계를 연속적으로 타격하며 통항질서 회복을 추진했다. 미국은 군사적 우위를 유지했지만 상선의 정상적인 통항까지 완전히 회복시키지는 못했다. 이란 역시 해협을 안정적으로 관리하지 못했지만 국제 해운과 에너지 시장에 불확실성을 지속시키는 거부능력은 유지했다.

여기에 7월 23일 후티의 홍해 사우디 유조선 공격이 새로운 변수가 됐다. 호르무즈의 위험을 회피하기 위한 주요 대체수송로인 홍해까지 군사적 위협에 노출되면서 호르무즈와 바브엘만데브는 더 이상 분리된 해상공간으로 볼 수 없게 됐다. 하나의 초크포인트에서 발생한 위험이 대체항로의 중요성을 높이고 그 항로가 다시 새로운 위협의 대상이 되는 연쇄구조가 나타난 것이다.

이러한 변화의 핵심은 단순한 전선의 지리적 확대에 있지 않다. 호르무즈와 바브엘만데브는 세계 에너지와 상품이 이동하는 하나의 해상교통망에 연결돼 있다. 호르무즈가 위협받으면 선박과 에너지의 흐름은 대체항로로 이동하고 그 과정에서 홍해와 바브엘만데브의 전략적 중요성이 높아진다. 반대로 바브엘만데브까지 불안정해지면 호르무즈를 우회하는 것만으로는 위험을 해결할 수 없다.

따라서 현재의 전쟁은 핵시설에서 호르무즈로 그리고 다시 홍해와 바브엘만데브로 확대되는 과정으로 이해해야 한다. 핵문제가 사라진 것이 아니라 핵을 둘러싼 군사적 충돌이 해협의 통제와 자유항행 문제를 거쳐 세계 해상교통망의 안정성 문제로 확장된 것이다.

이것이 7월 23일 이후 나타난 중요한 전략적 변화이다. 이제 중동전쟁을 이해하는 핵심은 호르무즈 하나를 누가 통제하는가에 머물지 않는다. 서로 연결된 복수의 초크포인트에서 누가 위험의 확산을 억제하고 안정적인 해상질서를 유지할 수 있는가가 새로운 경쟁의 중심으로 부상하고 있다.

호르무즈를 우회하는 전략은 왜 한계에 직면했는가에 대한 설명도. 김태준 한반도안보문제연구소장 AI 그림
Ⅱ. 호르무즈를 우회하는 전략은 왜 한계에 직면했는가

호르무즈해협의 불안정에 대비해 걸프 국가들은 오랫동안 대체수송로를 구축해 왔다. 세계 원유와 액화천연가스의 상당량이 이 좁은 해협을 통과하기 때문에 호르무즈가 봉쇄되거나 통항이 제한될 경우에도 에너지 수출을 지속할 수 있는 우회로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사우디아라비아의 동서 송유관이다. 페르시아만 연안의 원유를 홍해의 얀부까지 수송함으로써 호르무즈를 통과하지 않고 세계시장으로 수출할 수 있다. 아랍에미리트(UAE) 역시 아부다비 유전을 오만해 연안의 푸자이라와 연결하는 송유관을 운영하고 있다. 이러한 대체수송망은 호르무즈의 위기가 걸프지역 전체의 원유 수출 중단으로 이어지는 것을 막기 위한 전략적 안전장치였다.

그러나 2026년 7월의 전쟁은 이러한 우회전략에도 분명한 한계가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호르무즈를 피해 홍해로 원유를 이동시키더라도 유럽과 지중해 시장으로 향하는 선박은 다시 바브엘만데브와 홍해의 안전에 의존해야 한다. 7월 23일 후티의 사우디 유조선 공격은 바로 이 대체수송로 역시 군사적 위협에서 자유롭지 않다는 사실을 보여줬다.

문제는 하나의 해협을 다른 항로로 대체하는 기존의 위험관리 방식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는 데에 있다. 호르무즈의 위험이 증가하면 육상 송유관과 홍해 항로의 전략적 가치가 높아지지만 바브엘만데브까지 위협받으면 위험은 제거되는 것이 아니라 다른 공간으로 이동한다. 선박이 아프리카 희망봉을 우회할 수는 있지만 항해거리와 운송기간이 늘어나고 연료비와 보험료도 증가한다. 물리적인 우회는 가능하더라도 그에 따른 경제적 비용과 전략적 부담까지 제거할 수는 없다.

이것이 초크포인트 전쟁의 새로운 특징이다. 하나의 초크포인트가 위협받으면 국제사회는 대체항로를 찾지만 그 항로의 중요성이 높아질수록 새로운 압박의 대상이 될 가능성도 커진다. 따라서 초크포인트의 전략적 가치는 각각의 해협에 독립적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세계 해상교통망 안에서 상호 연결돼 형성된다.

이러한 구조에서는 특정 해협을 봉쇄하는 능력뿐 아니라 상대방이 선택할 수 있는 대체경로까지 위협하는 능력이 새로운 전략적 변수가 된다. 상대가 하나의 위험을 회피할 때 그 다음 이동경로까지 압박할 수 있다면 제한된 군사력으로도 훨씬 넓은 공간에 부담을 가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하나의 초크포인트는 우회할 수 있지만 연결된 복수의 초크포인트에서 위험이 연속적으로 발생하면 우회만으로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 앞으로의 경쟁은 특정 해협을 열거나 닫는 능력뿐 아니라 여러 해상통로 가운데 안전한 대체경로를 지속적으로 확보하고 유지하는 능력을 둘러싸고 전개될 가능성이 높다.

호르무즈를 우회하는 것은 가능하다. 그러나 호르무즈의 위험을 우회했다고 해서 전쟁의 위험까지 우회한 것은 아니다. 바브엘만데브의 위기는 바로 그 차이를 보여주고 있다.

이란 TIB는 어떻게 네트워크형 거부전략으로 확장되는가에 대한 설명도. 김태준 한반도안보문제연구소장 AI 그림
Ⅲ. 이란의 TIB는 어떻게 네트워크형 거부전략으로 확장되는가

호르무즈와 바브엘만데브가 동시에 불안정해지는 현상은 단순한 전선 확대만으로 설명하기 어렵다. 더 중요한 변화는 제한된 군사력을 가진 국가나 세력이 하나의 해역을 직접 지배하지 않고도 여러 공간에 위협을 분산시켜 상대방의 전략적 부담을 확대할 수 있다는 점이다.

필자가 제시해 온 이란의 ‘위협 유지전략(TIB·Threat in Being)’은 상대보다 군사적으로 열세에 있더라도 생존 가능한 위협수단을 지속적으로 유지함으로써 상대의 행동을 제한하고 비용을 발생시키는 전략이다. 이란은 호르무즈에서 대함미사일과 드론, 기뢰와 소형 고속정 등을 활용해 이러한 전략을 운용해 왔다. 미국이 압도적인 해공군력을 보유하고 있음에도 호르무즈의 위험을 완전히 제거하지 못한 것은 이란이 해협을 지배해서가 아니라 지속적으로 위협할 수 있는 거부능력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재 나타나는 변화는, TIB의 작동 공간이 확대되고 있다는 데 있다. 이란 본토와 호르무즈에 집중됐던 위협이 친이란 무장세력의 활동과 결합될 경우 페르시아만과 오만해를 넘어 홍해와 바브엘만데브까지 분산될 수 있다. 후티의 홍해 공격은 이러한 가능성이 실제 해상교통에 어떤 부담을 줄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이를 당장 새로운 전략개념으로 확정할 필요는 없다. 다만 기존 TIB가 네트워크화되고 있다는 점은 주목할 필요가 있다. TIB의 네트워크화란 하나의 강력한 전력이 특정 공간을 지배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 다른 지역에 존재하는 위협수단이 동시에 작동하면서 상대방으로 하여금 여러 전선을 방어하도록 만드는 현상을 의미한다.

그 전략적 효과는 개별 위협수단의 단순한 합보다 클 수 있다. 호르무즈에서 이란의 미사일과 드론이 위협을 유지하고 바브엘만데브에서 후티가 상선을 공격하면 미국과 동맹국은 서로 떨어진 해역에서 동시에 대응해야 한다. 이 경우 제한된 위협수단으로 상대방에게 훨씬 넓은 공간의 방어를 요구하는 비대칭적 효과가 발생한다.

여기에서 이란이 얻으려는 전략적 효과는 모든 해역을 직접 통제하는 데 있지 않다. 오히려 어느 항로도 완전히 안전하다고 판단하기 어렵게 만드는 데 있다. 이는 통제권(Control)의 확대라기보다 거부능력(Denial)의 공간적 확산이다. 군사적 열세를 상대방의 전략적 부담으로 전환한다는 점에서 TIB의 네트워크화가 갖는 의미가 있다.

그러나 이러한 전략에는 분명한 한계도 존재한다. 후티를 비롯한 무장세력의 행동이 확대될수록 이란이 모든 행동과 확전의 수준을 통제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 민간선박과 제3국의 에너지 수송까지 위협받으면 국제사회의 반발 역시 커질 수밖에 없다.

이 지점에서 TIB의 네트워크화는 필자가 제시한 ‘위협 유지전략의 전략적 과잉확장 (SOT·Strategic Overextension of TIB)’으로 전환될 위험을 갖는다. 위협의 범위를 지나치게 확대하면 협상력을 높이기보다 미국의 추가 군사행동과 국제적 대응을 정당화하고 이란 자신이 감당해야 할 비용까지 증가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TIB의 네트워크화는 양면성을 갖는다. 위협을 여러 공간으로 분산함으로써 상대방의 대응범위와 비용을 확대할 수 있지만 그 범위를 통제하지 못하면 전략적 자산이 오히려 전략적 부담으로 전환될 수 있다.

호르무즈에서 시작된 거부전략이 바브엘만데브까지 연결되는 현재의 상황은 현대 해양전략에서 중요한 변화를 보여준다. 이제 경쟁의 핵심은 누가 더 넓은 바다를 직접 지배하는가에만 있지 않다. 제한된 위협을 어디에 배치하고 어떻게 연결해 상대방에게 더 넓은 공간을 방어하도록 만드는가도 새로운 전략적 경쟁의 중요한 요소가 되고 있다.

미국 CAFIB는 두 개의 초크포인트를 동시에 관리할 수 있는가에 대한 설명도. 김태준 한반도안보문제연구소장 AI 그림
Ⅳ. 미국의 CAFIB는 두 개의 초크포인트를 동시에 관리할 수 있는가

이란의 위협이 호르무즈를 넘어 홍해와 바브엘만데브까지 연결되기 시작하면 미국이 직면하는 문제도 달라진다. 지금까지 미국의 핵심 과제는 이란의 핵과 미사일 능력을 약화시키고 호르무즈의 자유항행을 회복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위협의 공간이 확대되면서 미국은 서로 떨어진 복수의 해역에서 동시에 질서를 유지해야 하는 새로운 부담에 직면하고 있다.

필자가 제시한 ‘지속적 현장 집행전략(CAFIB·Continuous Active Force in Being)’은 이미 전개된 군사력을 지속적으로 운용해 위협을 억제하고 필요한 경우 즉각 행동함으로써 현장의 질서를 유지하는 전략이다. 2026년 7월 미국이 이란의 방공망과 해안레이더, 대함미사일과 드론 운용시설을 연속적으로 타격한 것은 CAFIB가 단발적인 군사행동을 넘어 지속적인 질서집행 방식으로 발전하고 있음을 보여줬다.

그러나 CAFIB의 작동 공간이 넓어질수록 전략적 부담도 증가한다. 호르무즈에서는 이란의 미사일과 드론, 기뢰와 연안전력을 억제해야 하고 홍해와 바브엘만데브에서는 후티의 미사일과 드론 공격으로부터 상선을 보호해야 한다. 동시에 걸프지역의 미군기지와 동맹국 방어, 정보·감시·정찰(ISR)과 공중급유, 군수지원까지 유지해야 한다. 미국이 압도적인 군사력을 보유하고 있더라도 모든 공간에 동일한 수준의 전력을 장기간 투입하기는 어렵다.

여기에서 CAFIB의 핵심 과제는 군사력의 절대적 규모보다 지속성과 분산의 문제로 이동한다. 하나의 초크포인트에서 위협을 억제하는 것과 서로 떨어진 복수의 초크포인트를 동시에 관리하는 것은 다른 문제이다. 관리해야 할 공간이 확대될수록 필요한 함정과 항공전력, 정보자산과 군수지원도 증가하며 전력의 우위보다 그 우위를 얼마나 오랫동안 유지할 수 있는가가 중요해진다.

이러한 변화는 현재의 공방을 ‘인내력 경쟁(Endurance Contest)’의 성격으로 전환시키고 있다. 이란과 후티는 미국보다 강한 군사력을 확보할 필요가 없다. 제한된 공격능력을 유지하면서 서로 다른 공간에서 반복적으로 위협을 발생시킬 수 있다면 미국은 그보다 훨씬 많은 전력과 비용을 지속적으로 투입해야 한다. 반대로 미국은 압도적인 타격능력을 이용해 이러한 위협을 약화시키면서 동시에 해상교통의 정상화를 유지해야 한다.

따라서 CAFIB의 성공 여부는 얼마나 많은 목표를 파괴했는가만으로 평가할 수 없다. 상선이 다시 안전하게 통항하고 운송과 보험비용이 안정되며 동맹국과 해운업계가 미국이 제공하는 해상질서를 신뢰할 수 있어야 한다. 군사적 우위를 실제 해상질서의 안정으로 전환할 수 있어야 비로소 CAFIB의 전략적 목적이 달성되는 것이다.

여기에는 중요한 딜레마가 존재한다. 미국이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작전범위를 계속 확대하면 단기적으로는 억제력을 강화할 수 있지만 동시에 더 많은 전력과 비용을 장기간 투입해야 한다. 반대로 군사적 부담을 줄이면 약화된 거부능력이 다시 회복될 가능성이 있다. 결국 CAFIB는 지속성을 강화할수록 그 지속성을 뒷받침해야 할 전략적 비용도 증가하는 구조를 안고 있다.

호르무즈와 바브엘만데브의 동시 위기는 따라서 미국 군사력의 절대적 우위를 시험하는 것만은 아니다. 진정한 시험은 그 우위를 얼마나 넓은 공간에서 얼마나 오랫동안 유지하면서 국제 해상교통의 안정으로 전환할 수 있는가에 있다.

CAFIB의 과제도 이에 따라 변화하고 있다. 하나의 전장에서 위협을 지속적으로 억제하는 현장 집행전략을 넘어 서로 연결된 복수의 초크포인트에서 질서를 유지하는 능력이 요구되고 있다. 바로 이 지점에서 군사력의 경쟁은 지속능력의 경쟁으로 그리고 다시 글로벌 해상질서를 누가 안정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가의 경쟁으로 발전하고 있다.

초크포인트 전쟁의 승자는 무엇으로 결정되는가에 대한 설명도. 김태준 한반도안보문제연구소장 AI 그림
Ⅴ. 초크포인트 전쟁의 승자는 무엇으로 결정되는가

호르무즈와 바브엘만데브로 확대된 초크포인트 전쟁은 현대 해양전략에서 승리의 기준이 달라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과거에는 특정 해협을 봉쇄하거나 해군력을 투입해 해상교통로를 장악하는 것이 통제의 중요한 기준이었다. 그러나 서로 연결된 복수의 초크포인트가 동시에 위협받는 상황에서는 어느 하나의 해협을 장악하는 것만으로 전체 해상질서를 통제하기 어렵다.

미국은 압도적인 해·공군력과 장거리 정밀타격능력을 바탕으로 군사적 우위를 유지하고 있다. 반면 이란과 후티는 상선을 위협하고 통항비용을 증가시키며 거부능력을 지속하고 있다. 그러나 미국의 군사적 우위도 아직 완전한 해상교통의 정상화로 이어지지 못했고 이란과 후티의 거부능력 역시 안정적인 항행질서를 만들어내는 통제권으로 발전하지 못했다.

따라서 초크포인트 전쟁의 승패는 누가 더 많은 군사시설을 파괴했는가 또는 누가 더 많은 선박의 통항을 방해했는가만으로 판단할 수 없다. 더 중요한 기준은 위협이 지속되는 상황에서도 안전한 대체항로를 확보하고 복수의 초크포인트에서 국제사회가 신뢰할 수 있는 통항질서를 얼마나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는가에 있다.

이러한 변화는 통제의 개념도 확대할 것을 요구한다. 하나의 해협에서 상대의 행동을 제한하는 것은 거부능력(Denial)이며 특정 해역에서 군사적 우위를 확보하는 것은 해양통제(Sea Control)의 일부가 될 수 있다. 그러나 호르무즈와 바브엘만데브처럼 서로 연결된 초크포인트의 안정성을 동시에 유지하려면 군사력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외교와 동맹, 국제규범과 해운, 보험과 에너지 공급망까지 함께 작동해야 한다.

바로 이 지점에서 필자가 제시해 온 ‘전략적 질서관리(SOM·Strategic Order Management)’의 중요성이 커진다. ‘전략적 질서관리’는 모든 위협을 완전히 제거하거나 모든 공간을 군사적으로 장악하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 위협이 존재하더라도 국제질서 전체를 마비시키지 못하도록 관리하고 군사력과 외교, 국제규범과 경제적 수단을 결합해 예측 가능한 질서를 지속시키는 능력이다.

초크포인트가 네트워크로 연결될수록 이러한 능력은 더욱 중요해진다. 호르무즈의 위험을 줄이더라도 바브엘만데브가 불안정하면 세계 해상교통은 정상화되기 어렵다. 따라서 앞으로의 해양전략은 개별 해협의 군사적 통제를 넘어 연결된 해상교통망의 회복력과 대체성을 확보하는 방향으로 발전해야 한다.

이러한 관점에서 이란과 미국의 전략 역시 같은 기준으로 평가할 수 있다. 이란이 위협의 공간을 확대하더라도 국제사회의 반발과 감당하기 어려운 비용을 초래한다면 이란의 ‘위협 유지전략(TIB)’의 전략적 효과는 약화될 것이다. 반대로 미국이 군사적 우위를 유지하더라도 전선 확대에 따른 비용을 감당하지 못하고 해상교통을 정상화하지 못한다면 ‘지속적 현장 집행전략(CAFIB)’ 역시 완전한 전략적 성공이라고 평가하기 어렵다.

결국 초크포인트 전쟁의 승자는 가장 강한 군사력을 가진 국가나 가장 넓은 공간을 위협하는 세력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위협과 우회가 반복되는 상황에서도 국제 해상교통망을 지속시키고 복수의 초크포인트를 연결된 하나의 질서로 관리할 수 있는 국가와 연합이 전략적 우위를 확보하게 된다.

2026년 중동전쟁은 해양통제의 기준이 변화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경쟁의 중심은 누가 하나의 해협을 지배하는가에서 누가 연결된 초크포인트의 위험을 관리하고 국제사회가 신뢰할 수 있는 해상질서를 지속할 수 있는가로 이동하고 있다. 초크포인트 전쟁의 최종 승패는 통제하는 공간의 크기가 아니라 질서를 지속할 수 있는 능력에 의해 결정될 것이다.

해협의 시대에서 초크포인트 네트워크의 시대로 변화하는 것에 대한 설명도. 김태준 한반도안보문제연구소장 AI 그림
에필로그 : 해협의 시대에서 초크포인트 네트워크의 시대로

2026년 7월 호르무즈에서 시작된 해상질서의 위기는 이제 홍해와 바브엘만데브로 확대되고 있다. 처음에는 이란의 핵시설과 핵능력이 전쟁의 중심이었고 이후 호르무즈의 봉쇄와 자유항행 문제가 핵심 쟁점으로 부상했다. 그러나 바브엘만데브까지 위협받으면서 전쟁은 하나의 해협을 누가 통제하는가를 넘어 연결된 해상교통망을 누가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는가의 문제로 발전하고 있다.

이번 사태가 보여준 것은 하나의 초크포인트를 우회하는 것만으로 전략적 위험을 제거할 수 없다는 사실이다. 호르무즈가 위험해지면 홍해와 바브엘만데브의 중요성이 높아지고 그곳까지 위협받으면 선박은 다시 더 먼 항로를 선택해야 한다. 위험은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연결된 해상교통망을 따라 이동한다.

이러한 변화는 해양전략의 중심도 바꾸고 있다. 앞으로 중요한 것은 모든 해협을 군사적으로 장악하는 능력이 아니라 위협이 발생하더라도 대체항로를 유지하고 국제 해상교통을 지속시키며 복수의 초크포인트에서 예측 가능한 질서를 유지할 수 있는 능력이다. ‘전략적 질서관리(SOM)’의 대상도 개별 해협에서 연결된 해상교통망 전체로 확대돼야 한다.

2026년 중동전쟁은 해양전략이 하나의 해협을 통제하는 시대에서 초크포인트 네트워크를 관리하는 시대로 이동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호르무즈를 열어놓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바브엘만데브를 포함한 연결된 바닷길 전체가 기능해야 한다.

결국 새로운 해양질서의 주도권은 가장 많은 해협을 봉쇄하는 세력이나 가장 강력한 군사력을 보유한 국가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위기가 반복되는 가운데서도 세계의 바닷길을 계속 열어 놓고 연결된 초크포인트의 질서를 지속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국가와 연합이 그 주도권을 갖게 될 것이다.

김태준 한반도안보문제연구소장·국방대학교 명예교수

정충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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