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적게 쓰는 중국 AI, 반도체 모자라 멈췄다?…키미 K3가 남긴 진짜 청구서 [이승우의 반도체 오디세이]

김규식 기자(dorabono@mk.co.kr) 2026. 7. 24. 1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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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샷AI 쇼크와 반도체 주가의 함의

중국 AI 스타트업 문샷AI가 공개한 ‘키미 K3’는 적은 반도체로 미국 최상위 모델을 추격하며 세계 반도체 주가를 흔들었습니다. 그러나 이용자가 몰리자 서비스가 멈춰 섰습니다. ‘키미 K3’가 던진 AI 투자 무용론의 실체와, 학습에서 추론으로 이동하는 반도체 투자의 다음 방향을 이승우 유진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에게 들어봤습니다.

지난 7월 17일 중국 상하이에서 열린 세계인공지능대회(WAIC)에서 관람객들이 중국 인공지능(AI) 스타트업 문샷AI의 ‘키미 K3’ 전시 부스를 둘러보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1973년 3월, 핑크 플로이드는 록 음악사의 기념비적 앨범 ‘더 다크 사이드 오브 더 문(The Dark Side of the Moon)’을 발표했다. 시간과 돈, 광기와 죽음을 노래한 이 앨범은 빌보드 200 차트에 무려 741주 동안 머무른 전설이 되었다.

정확히 50년 뒤인 2023년 3월, 이 앨범을 동경하던 칭화대 출신의 세 청년이 베이징에서 회사를 세웠다. 교내 록밴드 ‘스플레이(Splay)’의 멤버들이었던 양쯔린과 저우신위, 우위신이 그 주인공들이다. 그들은 앨범 발매 50주년에 맞춰 회사를 출범시키고, 중국 이름을 월지암면(月之暗面), 즉, 달의 어두운 면이라 지었다. 영어명 문샷(Moonshot)은 인류가 달을 향해 쏘아 올렸던 거대한 도전을 의미한다. 무대에서 기타를 들던 청년들은 이제 인공지능(AI)이라는 무대에서 프런티어를 향한 색다른 연주를 시작한 것이다.

그리고 2026년 7월, 이 회사가 세계 반도체 시장을 뒤흔들었다.

문샷AI 창업자 양쯔린 [바이두]
2026년 4월 이후 급등했던 세계 반도체 주가는 7월 들어서며 크게 출렁거렸다. 기이한 일이었다. 엔비디아를 비롯해 브로드컴, TSMC, ASML, 삼성전자, 마이크론은 한목소리로 말했다. AI 주문은 강하고, 고객은 더 많은 물량을 원하며, 생산능력은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하지만 주가는 이와는 반대로 움직였다.

시장은 또다시 식상한 이유들을 소환했다. AI 버블 논란, 네오클라우드의 과도한 부채, 메모리 가격 부담, 빅테크의 현금흐름 악화, 미국과 이란의 전쟁 악화 가능성 등. 모두 나름대로 일리는 있었지만, 누구나 다 알고 있는 내용들이었다. 그래서 우리는 고민에 빠질 수밖에 없었다. 혹시 아직 우리가 모르는 다른 무엇인가가 있는 것은 아닐까.

미국의 자본 소모적 접근이 맞나…중국산 키미 K3가 던진 질문
그리고 지난주 하나의 답이 나타났다. 문샷AI가 공개한 키미(Kimi) K3가 그것이었다.

K3는 총 2조 8000억 개의 파라미터를 가진 거대한 MoE(전문가 혼합·필요한 부분만 골라 계산해 효율을 높이는 방식) 모델이다. 특히 코딩과 에이전트 업무에서는 미국 최상위 프런티어 모델의 턱밑까지 올라섰다는 평가다. 자본도, 첨단 GPU도 미국 빅테크에 한참 못 미치는 중국 스타트업의 작품으로서는 놀랄만한 성과다.

시장이 놀란 것은 K3가 GPT나 Claude(클로드)보다 뛰어나서가 아니다. 질문의 차원이 달라졌기 때문이다. K3를 접한 시장은 질문했다. 수천억 달러를 쏟아붓는 거대한 데이터센터가 정말 최첨단 AI를 위한 필요조건인가. 지능은 자본에 비례한다는 기본 전제는 과연 옳은 것인가. 알고리즘과 데이터 정제, 양자화와 지식 증류, MoE와 강화학습이 발전하면 훨씬 적은 자원으로도 프런티어에 닿을 수 있는 것 아닌가. 미국의 자원 소모적 접근 방식이 잘못된 것은 아닐까.

키미 K3가 흔든 것은 실적이 아니라 기본 전제이었다. 지능의 향상에는 반드시 더 많은 자본이 필요하다는 기본 전제.

시장은 이 공포를 아주 잘 알고 있다. 2025년 1월 27일, 딥시크 충격의 날. 엔비디아 주가는 17% 하락하며, 하루 아침에 시가총액 5900억 달러가 사라졌다. 브로드컴(-17%), 마벨(-19%), 버티브(-30%) 등 반도체와 데이터센터 주가가 일제히 무너졌다.

값싼 중국 모델 하나가 미국의 AI 패권과 수조 달러 인프라 투자의 논리를 동시에 흔들 수 있음을 처음 목격한 날이었다. 그 기억은 여전히 생생하다. 자라 보고 놀란 가슴은 솥뚜껑을 보고 놀라게 마련이다.

만일 누군가가 K3의 존재와 발표를 미리 알고 있었다면 반도체 주식을 일단 던지고 보는 것은 당연해 보일 수도 있다. 시장에는 언제나 정보의 시차가 있고, 주가는 놀라울 정도로 이를 반영해 먼저 움직인다. 높아진 주가와 한쪽으로 쏠린 주식 수급을 감안하면, 투자자들은 정확한 사실 확인보다 출구를 먼저 찾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달은 밝게 빛나지만 우리가 볼 수 없는 반대편이 있다. 창업자들이 회사 로고에 새겨 넣은 그 어둠처럼, AI 투자에도 화려한 성능과 매출 성장 뒤에 자본비용과 감가상각, 가격 경쟁과 기술의 범용화라는 어두운 면이 있다. 기업들이 말하는 강력한 주문은 달의 밝은 면이지만, 그 주문이 충분한 현금흐름으로 돌아올 수 있는지는 아직 어둠 속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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